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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탄소중립과 청년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탄소중립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 중 하나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지역 사회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특히, 청년 세대는 디지털 기술과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실천을 가속화 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이러한 청년들의 가능성을 적극 활용해 탄소중립 실천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2024년 출범한 ‘대구 탄소중립 청년 서포터즈’는 지역 주민과 청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고 있다. 2024년 대구광역시 ‘탄소중립 청년 서포터즈 1기’는 4월부터 12월까지 약 9개월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탄소중립 실천 확산에 앞장섰다. 서포터즈는 친환경 소비, 에너지 절약 등 5대 실천 분야를 주제로 카드뉴스, 영상, 블로그 포스팅 등 총 215개의 콘텐츠를 제작해 시민들과 소통했다. SNS 조회수는 약 2만8000회, 공감 및 긍정적 피드백은 20000건 이상을 기록하며 탄소중립 실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서포터즈의 활동은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들은 지구의 날과 환경의 날 등 지역 행사를 직접 기획·운영하며 시민들과의 접점을 확대했다. 현장 이벤트와 부스 운영을 통해 탄소중립 실천 방법을 알리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활동은 청년들이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주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청년들은 탄소중립 실천의 핵심 세대다. 디지털 기술과 창의적 사고를 갖춘 MZ세대는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대구 탄소중립 청년 서포터즈’는 이러한 강점을 활용해 탄소중립 실천 문화 확산의 선두에 섰다. 앞으로의 과제는 청년들의 역량을 더욱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2025년 대구시는 서포터즈 운영을 확대하며, 청년들이 더 많은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지식 콘텐츠 발굴과 온라인 챌린지 기획 등을 통해 청년들이 탄소중립 실천을 주도적으로 이끌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탄소중립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미래세대를 위한 생존의 문제이다. 청년들은 창의성과 실천력을 바탕으로 탄소중립 실천의 주역이 될 수 있다. ‘대구 탄소중립 청년 서포터즈’의 활동은 이러한 가능성을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로, 지역 주민과 청년들이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갈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실천하는 탄소중립 캠페인은 지역사회를 넘어 전 국민적 움직임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도전을 힘껏 응원해 주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이러한 탄소중립 실천의 주역인 청년의 도전과 성과 모델을 반영해 유소년, 장년 등 좀 더 다양한 세대에도 펼쳐지기를 바란다.

2024-12-16

책을 선물하자

김규인 수필가 2024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한강의 노벨상 시상식이 있었다. 한국인으로서도 아시아 여성으로서도 최초의 문학상 수상이다. 국내외에서 우울한 일만 가득했는데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문학의 변방이 아니라 원래 책을 열심히 읽는 문화민족임을 일깨워 준 기분 좋은 일이다. 블루 카펫 위에서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직접 노벨상을 받는 한강을 보면서 문화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다. 한강의 수상 연설을 통해 문학에 대한 뿌리 깊은 열정을 느꼈으며 ‘시적 산문’이라는 그의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한강의 수상은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문화민족인 대한민국의 기쁨이다. 한강은 2015년 황순원 문학상을 시작으로 맨부커상, 메디치 외국 문학상,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맨부커상 수상 이후 국내의 다른 작가들도 해외의 문학상 수상이 늘어났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국내 작가들에 대한 번역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 활동도 활발하다.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국내 문학이 해외로 많이 소개되고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관심이 늘어나 글을 쓰는 사람으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국내 출판사에서는 한강 작가의 작품집을 찍어내기에 바쁘고,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가슴 뛰는 시간을 보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요즈음에 줄을 서서 책을 사다니. 출판사도 글 쓰는 사람들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텔레비전만 켜면 나오는 정치권의 뉴스로 오랜만에 불어온 문학책을 읽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어떻게 불어온 문학 열풍인데 허무하게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제주에 유배된 스승을 위해 중국에서 책을 사서 제주로 가는 험한 뱃길을 통해 책을 전달한 제자 이상적과 추사 김정희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우리는 책을 소중히 한 민족이 아닌가. 책이 없어 아버지가 직접 글을 써서 책을 만들어 자식 공부를 시켰고, 만든 책을 선물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이다.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은 젊은 시절에도 책을 선물하는 분위기는 있었다. 친구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선물하고, 자식의 장래를 위해 책을 선물하던 우리다. 그러던 우리가 경제 규모가 커지고 디지털 문명이 급격히 발달함에 따라 책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책보다 더 비싼 선물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부모들은 휴대 전화를 선물하여 아이들에게서 책을 떼어버린다. 노벨의 나라 스웨덴에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노벨 주간이 되면 책을 사는 사람들이 서점으로 몰려들고 그 덕분에 주위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우리는 그보다 더한 글을 읽는 선비 정신이 있지 않은가. 몸속에 책을 읽는 유전자가 흐르지 않는가. 가까운 이들에게 책을 선물하자. 책을 받은 사람이 다른 책을 선물하고, 온 사회에 책을 읽는 분위기를 만들자. 책으로 보다 깊이 뿌리 내린 한류를 만들자. 텔레비전에서 뭐라고 하던 문학을 가까이 하자. 한강의 문학이 한류의 새로운 주역이 되기를 희망한다.

2024-12-16

갱년기에서 벗어나기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갱년기는 다양한 증상으로 여성을 괴롭힌다. 쉽게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증상이 있더라도 몇 년 안에 회복되는 경우는 다행이다. 어떤 사람은 몇 년 혹은 십년이상 갱년기 증상으로 고통 받기도 한다. 남성 갱년기도 있다고 하나 이는 여성과는 다르다. 갱년기 증상은 여성에게만 있는 고유 질환이라 보는게 맞고 겪는 사람은 심각한 괴로움을 겪는다. 질병 또는 노화에 의해 난소기능이 감소하면 폐경과 관련된 신체적 및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이 폐경 전후시기를 갱년기라 말하고 시작은 40대에 접어들면서 월경이 불규칙 해지는 걸 시작이라고 본다. 증상은 수면장애와 심한 불면, 열이 훅 오르면서 땀이 나고, 어지럼증 및 두통 피부가려움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나고 정신적으론 우울감과 가슴이 답답해지는 듯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위의 모든 증상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있고 일부 증상만 나타나면서 심하지 않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 폐경 전 1~2년 후부터 증상이 나타나고 폐경이 끝난 후 4~5년 정도까지도 고생을 한다. 살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현재의 증상이 심하고 마음 편하게 살면 증상이 약한 경향성을 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고 평소에도 심장이 자주 두근거리는 사람은 스트레스와 상관없이 증상이 생긴다. 스트레스 관련으로 증상의 경중이 생기는 것은 갱년기는 화병증상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살면서 받았던 스트레스와 현재의 스트레스가 증상의 경중에 영향을 미친다. 갱년기 증상의 경중은 내 몸의 건강 상태와 스트레스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수십년 생활의 결과로 나오는 증상이라 보면 그동안의 생활 습관을 그대로 유지 한다면 좋아지긴 힘들다.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첫째 안하던 운동을 해야 한다. 빠른 걸음으로 걷기 운동은 아주 좋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답답하면 밖으로 나가서 조금 숨이 차도록 걸으면 머릿속이 편해지고 잡념이 줄어들어 자연스레 명상의 효과도 난다. 두 번째로 열이 나는 음식들을 금해야 한다. 고춧가루, 홍삼, 커피, 에너지 드링크 등 힘이 나는 식품들은 가슴에 쌓인 열을 가중 시키니 자제 하는 것이 좋다. 셋째 내가 신경 쓰는 일들은 신경 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맘을 편히 가지는 연습을 하고 집에 있을 때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면 가슴의 화가 조금씩 내려간다. 시간을 들여 꾸준한 노력을 하면 인체는 보답을 한다. 집에 치자가 있다면 차로 달여 복용을 하면 갱년기 증상에 도움이 된다. 진하게 끓여 먹지 말고 약하게 해서 차처럼 해서 먹는 것이 좋다. 청국장이나 낫또와 같은 발효 콩도 가슴의 막힌 것을 뚫어 갱년기 증상을 완하 시켜줄 수 있으니 몸에 맞는다면 식품으로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음식은 천천히 골고루 꼭꼭 씹어 삼키고 절대 빨리 먹으면 안 된다. 위장이 막히면 갱년기 증상은 더 심해지기 때문에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치료는 교감신경 항진을 줄여주는 쪽으로 처방과 함께 그에 맞는 자율신경조절 약침을 쓸 수 있다. 상부경추를 풀어 주면 머리로 가는 혈액순환과 신경전달이 원활해지므로 추나도 같이 겸해서 해주는 것이 좋다.

2024-12-16

시문학파가 토착방언으로 쓴 시의 성취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만해, 소월, 상화 등 20년대의 대표적인 근대 시인들은 그 시대의 다른 시인들에 비해 특별한 시적 성취를 이룩해 내었다고 평가된다. 그 이유로 시대 의식이 뛰어났다는 점과 토착어 지향의 시어를 사용한 것을 손꼽을 수 있다. 그들의 시작품은 서정성이나 시적 리듬을 살리기 위해 한자어를 피한 대신 토착어 지향을 뚜렷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20년대 말에서 30년대에 걸쳐 우리는 새로운 시인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에게 있어서도 토착어 지향성은 한결 두드러졌고 시의 세련성은 배가되었다. 1930년에 발간된 순수시 동인지 ‘시문학’은 박용철을 비롯하여 김영랑, 정인보, 변영로, 신석정, 이하윤 등이 그 중심적인 작가였다. 그들은 새로운 시어의 연마와 세련된 시상으로 세칭 ‘기교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군의 시인들이다. ‘시문학’파로 알려져 있는 시인들에게서 우리는 근대시의 세련미를 갖춘 시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김영랑이나 박용철은 순수한 토착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토속의 울림을 가진 리듬을 확보했다. ‘시문학’의 동인이었던 정지용은 현대시문학사에 매우 눈부신 시의 자취를 남겼다. 1927년에 발표된 정지용의 대표작 ‘향수’는 뛰어난 서정적 시와 노래로서 우리의 눈과 귀에 매우 익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제가 식어지면/뷔인 밭에 봄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졸음에 겨운/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이 시에 나타나는 토착방언은 시인이 의도적으로 지향했던 고향의 그리움을 불러오는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서정적 운율을 유효하게 맞출 수 있는 의도된 방식으로 채택되었다. 시에 등장하는 토착방언은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향에 대한 추억과 신화에 대한 믿음을 환기시켜 준다. 어린 시절 자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모티브가 방언으로 나타나 한결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토착 방언은 본래 민중의 말이다. 또 외래어나 한자어처럼 어른들만의 말이 아니기 때문에 어른과 아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말이다. 방언 시어는 잃어버린 낙원, 곧 고향에 깃들어 있던 말이기 때문에 시의 모티브와 각별한 조화를 이룬다. 고향의 재발견이 토착 방언의 발견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시인의 자기동질성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정지용은 우리 현대시문학사에서 소중하고 견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정지용은 ‘문장’지의 시 추천위원으로 있으면서 1939년 박목월·조지훈·박두진 등의 청록파 시인을 발굴하여 등단시켰다. 이로써 30년대 순수 ‘시문학의 전통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게 되었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벽(壁)’이라는 작품으로 등단한 미당 서정주의 토대를 마련해 준 것도 ‘시문학’ 동인들의 영향이었다. ‘시문학’파의 토착어 세련성에 대한 강력한 반발에서 시적 출발을 했다고 할 수 있는 미당 서정주조차도 처녀 시집 ‘화사집’에서는 가급적 한자어를 배제한 덕분에 한층 더 높은 시적 성취에 도달하였다. 서정주의 ‘자화상’이라는 시를 살펴보자.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주 서 있을 뿐이었다./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깜한 에미의 아들/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파격적인 호소력을 가진 ‘자화상’의 첫 부분이 이렇게 토착적 고유어로 조직되어 있음에 반해서 한자어를 의도적으로 무절제하게 사용하고 있는 ‘정오의 언덕에서’, ‘웅계’, ‘문’ 등의 작품은 오히려 시적 설득력을 잃고 있음이 역력해 보인다. 훌륭한 시는 시인의 작가 의식과 함께 고양된 감정의 통합된 산물이다. 시인의 몸에서 울려나오는 시어로 꾸려낸 텍스트가 청각과 시각의 공명을 일으키는 효율적인 수단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시어로서의 방언의 효용성을 확인할 수가 있다. ‘시문학’파에서 ‘청록파’로 이어지는 서정의 시적 물결을 일으킨 일군의 근대 시인들에게 토착적인 방언은 시작(詩作)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재료였다.

2024-12-16

발칸반도 폭력의 뇌관, 한반도와 닮은 침략의 땅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의 땅으로 알려진 발칸반도는 이름만큼 수많은 침략자에 의해 짓밟힌 사연을 품고 있다. 마치 3천 번 이상 이민족 침략에 시달린 한반도와 매우 흡사하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진정 하늘이 내린 경이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수많은 신화가 살아 숨 쉬는 발칸반도다. 유럽문화의 모태이자 신들이 지배했던 땅 그리스, 작지만 자존과 감성이 충만한 나라 슬로베니아, 선남선녀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크로아티아, 힘과 저력이 넘치는 잠재적 강국 세르비아, 세 민족이 한 나라로 살아가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자칭 로마인 영광을 간직한 루마니아, 늘 힘이 넘쳐 주체할 수 없었던 불가리아, 이탈리아어로 ‘검은 산’을 불리는 험난한 산악지형의 몬테네그로, 발칸반도에 슬라브족이 들어오기 훨씬 이전부터 터전을 닦았던 알바니아, 그리고 필자의 가슴에 감동과 분노를 동시에 심어주었던 코소보도 있다. 그 이면에는 ‘세계의 화약고’란 수식어가 붙은 팽팽한 긴장이 서린 지역이란 사실이 슬프게 했다. 천몇백 년을 이어온 폭력의 과거가 씨앗이 되어 또 다른 폭력의 줄기로 굳건하게 자라고, 끝나지 않는 분쟁의 촉수가 꿈틀거리며, 종교와 민족, 역사를 따라나선 질긴 인연, 문화와 인물이 뒤섞여 도무지 풀리지 않은 엉킨 실타래 같은 반도다. 일곱 개의 국경과 맞댄 채, 여섯의 공화국이, 다섯의 민족으로, 네 개의 언어와, 셋의 종교, 그리고 두 개의 문자로 뒤섞인 채 하나의 국가를 이룩했던 구유고슬라비아 휴면계좌가 폭력의 미련을 유혹하는 땅이다. 길 잃은 역사를 따라 과거를 잊지 말자고 사람 저마다의 가슴에 붉은 기운이 요동치는 기운서린 터다. 한반도 땅 2.5배, 산이 많은 녹색의 땅,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교차점, 고대 로마제국의 첫 침략의 대상이 되었던 땅, 달마티아, 일리리아, 트라키아, 불가리아, 헬라스 등 각각의 지역에 흩어져 살던 터전이다. 더 있다. 불안한 평화를 이어가는 현재 진행형의 분쟁지역, 너무 많은 억척의 사연을 생산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품은 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제국의 포화를 고스란히 견딘 질긴 민족들이 뒤엉킨 한을 품은 땅,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인간적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 작은 산줄기 좁은 물줄기에도 슬픔과 기쁨, 환희와 아픔이 교차하는 애환의 터전, 건물 외벽의 포탄 자국이 가슴에 납덩어리처럼 붙어버린 현실, 폭력을 좋아하진 않지만,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민족, 순진한 사람을 선동해 민족이란 이름으로 살육을 정당화하게 만든 영웅이 누워있는 땅, 그런 까닭에 그 누구도 쉬이 해결의 열쇠를 쥘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이 뿐일까? 가톨릭과 이슬람 종교분쟁의 뇌관이 여전히 작동하는 땅, 나락으로 떨어진 인격이 애국이란 이름으로 재포장 되는 곳, 이웃과의 갈등은 물론 같은 나라임에도 성격을 달리해 불운한 동거를 이어가는 이상한 나라가 있는 반도, 나의 신은 절대자요, 너의 신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정당한 사회, 복수가 정의와 미덕으로 포장된 나라, 이웃과 원수를 사랑하라는 절대자의 말을 당당하게 무시하면서도 천국에 가려는 인간이 북적대는 곳, 그래도 희망이란 기름으로 번들번들 칠한 십자가가 도서관보다 많은 세상, 비장감이 억눌러 슬프면서 비통함을 상대방 응징의 꿈으로 대체시킨 사람이 살아가는 땅이다. 동방 페르시아제국의 질긴 욕망으로 인해 입은 상처, 알렉산드로스로 시작되는 폭력 미화는 비잔티움제국으로 이어지고, 로마의 땅이 되었다가, 같은 기독교도인 십자군의 약탈, 질풍노도 훈족의 발칸 유린에 이어 이슬람 제국의 침탈, 몽골군 파죽지세의 잔혹사, 전대미문 사마르칸트 티무르의 이유 없는 살육전, 노르만족의 민족이동에는 필연적으로 따르는 폭력, 나폴레옹도 이 대열에 빠질 수 없다. 그리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같은 하늘 아래서 결코 함께할 수 없는 원수로 돌변하는 상황은 이들 표현대로 진정 신의 뜻이었다. 크로아티아 민족주의, 대세르비아주의, 대슬라브주의,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소수와 인간의 욕망이 부추긴 폭거는 정의와 부정의가 아니라 피아구분조차 할 수 없었다. 20세기에 일어난 인종청소, 민족주의 이름으로 행해진 살육의 드라마는 21세기에 와서도 그 징후는 잠들 기미조차 없다. “집에 불이 나기 전에 굴뚝을 수리하고 아궁이를 고친 사람의 공로는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지만, 불 난 뒤에 수염을 거슬려가며 옷섶을 태우면서 뛰어다닌 사람의 공로만을 널리 인정하지 말라” 묵자의 말이다. 전쟁으로 공을 세운 사람만 떠받들지 말고, 평화의 시대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도 가슴에 새기란 뜻이다.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4-12-16

연어 이야기

매년 10월에서 11월이면 북태평양을 회유하던 연어 떼가 산란을 위해 강원도 양양 남대천, 삼척 오십천 등으로 돌아온다.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단 열흘간 내수면에서의 연어 포획이 허용되는데, 이 기간 동안 남대천에서는 연어를 만나려는 플라이낚시인들과 루어낚시인들이 강물에 몸을 담근 채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인터넷에 올라온 연어 낚시 사진을 보면서 연어를 다룬 두 문학 작품을 떠올렸다. 고형렬의 에세이 ‘은빛 물고기’와 안도현의 ‘연어‘가 그것이다. 두 작품 모두 시인이 쓴 산문으로 연어의 생애를 소재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어는 모천회귀(母川回歸) 한다. 하천에서 부화한 물고기가 바다로 가서 성어로 자란 다음 산란을 하러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회귀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천(母川)은 말 그대로 ‘어머니 강’이라는 뜻이다. 연어는 먼 바다로 떠났다가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서 산란 후 죽는다. 남대천, 오십천뿐만 아니라 최근엔 울산 태화강, 낙동강 하구에서도 연어가 발견됐는데, 낙동강에는 30여년 만에 연어가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은빛 물고기’는 시인인 저자가 “남대천에 연어가 돌아왔다”는 신문 기사 한 토막을 읽고는 10년 넘게 연어의 일생을 추적하며 쓴 장편 산문이다. 장편 산문이라는 겉 형식은 물론 한 편의 문학작품 안에 픽션과 논픽션이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시적 은유와 잠언, 소설적 서사, 자전적 에세이, 자연과학적 사실이 공존하는 속 구조는 무척 보기 드문 것이다. 강원도 양양에서부터 캄차카반도, 아무르 강, 오호츠크 해, 베링 해로 이어지는 대자연에 대한 시적 묘사, 탄생과 성장, 죽음 등 인간의 실존적 고뇌에 대한 깊은 성찰의 언어는 우리말이 지닌 아름다움의 놀라운 진경을 보여준다. ‘연어‘ 역시 시인인 저자가 쓴 작품으로, 한 낚시전문잡지에 연어에 대한 글을 기고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집필한 소설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어른’과 ‘동화’가 서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동화적 내용을 지닌 소설로 보는 편이 마땅하다. 연어를 의인화하여 사랑, 연민, 외로움, 슬픔, 자기존재의 주체성 모색 등 인간 보편의 감정과 존재론적 성찰을 담아낸 ’연어‘는 1996년 초판 발행 후 지금껏 무려 100만부가 팔린 스테디셀러다. 시적인 문체와 연어의 생태에 기초한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대중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19년, 러시아 아무르강으로 ‘타이멘’이라는 물고기를 잡으러 2주 동안 낚시를 다녀왔다. 하바롭스크에서 차로 비포장도로를 10시간, 보트로 물길을 2시간 달려 도착한 아무르강 정글에서 러시아 낚시꾼들과 생활하면서 ‘지구상 모든 연어의 아버지’라는, 현지인들에게 신령한 물고기로 여겨지는 타이멘 낚시에 도전했고, 성공했다. 내 생애 첫 번째 타이멘은 1m 10cm였는데, 그 녀석을 품에 안고서는 감격스러워 눈물을 흘렸다. 나를 만나기 위해 이 친구가 강물처럼 노을처럼 수천만 년을 헤엄쳐 왔다는 생각이 들어 뭉클했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때 2주간 전화, 인터넷 등 문명과 완전히 차단된 정글에서 지낸 시간이 마치 한 평생 같았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문명 세계에서 2주는 그저 찰나에 불과했다. 내가 살던 세상은 여전히 분주하고, 거짓말처럼 아무 일도 없고, 가족들은 전화를 심드렁하게 받고, 공백을 염려한 일터는 나 없이도 잘 돌아가고…. 내게는 까마득하고 느리게만 흐르던 시간이 문명 세계에서는 쏜살 같이 흐른 것이다. 시간은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 개념이고, 모험의 세계와 일상의 세계에는 서로 다른 중력이 작용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 나는 낚시를 다녀온 게 아니라 아무르강이라는 영원의 풍경, 저 너머의 한 세상을 살다 왔구나’ 낚시를 다녀와서는 잠꼬대 같은 혼잣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연어의 생태를 다룬 문학 작품이 또 나온다면 저자는 아마 내가 될 것이다. 치어일 때 자신이 태어난 강을 떠나 드넓은 대양에서 성어로 성장하여 일생의 대부분을 보낸 뒤 산란을 위해 모천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생태에 관해서는 아직도 다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많다. 미지란 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므로, 연어의 탄생부터 이동, 그리고 모천회귀와 산란, 죽음으로 이어지는 신비한 생태적 습성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훌륭한 문학적 소재이기 때문이다.

2024-12-16

어둠을 밝히는 사람들

나약한 인간으로 놓여 무엇을 읽고 쓰고... /언스플래쉬 고통은 묵히면 묵힐수록 그 크기가 배가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먹기 싫은 알약을 억지로 삼키는 것처럼 몸과 마음 모두가 불편한 그 감각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그리고 그 고통이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나를 지배했고 그것이 결국 죄책감이란 이름을 가진 불편함이란 걸 너무나 잘 알았다. 문제를 인식하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일은 참 어렵다. 마음이 불편하고 신경을 쓰는 것이 괴롭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여 남는 일들이 혹여나 후회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밤마다 눈을 감고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애썼으나 쉽지 않았다. 무언가 써야만 할 것 같은 데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을 때 나의 연약함이 드러났고 그 연약함 속에서 무력하게 몸을 묻으며 나날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단 감각을 도무지 지울 수 없었다. 씻겨지지 않는 오랜 얼룩, 피부 깊숙이 자리 잡은 점처럼 고통에도 무뎌지지만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결심은 선다. 그 근처를 배회하고 있을 때쯤 뒷목이 뻐근해지기 시작하더니 일종의 신호처럼 확고한 결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 길로 버스를 탔고 버스는 중간에 서울대교에 진입하진 못했지만 비교적 사람이 적은 한적한 곳에 나를 내려주었다. 이 길로 쭉 가면 서울대교를 건널 수 있을 것이란 버스 기사의 말을 되뇌이며 이미 대교를 빠져나오는 수많은 인파를 거슬러 나는 여의도로 향했다. 그곳은 축제 분위기였다. 깃발이 나부끼고 형형색색의 조명은 어둠을 밝히며 빠르게 흔들렸다. 누군가는 아이돌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고, 흘러나오는 최신 유행곡에 맞추어 춤을 추는 이들도 있었다. 깃발을 흔드는 사람, 그 뒤를 따라가는 사람, 셀카를 찍는 가족, 질서 유지하는 사람들,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땅에 버리는 사람,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 쓰레기를 주워 한 곳에 차곡차곡 모으는 사람들 등. 인간이라는 모습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무리 속에서 나는 얼어붙은 몸과 가빠지는 호흡을 붙잡으려 애썼고, 그때 불현 듯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감을 떠올렸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자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그 질문과 수많은 의미들. 나는 어떤 언어를 쓰고 상상하며 세계와 연결되고 있는지. 나아가 나는 이 세계 속에서 어떤 나약한 인간으로 놓여 무엇을 읽고 쓰고 있는지. 가파르게 오르던 호흡을 잠잠히 누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가 8살 때 처마 밑에 비를 피하며 다른 사람을 보았고 또 다른 나를 보며 연결됨을 느꼈다면, 근래의 나는 그 환함 속에서 나와 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같은 노래를 들으며 연결되고 있음을 느꼈다. 이어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다는 그녀의 음성을 거듭 떠올리며 무엇을 위해 읽고 어떤 것에 시선을 맞추어야 하는지 미지의 길을 밝히는 작은 호롱불이 켜지는 장면을 포착했다.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해 돌아선 길, 수많은 인파 탓에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이 꽉 막혀 빠르게 걸을 수 없었다, 아주 천천히 앞사람의 보폭에 맞추어 걷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릿하게 집으로 향해 걸어왔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집으로 돌아와 깨끗한 물로 씻고 훈훈한 공기로 몸을 덥히며, 내 등 뒤를 밝히던 수많은 조명들을 떠올렸다. 뒤에서 길을 밝히던 색색의 응원봉들. 누군가가 뒤따라오며 그 응원봉을 흔들었는진 알 순 없지만, 불명확했던 모든 불안과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들이 선명해지는 동시에 조금씩 소멸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이었다. 생각을 마치자 근래 극도로 높아져갔던 초조함을 잠재울 수 있었다. 18살, 점심시간마다 도서관 문학 코너 책장에 숨던 그때를 기억한다. 활자 속에 있으면 현재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물러가는 것 같아 계속해서 손이 가는 대로 책 속에 고개를 묻던 그때. 아무도 나를 알아채지 못하고 스쳐지나가던 그 때에, 책장 맨 아래에 꽂혀 있던 소년이 온다를 기억한다. 그때의 나를 거울로 자세히 살피지 않아 어떤 모습인진 영영 알 순 없으나 환희와 열망과 결이 다른 슬픔에 사로잡혔던 감각은 생생히 기억한다. 한 사람이 가진 문을 두드려 그 속을 기어코 들어가 사건과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내가 문학을 택한 이유인 동시에 계속해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음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금 떠올려보는 감각이었다.

2024-12-16

잘못된 한 사람을 따라가면 미래가 없다

김진국 고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보수 대통령이 잇달아 탄핵 심판을 받는다. 보수 유권자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다. 믿고 뽑아 놓았더니 보수 세력을 파멸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러다 차기는커녕 차차기도 기대를 접어야 할 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가까운 사람을 너무 믿은 탓이다. 직접 돈을 착복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본인이 자초했다. 비상계엄 상황을 만들어 선포했다. 법에 정해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계엄을 해제하지 못하도록 국회를 폐쇄하려 했다. 국회의원을 끌어내고, 정치인들을 감금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국 전 의원은 12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가만히 있었으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심각한 상태다.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는 10년 동안 공직선거에 나서지 못하는 ‘1년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엉뚱한 일을 벌여 모든 걸 망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보수인사도 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미국 검찰은 트럼프에 대한 기소를 모두 취소했다. 이런 큰일을 저질러놓고도 반성하지 않는다. 평균적인 국민 정서와는 공감하지 못한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도는 11%였다. 85%는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수 세력의 기반인 대구·경북만 놓고 봐도 지지도가 16%에 불과하다. 비상계엄이 내란이라는 의견이 71%, 탄핵하라는 응답도 75%였다. 대구·경북에서도 62%가 탄핵에 찬성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12일 담화에서 하야(下野)는 없다며, 차라리 탄핵하라고 큰소리쳤다.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85%가 잘못한다고 답하는데, 탄핵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리라고 요구하는데, 누구와 싸우겠다는 건가. 윤 대통령은 14일 저녁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고도 소송으로 이기려는 생각이 기가 막힌다. 개인적인 망상을 위해 보수 세력을 궤멸시키려는 꼴이다. 그런데도 이에 동조하고, 부추기는 정치인들은 또 뭔가. 목적이 옳으면 어떤 수단을 써도 용납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많다. 믿지 않아도 그렇게 합리화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참모였던 엄창록 씨를 모델로 한 ‘킹메이커’란 영화가 그런 내용이다. 잘못된 수단을 정당화할 만큼 대단한 목적이 도대체 무엇인가. 자기가 권력을 쥐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은 반헌법적 친위 쿠데타로 무엇을 하려 했나. 선거를 하면 국민이 표를 줬을까. 선거가 없는 정치체제를 국민이 용납할까. 철부지 같은 망상이다.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이 있다. 판사들은 확실한 증거라도 그것을 얻는 과정이 잘못됐으면 인정하지 않는다. 목적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민주주의도 그렇다. 번거롭고 불편해도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쉽게 부서진다. 법조용어에 ‘별건(別件)수사’라는 말도 있다.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우면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다른 혐의를 이용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수사방식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합리화하는 논리가 그런 식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세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자유민주주의야말로 법을 존중해야 한다. 상대를 인정하고, 참고, 대화해야 한다. 그는 탄핵소추 뒤 담화에서 “숙의와 배려의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헛웃음이 났다. 그가 취임 초, 아니 그 뒤 어느 한순간이라도 ‘숙의와 배려의 정치’를 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다. 그는 야당 정치인은 물론 여당 정치인도 피의자 보듯 했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 사람에게 충성하고, 그 외 인물을 논 속의 피 취급해 모두 뽑아버리면 미래가 없다. 윤 대통령이 갑자기 보수정당 후보가 된 것은 후보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수 세력은 또 그 전철을 밟고 있다. 잘못된 길을 가는 한 사람에게 끌려다니면 미래가 없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12-15

‘이성을 잃은 권력’의 비극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한밤중에 느닷없이 선포된 비상계엄은 ‘이성을 잃은 권력’의 자폭이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역설한 바로 그 대통령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정치적 실패와 각종 의혹을 돌파하기 위한 전술이었겠지만, 어리석은 오판으로 자기무덤을 팠다. 제왕적 권력이 이성을 잃으면 자신은 물론, 국가적 불행을 초래한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규정하고 의원들을 체포하려 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으로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이나 다름없다. ‘자해공갈소동’을 지켜보아야 했던 국민들의 심경은 참담했다.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의 반대와 우려도 무시하고 밀어붙였다니 기가 막힌다. 오죽하면 여당대표까지 나서서 계엄을 막겠다고 국회로 뛰어갔겠는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됨으로써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 대통령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지만, 그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문제다. 야당은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돌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여 여당에 대한 정치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의 최종판결에 대비하여 집권을 위한 정치적 환경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수세에 몰린 여당은 이재명의 2심 및 대법원 판결이 조속히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을 뿐, 대통령의 직무정지에 따른 대행체제에서 국정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여야는 서로 다른 정치셈법으로 탄핵정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지만,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한 그 어떠한 술수도 성공할 수 없다. 특히 본의 아니게 죄인이 되어버린 여당은 정치적 위기일수록 꼼수를 버리고 정도(正道)를 가야 민심을 얻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향후 여당의 운명은 민심을 따르느냐 아니면 탄핵이 소추된 대통령을 따르느냐에 달려 있다. 비상계엄으로 내란혐의를 받아 수사선상에 있는 대통령과 결별하지 않는다면 분노한 민심이 용서하겠는가. 어려운 때일수록 ‘생즉사(生卽死)’이고 ‘사즉생(死卽生)’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벼랑 끝에 서 있는 여당이 반성은커녕 친윤과 친한,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싸우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대권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 당권이나 차지하고 금배지나 한 번 더 달아보겠다는 속셈인가. 성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 생각은 하지 않고 권력에 줄서서 잔머리 굴리면 보수는 궤멸이다. 대통령이 이성을 잃고 비상계엄을 획책하는 동안 아무것도 모른 체 권력만 쫓아다닌 허수아비들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다투는 꼴이 참으로 한심하다. 박근혜의 탄핵사가 증명하고 있듯이 ‘분당(分黨)은 공멸’이라는 사실을 벌써 잊었다는 말인가. 물론 정치공세의 고삐를 쥔 야당의 책임도 매우 무겁다. 여야 간 극한의 정쟁이 오늘의 비극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야당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여당의 불행이 야당의 행복’이 될 수는 없으며, 윤석열에 대한 분노가 이재명에 대한 면죄부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집행권력의 독선이 ‘비상계엄이라는 괴물’을 낳았듯이, 입법권력의 힘자랑이 탄핵정국에서도 계속되면 ‘무정부상태라는 괴물’을 낳게 될 것이다.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국가위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되며 민생 안정에 협력해야 한다. 권력은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고 위험한 괴물이다. 괴물이 된 권력과 싸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괴물이 된다. 정치인이 권력정치에서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2024-12-15

고전에 답이 있다!

▲ 김규종경북대 교수·인문대학 살았다. 먹고 마시고 잠자는 것도, 생각하고 글 쓰고 사람 만나는 일도 허청허청하기만 했다. 마음속에서는 한 가지 물음만 얼굴을 내미는 것이다. “이게 뭐지?!” 2025년을 코앞에 둔 시점에 터져 나온 ‘비상계엄’이 내 삶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경북매일신문에 연재하는 아주 짧은 글 ‘파안재에서’를 서둘러 쓰고, ‘청도 인문학’ 강의자료를 블로그에 올린 게 정신 활동의 전모(全貌)다. 문자 그대로 생물적 대사(代謝)활동을 했을 뿐, 살아있는 인간으로 존재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한 열이틀의 시간이 지나간다. 한강 문학에 관한 스웨덴 한림원 종신회원 엘렌 맛손의 강평을 들은 것이 고작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나는 그것을 불가 (佛家)에서 가르치는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에서 찾는다. 탐욕, 분노, 어리석음에서 발원하는 세 가지 극독(劇毒)이 사태의 핵심에 자리한다. 생명 활동 과정에서 존재가 대면하는 탐진치 삼독을 숙고하지 않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처참한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탐욕은 무엇인가를 향한 억제할 수 없는 지극한 갈망에 뿌리를 대고 있다. 탐욕은 정신적·물질적·영적(靈的)인 영역에 모두 적용된다. 억제할 수 없는 지극한 탐욕은 분노로 전화(轉化)된다. 얻고자 하는 바를 관철하지 못하면, 인간은 분노의 노예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것은 건강한 판단력 상실에 따른 추악한 어리석음으로 귀결(歸結)된다.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말에 나는 경악했다. 세계 전역에 문화와 문학과 예술의 첨병으로 ‘한류’를 전파하는 21세기 나의 조국에 종북세력이 있는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집단은 ‘반국가세력’인가?! 권력자의 수사(修辭)와 명분이 아무리 엄중해도 ‘일거에 척결’하겠다는 발상은 또 얼마나 반민주적인가?! 그와 그들은 거기 멈추지 않았다. 계엄 사령관이 발표한 ‘포고령’의 처단한다는 단어는 너무도 끔찍하게 다가온다. 본업에 복귀하지 않는 의료인과 포고령 위반자를 계엄법 제14조에 의하여 처단하겠다는 조항은 얼마나 악랄한가?!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에 근거하여 위반자들을 처단하겠다는 악마 같은 ‘포고령’은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것인가?! 권력자와 그에 기생(寄生)한 부역자들의 행악질은 낱낱이 밝혀지겠지만, 그것은 1980년 5월 17일 희대(稀代)의 학살자 전두환이 내건 비상계엄과 전혀 다르지 않다. 광주 시민들의 민주적인 저항을 무한폭력으로 짓밟은 그들의 잔인성을 우리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서 확인한다. 왜 그들은 멈추지 않았을까?! 그것은 그들의 부패·무능·타락·패거리주의에 기초한다. 노자(老子)는 “만족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서 오래 갈 수 있다”고 했다. 최소한의 교양과 독서도 없는 자의 무지와 부패, 무능과 타락이 탄핵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사태가 우리 어린것들의 평화롭고 행복한 미래를 위한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한다.

2024-12-15

尹 대통령 탄핵…조기대선 가시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주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탄핵소추안에는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비상계엄’이 탄핵 사유로 적시됐다. 윤 대통령 직무는 정지됐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권한을 행사한다. 만약 한 총리가 야당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땐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을 맡는다. 정치권 시선은 이제 차기 대권 구도로 쏠리게 됐다. 조기대선이 사실상 시작된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게 되면, 60일 안에 대선이 치러진다. 헌재 결정 시기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늦어도 내년 7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오늘(16일) 첫 재판관 회의를 열고 사건처리 일정을 논의한다. 최악의 위기에 처한 여당에서는 한동훈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로 꼽힌다. 최근 발표된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한 대표는 줄곧 1위를 달렸다. 주류 보수진영 주자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꼽힌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중도층 외연 확장을 내세우며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가 굳어진 분위기다. 그러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이 대선 선거일 전 유죄 판결로 나오게 되면, 이 대표 독주 체제가 붕괴할 수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치권의 당면과제는 극도로 혼란해진 정국을 수습하는 것이다. 대권주자들이 앞장서서 여야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국가안보와 금융시장 안정, 민생위기 극복이 우선 급하다. 한미동맹 등 주요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국회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이 정부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며 수권능력을 보여야 한다.

2024-12-15

비상시국, 지방정부도 民生 안정에 집중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한덕수 권한 대행체제가 시작됐다. 한 총리는 “어려운 상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밝히고 “이런 때일수록 국민이 불안해하거나 사회질서가 어지럽혀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와 관련해 각 부처 공직자들에 대해서도 “제자리를 지켜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한 총리 권한대행체제로 돌입하면서 국가는 사실상 비상상태다. 한 총리는 국가 안위를 보호하고 외교, 국방,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국민의 안전과 민생을 보살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총리대행 체제가 된다고 국민이 불안해하거나 경제가 흔들리는 일 등은 없어야 한다. 여기에는 국민과 공직사회도 같은 마음으로 동참해 이를 바탕으로 국가적 위기상황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 등 각급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지방정부 위치에서 위기극복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중앙정부에 비해 비록 권한은 적지만 지역단위별로 할 일은 많이 있다.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 안에서 지역주민의 삶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빈틈없이 행정업무를 챙겨야 한다. 특히 국가적 혼란과 행정공백 등을 이유로 저소득 서민층의 생활이 어려움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잘 살펴야 한다. 또 국가적 혼란을 틈타 범죄가 날뛰거나 사회적 비리가 고개를 내미는 일도 없도록 사법기관과 협의해 사전에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지역의 경제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예산은 서둘러 집행하고, 경제계의 어려움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주요 지역현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피고 대응도 신속히 해나가야 한다. 특히 내년도 11월 개최될 APEC 행사준비와 관련한 예산 확보, 그리고 TK 신공항 관련법 개정과 행정통합 등 굵직한 지역현안이 국가적 관심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국가적 위기일수록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 안정을 도모하는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방자치제 실시에 부합하는 일이자 더 많은 자치권한을 획득하는 길이기도 하다.

2024-12-15

미국식 네포티즘

우정구 논설위원 네포티즘(Nepotism)은 권력자가 가족이나 친척에게 관직이나 지위 등을 주는 것을 이르는 족벌주의 정치를 이르는 말이다. 조카(nephew)를 뜻하는 라틴어 네포스(nepos)에서 나온 말. 15∼16세기 교황들이 자신의 사생아를 조카로 위장시켜 특혜를 준 관행에서 유래된 말이라 한다. 최근 재능도 없으면서 스타 부모의 후광으로 인기와 돈을 버는 스타 부부 2세를 두고 할리우드에서는 ‘네포베이비’라는 비아냥이 유행한다고 한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패밀리 정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나 언론이나 국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존 F. 케네디가는 영향력 있는 정치 가문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그의 재임 시 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35세 약관의 나이에 법무부 장관에 임명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것이 계기가 돼 네포티즘 금지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부부가 잇따라 대선후보에 나왔던 클린턴 가문이나 부자가 대통령에 오른 부시 가문 등을 보면 미국의 네포티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네포티즘 논란에 자유롭지 않다. 그는 1기 집권 때 큰딸 이방카를 백악관 고문으로 임명한 바 있다. 지난 10일에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자 킴벌리 길포일을 그리스 주재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그는 이보다 앞서 장녀 이방카의 시아버지를 프랑스 대사로, 둘째 딸의 시아버지는 아랍중동 문제담당 고문으로 지명했다. 외신에 의하면 트럼프 2기 인선의 특징으로 충성파 기용을 들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특혜 논란에도 믿을 수 있는 패밀리 정치를 선택한 것도 충성심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 사회와 달리 미국사회에서 용인되는 네포티즘이 온전할 것인지는 더 지켜볼 대목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15

심상사성(心想事成)의 기적, 명량해전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청룡의 해’ 정기를 받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 중순이다. 필자는 올해를 뒤돌아보며 내년 ‘청사(靑蛇)의 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전라도로 여행을 떠났다. 간 곳은 여수부터 진도까지 남쪽 지역이며, 주로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이번 여행은 장군의 리더십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고, 그의 지혜도 배우며 힐링도 할 수 있는 좋은 추억이었다. 특히 진도 하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명량해전이 있었던 곳이다. 이 해전은 1597년 9월 16일 정유재란 초기에 있었던 해전으로 이순신 장군 휘하 조선 수군 12척으로 일본 수군 333척을 물리친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최고의 해전이다. 적장의 간계로 장군을 투옥한 선조, 장군을 처형하려는 조정 대신들, 끝없이 장군을 괴롭히는 원균, 어머니의 별세 소식, 5개월간의 수감생활로 온전치 못한 몸, 칠전량 전투로 궤멸한 상태의 조선군과 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장수들, 1%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최악의 조건을 딛고 대승을 거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정리해 본다. 어란포에서 한 어부가 왜적이 왔다는 헛소문을 퍼트리자 목을 베어 효시함으로 유언비어의 차단과 민심안정을 도모한 일, 명량해전 전 어란포 해전(8월 28일), 벽파진 해전(9월 7일)의 승리로 분위기 반전은 물론 장졸과의 신뢰를 회복한 일, 울돌목의 조수(潮水)의 흐름을 관찰하여 울돌목을 마주하는 최적의 지리(地利) 선정하고, 최선의 썰물 시간인 천시(天時)를 이용한 일, “병법에 이르기를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한 사람이 길목을 잘 지키면 천 명의 적도 두렵게 할 수 있다.” (일부강경 족구천부), 라는 말로 설득하여 전군을 통합한 일, 모두가 두려워 전선에서 2마장(약 800m) 밖으로 물러났을 때, 그의 배는 홀로 앞으로 돌진하여 현자와 총통으로 싸웠던 장군의 솔선수범이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국의 영웅 호레이쇼 넬슨은 “평생을 두고 경모(敬慕)하는 이는 서양에서는 네덜란드의 명장 미힐 더라위터르이며, 동양에서는 조선의 명장 이순신이다, 두 장수 중 갑으로 추천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이순신 장군이다. 인격이나 창의적 천재성이나 도저히 그를 필적할 수는 없다”라고 하였다. 필자는 그곳에서 그를 기리며 ‘심상사성’이란 말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었다. 이 말을 풀어 쓰면 ‘마음에 생각한 것이 이루어진다.’라는 뜻으로 ‘간절히 바라고 생각하는 일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다’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꿈꾸고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속으로 깊이 새기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간다면 어느 순간 꿈이 현실이 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악의 전투 조건에서 “마음에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라는 심상사성의 절박함으로 전쟁을 기적처럼 대승으로 이끈 장군에게서, 기업도 이 말을 새겨, 갈수록 어려운 여건이지만, 다시 한번 도전적인 경영목표를 세우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어 원하는 바를 이루는 을사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2024-12-15

천명을 유지하는 법

유영희 작가 지난주에 동양의 고전 ‘대학’ 15주 강의가 끝났다. ‘대학’이 편찬된 시기는 적어도 한나라 무제 때라고 하니 2천 년 동안 살아남은 책이라 쉽게 깎아내릴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대학’은 주자가 3강령, 8조목으로 체계화한 이래로 더 유명해졌고 유교가 지배하던 조선 사회에서 우리 문화에 깊이 뿌리박힌 데다 최근까지 중등 교육기관에서도 가르친 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3강령 8조목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에서는 그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참여한 수강생들은 ‘대학’을 처음 읽는다면서도 마지막에 가서는 이구동성으로 ‘대학’의 정치철학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을 발견하며 대학의 메시지에 감동했다. 그중에서 가장 수강생들의 마음을 끈 것은 ‘자신을 속이지 말라’와 ‘천명은 영원하지 않다’라는 두 문장이었다. ‘자신를 속이지 말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진실해지라는 말인데, 말은 쉬워도 자신의 진실함을 발견하고 인정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 아마도 자신에게 진실할 줄을 알고 정성을 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수신서로도 유용하지만 자기계발서로도 손색이 없다. ‘천명은 영원하지 않다’는 문장은 요즘 상황과 맞물려 깊은 울림을 준 것 같다. 중국 고대 흥성했던 은나라의 예를 들며, 처음 탕왕이 은나라를 세울 때는 백성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인데, 주왕의 폭정으로 백성의 마음을 잃게 되자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웠다고 한다. 무왕이 백성의 마음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천명은 어느 왕조에게 영원히 주어지지 않고 오직 백성에게 부모노릇을 제대로 했을 때만 주어진다고 강조한다. 통치자를 부모에 비유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통치자의 의무를 강조하는 논리로 생각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지금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이 옳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당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당이 무너질까봐 반대한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야당도 이런 오류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자신의 권력이 10년은 간다고 호언장담했던 인물도 있었다. 그런 오만으로 결국 정권이 바뀌었으니, 민심은 무섭도록 옳다.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때는 국민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지만, 국민의 마음을 저버리면 천명은 언제든지 거두어진다. 이번 시민의 대통령 탄핵 시위는 천명이 거두어지는 과정이었다. 게다가 이번 시위는 놀랍도록 평화적이고 경쾌하게 진행되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상’ 같은 k-팝이 흘러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예전에 화염병을 던지는 식의 비장하고 공격적인 시위 문화는 다 극복한 것만 같다. 잠시 혼란은 두 걸음을 내딛기 위한 한 걸음 후퇴일 뿐이다. 민심이 바로 천명이다. 이런 시민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해갈 것이다.

2024-12-15

슬픔의 광야에서

이희정 시인 내가 화나고 성나는 날은 누군가 내 발등을 질겅질겅밟습니다 내가 위로받고 싶고 등을 기대고 싶은 날은 누군가 내 오른뺨과 왼뺨을 딱딱 때립니다 내가 지치고 곤고하고 쓸쓸한 날은 지난날 분별없이 뿌린 말의 씨앗, 정의 씨앗들이 크고 작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꽂힙니다 오 하느님, 말을 제대로 건사하길 정을 제대로 바로잡기란 철없는 마흔에 얼마나 무거운 멍에인지요 나는 내 마음에 포르말린을 뿌릴 수는 없으므로 나는 내 따뜻한 피에 옥시풀을 섞을 수는 없으므로 나는 내 오관에 유한락스를 풀어 용량이 큰 미련과 정을 헹굴 수는 더욱 없으므로 어눌한 상처들이 덧난다 해도 덧난 상처들로 슬픔의 광야에 이른다 해도, 부처님이 될 수 없는 내 사지에 돌을 눌러둘 수는 없습니다 ―고정희 ‘무너지는 것들 옆에서’ 전문 (‘아름다운 사람 하나’, 문학동네) 역사는 반복되기도 한다. 우리는‘역사를’ 배울 것이 아니라 ‘역사에서’배워야 한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반복될 때 생겨나는 것은 관계의 성질이다. 그러니까 복간본으로 만나는 고정희 시인의 숫자는 기수가 아니라 서수다. 반복되는 대비항들은 서로 대등하지 않다. 처음의 선행이 없었다면 복간은 개진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복간이 부가적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고정희 시인에게서 중요한 것은 반복성인지 모른다. 반복 속에는 그리움의 내성이 있다. 이 시집의 서문에서 그리움의 마음을‘I Miss You’라고 한다면‘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라는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을 얹은 점은 이채롭다. 그렇다. 그녀에게 시는, 그 깎아지른 벼랑과 같은 생은, 무너지는 것들에 대해 혼신의 영혼을 바친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1948년 해남에서 태어나 1991년 지리산 등반 중 실족사로 43년의 생을 마감한 고정희 시인을 하나의 언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성주의, 탈식민주의, 민중 의식, 그리고 장르의 실험, 기독교 의식 등 다양한 관점에서 시인의 장력을 가늠할 수 있다. 1980년대 시인으로 수렴되는 화자는 자신의 40대를 바라보고 있다. 더욱이 “화나고 성나는 날 / 위로받고 기대고 싶은 날 / 질겅질겅 밟히고 뺨을 딱딱 맞”는 화자는 오른뺨에서 왼뺨을 내주고 화를 내는 대신 발등을 내어준다. 시인의 종교적 죄의식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여기에 이유 같은 것은 틈입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중요한 질문은 정의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나는 정의로운가 하는 것이다. 해서 이 시에서 정의는 성서 구절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언어로 묘사된다. 시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누는 분기점은 “포르말린”“옥시풀”“유한락스”라는 화학제의 기표일 것이다. 상처받은 마음을 표백제로 위장해 지워버리겠다는 위악보다는 “자신의 따뜻한 피”와“용량이 큰 미련”과 “정”을 헹굴 수 없다는 기의가 승하다는 사실이다. 시인에게 이 지점은 중요한 선택이 되었을 것이다. 고정희의 시‘무너지는 것들 옆에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로소 개진되는 이야기다. 그 선택은 최선이 아닌 최악의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건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여성이라는 화자가 자신의 운명을 걸고 자신의 분명한 마음을 드러내 보이면서 주체적으로 해낸 최고의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 화자가 자기 자신이 되는 경험 속으로 무거운 멍에를 딛고 걸음을 촉진해 보는 것이다. 인생의 거친 광야에서 “내 사지에 돌을 눌러 둘 수는 없”을 테니까. “어눌한 상처들이 덧난다 해도 / 덧난 상처들로 슬픔의 광야에 이른다 해도”

2024-12-15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

강영석 상주시장 물실호기(勿失好機) 하면 떠오르는 도시가 하나 있다. 바로 상주시다. 최근 상주시는 기업 지방이전 촉진 우수모델 공모사업, 국민안전체험관, 지역활력타운, 교육발전특구, 기회발전특구 등 각종 공모사업에 도전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다. 그러나 제대로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난제에 봉착해 있지만 아직까지 호기(好機)가 남아 있다. 바로 통합신청사와 연계되는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이다. 상주시는 올 6월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쾌재를 부른 적이 있다. 공간혁신 구역 선도사업은 토지의 용도 제한을 없애고 용적률과 건폐율도 지자체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융·복합적인 도시 개발이 가능한 특례구역을 말한다. 지방소멸위기에 놓여 있는 상주시의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호기(好機)인 셈이다. 이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은 상주시 통합신청사 건립사업이 선결과제다. 현 상주시청사는 1988년에 건립되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건물 노후화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 증가, 부지 확장성 부족, 협소한 업무 공간과 주차 공간, 건물 안전 진단 C등급 등으로 인해 신청사 건립이 필요하단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통합 신청사 건립이 무산된다면, 제3차 지진방재 종합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의무화된 현 청사 내진보강을 진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2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수반된다. 공사 기간 중 시청 각 부서는 모듈러 사무실과 민간 건물을 임차해 근무하게 될 것이며 이는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지자체가 그렇듯이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행정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시청사의 면적에 견줘, 현 상주시청사의 경우 외부 사무공간까지 감안하면 증축이 불가하여 신축을 통한 공간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995년 시·군 통합과 지방자치의 부활을 계기로 통합 신청사 건립은 상주시민 모두의 염원이었다. 이에 2001년 통합청사건립기금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하고 통합청사건립기금을 적립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적립금은 1,334억원이 되었다. 지금까지 3번의 신청사 건립 시도와 좌절이 있었지만, 상주시는 4번째로 통합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국토교통부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지’에 경북에서 유일하게 최종후보지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내 현재 추진 중인 통합신청사 건립사업과 함께 큰 시너지효과를 내어 침체된 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은 국공유지가 대부분인 시청사, 문화회관 등 공공시설 이전 후적지에 공동주택, 비즈니스타운, 복합문화센터 등의 주거·업무·문화 공간이 공존하는 고밀·압축개발을 통해 인구소멸 및 도심쇠퇴에 대응하는 등 도심 공동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주시는 도심 활성화와 콤팩트시티 개발을 위해 각종 기반시설의 이전 후적지인 국·공유지를 활용, 복합적이고 압축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간혁신구역의 취지에 맞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공간 활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아울러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전담팀을 즉시 구성하여 행정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상주시의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은 단순히 도시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상주시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나가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공간혁신구역 개발 사업이 지역 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 상주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와 4천억원 이상의 부가적인 경제 효과, 2,6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콤팩트시티 개발이 완료되면 인구 위기에서 탈피해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쟁력 있는 도시이자, 청년들의 꿈이 실현되는 기회의 도시로 변모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풍부한 인프라와 잠재력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도시 개발을 추진해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과 경제 활성화,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상주시를 더욱 활기찬 도시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은 현 청사 이전을 전제로 한 이전 후적지 개발사업으로 선정됐고, 시청사 이전이 선행되어야 그 후의 모든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만약 통합 신청사 건립사업이 무산될 경우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추진 또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날의 호기를 놓친 아픈 기억을 기억해 이번에야말로 물실호기(勿失好機)의 자세로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2024-12-15

울릉도 용천수, 샘물로 개발돼 첫 출시…‘Vio 휘오 울림워터 성공 기대

경북부 김두한 기자 작은 섬 울릉도에서 생산되는 먹는 물은 자연정수 능력이 뛰어난 화산섬 깊은 땅속에서 용출되는 물로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울릉군이 물을 생산하고자 각종 연구기관에 시험을 의뢰한 결과다.  10년 전부터 우수한 샘물을 판매하고자 울릉군이 노력했지만 먹는 샘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용출수 표층수는 먹는 물로 판매할 수 없다. 지하 200m 암반에서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울릉도는 지하수를 생산할 수 없다, 굴착시 지반 붕괴 등으로 울릉도 물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울릉군은 용천수도 판매가 가능하도록 샘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에 나서 결국 울릉군에서 생산되는 물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먹는 물 판매를 위해 10년 넘게 상위법과 싸워 이긴 것이다. 울릉샘물  ‘Vio 휘오 울림워터‘는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백화점에서 LG생활건강과 코카-콜라사 프리미엄 워터 라인으로 출시했다. 현재 국내 생수시장은 제주개발공사의 ’제주 삼다수‘와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 등 상위 세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울릉샘물은 동해 한가운데 청정섬이라는 특징과 자연환경이 깨끗한 화산섬에서 생산된다는 점, 우리나라 첫 나리분지 용출소에서 나오는 물이라는 점이 메리트다. 울릉도는 예로부터 물 좋기로 소문났다. 울릉도 샘물 생산을 위해 울릉군은 세계적인 생수회사 프랑스 에비앙을 방문, 각종 성분을 분석하고 시험하는 등 그동안 동부서주했다.  그간의 결과을 보면 울릉 용출수 샘물은 세계 어느 나라 물과 비교해도 성분이 우수하고 손색없음이 증명된다. 국내 먹는 샘물 시장은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1조 77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생수시장은 이듬해 2조 1200억원으로 성장했다. 2023년엔 2조 7400억원에 이어 올해는 3조 17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3년 새 54.8%의 높은 시장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시중에 유통 중인 생수 브랜드도 400종 이상으로 확대됐다.  물 시장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지만 울림워터의 신규 브랜드가 연착륙하기에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브랜드가 높은 인지도는 물론 로열티를 토대로 안정적인 점유율을 구축하면서 후발업체들이 유의미한 점유율 확보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체가 직접 기획·제조해 유통 마진을 크게 줄여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울림워터'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우선 생산지가 청정지역 울릉도다. 유해한 공해업체 하나 없는, 말 그대로 순수 자연환경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곳이 울릉이다. 오염이라는 말 자체가 성랍하지 않는 그런 곳에서 생산되는 물, 당연히 믿어도 될터다. 지하암반수가 아니라 전국 최초로 용천수로 생산된다는 점도 비교 우위의 자산이다.   지하수가 암석이나 지층의 틈을 통해 지표면으로 자연스럽게 솟아난 지점을 용천이라고 하고 이 물을 용천수라 한다.  지하수가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지표로 올라오다보니 여과가 돼 물맛이 좋을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울릉군민들의 젖줄이었던 이 울릉용천수를 이제 국민들과 함께 먹기 위해 울릉군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 상품화 했다. 깨끗하고 신박하며 깊은 물맛 등을 간직한 울릉샘물의 성공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국민들의 반응이 무척 기대된다.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2024-12-13

경북 동북 5개 군이 잘 사는 길

신광조​​​​​​​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한국은 2075년 ‘인구 소멸 1호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경북 영양군의 인구는 올해 4월 기준 1만5920명으로,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적은 자치단체로는 울릉과 옹진군을 제외하면 강원도의 양구·화천, 경북 영양과 군위, 청송, 전북의 무주·진안·장수가 있으며, 이들 지역의 인구는 1만명에서 2만5000명 수준이다. 필자는 봉화·울진·영양·영덕·청송군의 통합을 주장한다. 이들 지역의 인구를 모두 합해도 10만명에 미치지 못하며, 50년 후에는 ‘공무원 반 주민 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주·진안·장수 지역의 경우, 기초 자치단체장과 자치단체 의원들의 자리 보전을 위해 행정구역이 쪼개져 있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반면‘봉·울·영·영·청’ 5개 군은 모두 자존심과 자부심이 강한 지역이다.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하고, 지자(智者)는 물을 좋아하며, 용자(勇者)는 바다를 좋아한다는 말처럼, 5개 군이 통합된다면 인·지·용(仁·智·勇)의 기상을 갖춘 인재들이 더욱 많이 탄생할 것이다. 이곳에서는 사과 향기와 산소를 느낄 수 있으며, 산양과 반딧불도 볼 수 있어 한국의 케렌시아와 같다. 영양은 고추로 유명하며, 오일도, 조지훈, 이문열 등 많은 문인을 배출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 행정 정보화를 이끌었던 삼보컴퓨터 이용태 회장, 울진 두천에서 ‘반딧불이 보부상 주막촌’을 열고 제2의 새마을 운동을 일으키고 있는 나광호 동지가 동북 5군 출신이다. 사랑하는 경북 동북 5개 군 주민들을 행복하게 해 드릴 7송이 수선화를 준비해 드리고 싶다. 통합되는 경북 동북 5개 군을 ‘산소(酸素) 시’(푸른 시, 반딧불 시)로 부르고 싶다. 산소 시는 시장 이하 주민들께서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을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할까만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살기 좋고 돈 많이 벌고 사람들 찾아오는 도시 된다. 첫째는 삼림이다. 바라보는 산 아닌 돈 되는 산 되어야 한다. 불과 쇠 시대에서 물과 나무 시대로 바뀐다. 독일·스위스처럼 벌채와 식목으로 산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자. 둘째는 행정과 AI의 접목이다. 블록체인 도입으로 행정 개혁 선구자 도시가 산소 시가 되자. 유럽 에스토니아에서 배우면 된다. 삼보컴퓨터 이용태 회장께서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셋째는 사과다. 청송 사과는 지금도 최고로 달고 맛있다. 세계 최고의 사과를 생산하여 와인도 만들고 국민 모두가 사과를 한 알씩 매일 먹도록 하자. 넷째는 에너지다. 영덕과 울진은 한국 에너지 생산 보물 단지다. 수소 경제까지 점령하자.‘전기 지역 차등 요금제’가 곧 실시된다. 산소 시가 싼 전기 요금으로 스마트 팜 천국이 된다. 다섯째는 마음 건강이다. 이상구 박사가 이곳 자연 휴양림에 산골 리조트를 설립하고 뉴스타트 운동을 벌이도록 하자. 여섯째는 관광 진주가 되자. 덕구온천은 라듐이 풍부한 천혜의 온천이다. 불영계곡과 패키지 관광 상품을 개발하면 된다. 일곱째는 ‘재즈’다. 한국 수력·원자력과 협조하여 아시아 최고의 재즈 페스티벌을 창설하자. 관광객이 몰려오고 울진 파도 식당 ‘곰칫국’ 인기가 폭발한다.

2024-12-12

양극화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의 유명 사전출판사인 메리엄 웹스터는 올해의 단어로 양극화(Polarization)를 꼽았다. 미국의 대선 기간 동안 언론매체들이 가장 광범위하게 많이 사용한 단어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메리엄 웹스터는 2022년 올해의 단어로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뽑아 이를 유행시킨 출판사로 유명하다. 지난해는 “진짜의” “진품의” 뜻을 가진 어센틱(Authentic)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바 있다. 출판사는 “우리가 목격한 것들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사회적 조류 때문이라 했다. 출판사는 올해 선정한 양극화에 대한 정의로 “뚜렷이 대조되는 두개의 대립으로 분할되는 것. 특히 한 사회나 집단의 의견 또는 신념, 이해관계가 양극단으로 집중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도 양극화라는 말은 숱한 문제점을 던져주는 단어로 이해되고 있다. 사회 불평등 심화를 가르키는 말로 사회 중간계층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 케이스로 부의 양극화와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를 들 수 있다.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는 단어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쑥 들어간 세상이 됐다. 가난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사라진 세상이 됐다는 의미다. 잘사는 집 아이일수록 좋은 학원을 다니고 외국으로 유학까지 갈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에 가난한 집 아이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 좋은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우리 정치도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양극단에 서 있다. 두 진영 간 대립과 갈등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 계엄사태 후폭풍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12

여당 균열…尹 탄핵가능성 높아지나

이번 주말(14일) 재표결할 예정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확률이 높아졌다. 심각한 계파갈등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각자 소신대로 투표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2일 오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담화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탄핵 절차로서 대통령의 직무집행을 정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한 대표의 강한 발언수위로 볼 때, 여당 당론인 ‘질서 있는 퇴진’은 물 건너간 것 같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지난 1차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김예지 의원과 최근 찬성 의사를 밝힌 김재섭·김상욱·조경태·한지아·진종오 의원을 포함하면 이미 7명의 찬성표가 나온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한(한동훈)계 배현진·박정훈·김소희·유용원·고동진 의원과 친윤계 권영세·김대식 의원도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중 1명만 찬성표를 던지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이제 윤 대통령 탄핵은 불가피해진 분위기다. 계엄군 수뇌부의 공개 발언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지금은 윤 대통령의 긴급체포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대다수 국민도 중범죄 혐의를 받는 대통령이 왜 내년 2~3월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군 통수권을 비롯한 안보와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게 되는 측면도 있다. 탄핵이 되면 대통령 권한 행사는 곧바로 정지된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 헌법이 규정한 탄핵 절차대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 전까지 예측가능한 행정부 기능을 소화할 수 있다. 14일 탄핵소추안 재표결에서 여당 의원 각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2024-12-12

대경선 개통…TK 공동생활권 시대 열린다

비수도권 최초로 광역철도인 대경선이 14일 개통된다. 대구와 경북의 8개 시군을 연결하는 광역교통체계가 이뤄짐으로써 대구경북은 명실공히 공동생활권 시대를 열게 된다. 대구와 인근 지자체 간의 거리는 1시간 이내로 좁혀져 통근과 통학 수요뿐 아니라 대구권 생활인구 이동에도 획기적 변화가 예상된다. 대경선은 구미, 사곡, 북삼, 왜관, 서대구, 대구, 동대구, 경산 등 8개역을 경유한다. 구미에서 경산까지 42분이 소요되며 요금은 기본요금 1500원에 거리에 비례해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하루 100회 왕복으로 자정까지 운행됨으로 대구권 시도민은 시내버스처럼 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대구시는 대경선 광역철도 개통을 계기로 도시철도와 대경선 간의 광역환승제도도 확대 시행한다. 현재 대구와 경산, 영천 간에 이뤄지던 환승시스템을 김천, 구미, 청도, 고령, 성주, 칠곡 등으로 확대해 9개 자치단체 주민의 교통편익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열차표를 끊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교통카드 하나로 지역간 이동을 할 수 있다. 대구시는 광역환승제 확대 시행으로 연간 광역환승 건수가 기존의 두배인 2000만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시도민의 교통비도 50%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광역철도가 시행되는 것과 맞춰 도시철도 1호선의 안심-하양 연장구간도 이달 21일 개통된다. 대학가가 밀집한 하양지역의 교통소통과 인구이동에 획기적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대구권을 중심으로 300여 만명의 인구가 이용할 광역철도망과 광역환승제도는 지역민의 생활뿐 아니라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지적대로 환승제 확대와 광역철도 개통이 대구경북의 통합을 견인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대구와 경북은 한뿌리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역의 100년을 기약하는 신공항과 더불어 대구경북 광역권 교통체계를 더 확대해 지역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문제도 광역교통망 확충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구권 공동생활권 시대가 가져올 변화에 기대가 크다.

2024-12-12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마세요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며칠 전 조금 풀린 날씨에 철길숲을 걸어보려고 갔었는데 낮게 걸린 현수막이 하나 보였다.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무슨 말이지? 하고 가까이 가봤더니 비둘기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 됐다는 것이었다. 평화의 상징인 하얀 비둘기가 해를 끼치는 동물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참새 까치 까마귀 등 15종류와 함께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유해 조류로 보는 이유는 첫째, 잡식성이라 배설물이 깨끗할 리 없고 둘째, 배설물이 강한 산성이어서 문화재와 건축물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셋째, 이곳저곳 많이 날아다니기에 깃털의 바이러스로 인해 아토피성 피부염을 퍼뜨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도 이미 비둘기와의 전쟁을 선포하였으며, 영국은 모이를 주었을 때 벌금부과를 하고, 프랑스는 집을 지어주고 산란하면 깨어버리고, 스위스는 알 바꿔치기를 하며, 미국은 불임약을 먹여서 개체 수를 줄인다는 것이다. 비둘기는 전 세계에 약 30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멧비둘기, 집비둘기와 천연기념물 215호인 흑비둘기를 포함하여 8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 집비둘기를 환경부가 유해 동물로 지정하자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비둘기를 곱게 보는 국민 정서를 감안하여 포획보다는 굶기거나 불임약을 주어 개체를 줄이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비둘기는 1년에 1~2회 번식하지만 도심에 살고있는 경우 4~5회 정도 번식하여 개체 수가 증가 하는데, 이는 도심에는 매와 황조롱이 같은 천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전역에 약 100만 마리 가량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서울 경기에서 5년간 비둘기 수는 3배로 증가하였고 비둘기 관련 민원이 3000 건에 육박하고 있는데, 86아시안게임에서 3000 마리를 평화의 상징으로 날려 보낸 것이 개체 수 증가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참새와 까치도 무리 지어 농작물과 과수에 피해를 주며 까마귀도 전신주에 앉아 전력시설에 장애를 주고 있다. 도심 속 비둘기는 몸을 씻을 만한 곳이 마땅찮아 깃털에 병균이 많이 붙어있다. 또 사람들이 먹고 버린 음식 찌꺼기를 주워 먹는 탓에 배설물로 뇌수막염이나 피부염 같은 질병을 옮기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조사한 결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지자체마다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에 대한 조례가 정해져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할테니 공원이나 길에서 무리지어 노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던져주며 즐기던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우리에게 ‘퍼주기 정책’, 즉 포퓰리즘이라는 것이 있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지역화폐(지역사랑 상품권)의 국고지원 의무화 법안도 올해 세수 부족 30조원 이상으로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지지나 않을지 우려되니, 좌파 정권에 의해 1970년대 부국에서 빈국으로 떨어진 베네수엘라를 교훈 삼아 우리 전 국민 1인당 25만원 현금 지급하겠다는 발상도 접어야한다. 스위스는 성인 월 300만원을 무상지급하려는 기본소득제를 국민 77%가 반대하였다. 일을 하지않으려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 무차별 복지에 대한 반대였다.

2024-12-12

원자력 발전

강길수 수필가 며칠 전 한울 원자력발전소에 다녀왔다. 2년마다 한 번씩 업무차 가는데, 올해가 4번째다. 2018년 원자력 발전소 안에 처음 갔을 때, 놀란 게 셋이다. 우선, 깨끗함이다. 제철소, 화학 공장 등에서 일하며 만났던 현장들과는 차원 다르게 청결했다. 다음, 원자로 격납고 건물이 생각보다 거대했다. 멀리서는 별로 커 보이지 않았는데, 곁에 가니 훨씬 큰 규모였다. 그다음, 터빈 크기에 압도당했다. 내가 사는 3층짜리 아파트 한 동보다 터빈이 커 보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인 웅장한 청정에너지 생산 현장이었다. 깨끗하고 거대한 발전소에 감탄하며 업무차 만난 직원에게, “이런 데 근무하면 일할 기분 절로 나겠어요!.”라고 했더니, 직원은 “그렇지도 않아요.”라며 약간은 걱정되는 표정을 지었었다. 왜냐고 묻는 말에,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앞날 걱정이 된다고 했었다. 한데, 올해는 많은 공사를 하고 있음이 한눈에 보였다. 원자력 발전은 청정에너지 생산의 으뜸이다. 방사능 위험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전력공급의 안정성, 신뢰성, 친환경성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지구촌에 탈원전 바람이 불었었다. 하지만, 탄소 배출 없는 원전을 늘리지 않고는 기후변화와 급증하는 전력 수요 대처할 수 없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나 조건에 따라 생산량이 변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5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5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선언에 서명한 국가가 25국에서 31국으로 늘었다. 한국은 기 서명국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에너지값이 급등하고, AI 산업 성장도 전력난을 가중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는 기존 검색엔진보다 10배의 전기를 소모한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6년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를 본 뒤 코미디 같은 행태를 보였다. 원전 추가건설을 막고 탈핵, 탈원전 국가로 가야 한다고 했다.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 및 월성 1호기 폐쇄, 탈원전 로드맵 수립’을 대선 공약으로 내놨다. 전문가 참여 없는 탈원전 공약이었다 싶다. 취임 뒤 탈원전을 5년간 추진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이던 한국의 원전 생태계는 생명력을 많이 잃었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가 원전 생태계 정상화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의 예산 삭감으로 타격이 걱정된다. 언론에 보도된 25년 원전 관련 정부 예산/민주당삭감액은 이렇다. 원전 생태계 금융 지원 1500억/500억 삭감,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 연구개발 사업 329억2000만/삭감, 원자력 생태계 지원 사업 112억/삭감, SMR 제작 지원 센터 구축 사업 예산 55억800만/삭감, 소듐 냉각 고속로(SFR) 연구개발 예산 70억/63억 삭감 등이다. 야당은 나라와 국민 삶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들 입맛에만 맞는 예산 주무르기를 멈추기 바란다. 또, 나라 살림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도를 정치권과 정부가 만들기도 바란다.

2024-12-12

지역기업 인력난 심화…모든 대책 동원해야

대구지역 기업들의 인력난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지역기업 현장인력 수급 및 외국인 고용 현황 조사에 의하면 지역기업의 절반이 넘는 55.4%가 현장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유통업과 건설업보다 더 심각하며 제조업 중에서는 지역 전통산업인 섬유업이 가장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인력 수급난의 원인에 대해서는 현장근무 기피현상(37.6%)이 가장 많았고, 채용가능 인력부족(23.3%), 낮은 급여와 복지 수준(23.3%) 순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이 많은 대구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에 적합한 대책이 별도 마련돼야 한다. 지난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실업자 5명 중 1명은 반년 이상 구직활동을 벌였으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소기업의 현장인력 부족에 배치되는 현상으로 일자리 미스메치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이 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생산직 기피현상과 대기업 취업에만 매달리는 청년층의 지방이탈 등이 지역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앞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등이 진행되면 그 여파로 중소기업의 현장인력 구인난은 더 악화될 것이 뻔하다. 대구상의 조사에서 기업들은 대안으로 60세 이상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기업이 조사대상의 32.4%로 가장 많아 고령자 계속 고용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외국인 근로자 고용도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조사대상 기업의 35.6%가 외국인 근로자를 이미 고용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따른 관리 및 제도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앞으로 생산가능 연령인구가 지속 감소하고 이로 인한 생산직 근로자의 수는 절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타파할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많은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 개발이 있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활성화도 그 대책의 일환이 된다.

2024-12-11

정치의 불안과 국민의 현실

장규열 고문 초등학교 때였나, 국군장병들을 위문하는 편지를 썼었다. 상투적으로 적었던 구절이 바로 ‘저희들의 하루하루를 편안하게 지켜주시는 국군 아저씨께….’가 아니었던가. 그 뜻을 이제야 새긴다. 대한민국은 편안한 밤을 잊어버렸다. 간밤에 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공연히 불안하고 마음이 쓰인다. 정치가 국민을 힘들게 한다. 최근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국민에게 어둡고도 힘겹다. 대통령의 실책으로 촉발된 비상계엄 논란은 정치권의 혼란을 가중시켰으며, 언론은 이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부각시켰다. 국민의 하루하루는 정치권의 복잡한 셈법이나 첨예한 갈등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정치적 혼란은 국민 개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가는 치솟고, 경제는 침체되며, 청년들은 미래를 불안해 하고있다. 중소상공인들은 일상의 생계를 걱정하며, 직장인들은 끝없는 업무와 고용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치권의 논쟁과 갈등은 국민에게는 사치로 보일 뿐이다. 탄핵이든 하야든, 자격정지든 혹은 조기대선이든,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어디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나. 국민에게 소중한 소통의 통로여야 할 언론 또한 문제다. 갈등을 조명하고 이념 대립을 자극하는 기사는 많지만,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문제해결을 위한 진중한 논의는 태부족이다. 보통사람 국민에게 좌와 우로 나뉘어 다툴 여력이 없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정치권의 자기보호적 논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삶의 무게를 덜어줄 민생정책이다. 정부를 둘러싼 논란이 길어질수록, 정치와 국민의 간극은 더욱 벌어진다. 정치적 권력 다툼이 아닌,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는 정치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문제는 헌법적 절차와 국민적 합의에 따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국민의 현실을 직시할 때다. 국민은 더 이상 정치적 혼란 속에서 갈피를 잃을 까닭이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비상계엄 논란에서 시급히 벗어나,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서로를 비난하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 오늘도 국민은 자신의 자리에서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의 삶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 이 어두운 현실을 넘어서는 희망의 불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책으로 비롯된 여러 어려움을 군을 동원하면서 무력으로 돌파하려 한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 앞에 큰 실수를 하였다. 국민의 하루하루를 지켜야 했을 국군장병들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려 한 일은 용서받기 힘들다. 보통 사람의 평범한 일상이 편안하게 지켜지는 나라에 살고 싶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무겁게 여기며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국민이 편해야 나라가 편하다. 국민은 저녁마다 편안하게 잠들고 싶다.

2024-12-11

특전사 별들의 눈물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의원들의 표결에 의해 해제된 이후 그 후폭풍이 거세다. 현재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앞을 다퉈 관련자들을 출국금지 하고, 소환하는 등 조처를 취하고 있는 상황. 비상계엄이 선포된 그날 밤 국회와 선관위 등에 출동한 부대의 지휘관들은 특히 곤혹스러움에 직면해 있다. 국회에 출석하거나,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기자회견을 자청한 특전사령관과 1공수 여단장, 707특수임무단장 등은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의미로 눈물을 흘렸다. 특전사령부는 1979년 겨울에 전두환 군부의 명령으로 동원돼 쿠데타에 적극 가담했다는 불명예를 씻으려 45년간 노력해왔다. 이번 국회 출동으로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을 듯하다. 특전사는 한국전쟁 당시 큰 활약을 보인 켈로부대를 모체로 탄생한 부대다. 유사시 육·해·공의 어느 곳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평소에 강한 훈련을 반복하는 한국 최정예 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국가 전복의 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며, 무장공비 등 외부의 적이 국토를 침탈한 것도 아닌데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 있는 국회에 헬기를 타고 무장한 채 들어갔다는 건 ‘내란 중요임무 종사’의 죄를 물을 수도 있는 심각한 일이다. 반성의 눈물로 감정적 용서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눈물만으론 법적 책임까지 피해갈 수는 없을 게 분명하다. 특전사에게도 이번 계엄 선포는 비극이다. 최고 지휘관들이 업무에서 배제된 수도방위사령부와 국군방첩사령부 장성들의 앞날도 혹한의 겨울밤처럼 어둡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2-11

권성동 원내대표 출마로 사분오열된 여당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단일대오를 유지했던 국민의힘에서 친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탄핵찬성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그저께(10일)는 윤 대통령도 여당의 조기 하야 요구와 관련, 탄핵소추가 되더라도 직무정지 상태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오는 14일 예정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여당 내 찬성표가 얼마나 나올지 주목된다. 현재 국민의힘 친한계와 소장파 그룹에서는 잇달아 탄핵 찬성 또는 표결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계엄 해제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친윤계의 핵심인 권성동(5선) 의원이 그저께 원내대표에 출마하자 비윤·친한계 의원들이 대거 탄핵찬성 쪽으로 돌아서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권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고 윤 대통령 당선 후엔 원내대표를 지내 ‘원조 윤핵관’으로 불렸다. 당내에서는 “친윤계가 권 의원의 원내대표 취임 이후 최고위원 4명을 사퇴시키고 당을 장악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말도 나온다. 권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선언 후 여당 내 분위기는 ‘탄핵표결 불참’ 당론 유지가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지금 탄핵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만 해도 탄핵저지선인 8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저께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윤 대통령 내란죄 상설특검 수사요구안 표결에서 친한계와 소장파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22명)를 던진 것이 이러한 당내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몰락하게 된 원인을 따져보면, 친윤계의 무분별한 추종이 한몫했다. 지금도 친윤계 중진 상당수는 윤 대통령 자진하야에 반대하며 임기단축 개헌을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민심과는 동떨어진 뜬금없는 얘기다. 이러니 당내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덮어놓고 중진들의 의견을 따랐다간 당 전체가 쓰나미처럼 함께 쓸려나갈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하는 것이다. 만약 권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선돼, 한 대표를 패싱하고 당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경우 국민의힘은 분열돼 군소정당으로 추락할 수 있다.

2024-12-11

삶과 길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나의 버킷리스트 중 일순위인 한국어해외봉사를 하려면 한국어교원 자격증 취득이 필요했다. 국어교사자격증도 있고, 국문과 대학교수 25년 경력이 있어도 외국인 대상 한국어교수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예전엔 국어교사 경력으로 대체인정해주었는데 법이 더 엄격해졌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을 찾아 검색했다. 원격평생학습 학점은행제가 가장 적당해 진흥원격평생교육원에 상담했다. 대부분의 사이버대학에서는 2년이 꼬박 소요된다는데 1년 반만에 가능하다기에 2026년 취득 목적으로 2주째 열공 중이다. 매주 개설되는 과목을 15주 동안 수강하고 쪽지시험,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치고, 과제 제출도 해야 한다. 강의 신청하면 먼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상담사의 말이 있었다. 뭐 어려우랴 쓰면 되지 들어갔더니 좌우명, 취미, 각오를 적으라 했다. 좌우명이라…. 여태껏 좌우명을 따로 정해 둔 적이 없어 잠시 머뭇거렸다. 문득 20대부터 평생을 가르치는 직업에 있다가 70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또 공부하려고 컴퓨터 앞에 있는 내가 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적어 넣었다. ‘삶은 영원한 배움의 연속이다.’ 지난 일요일 손주 둘을 데리고 영화관엘 갔다. 직장에 육아에 늘 잠이 모자란 아들과 며느리가 주말에 몰아서라도 잠자게 하고 싶었다. 나도 그러지 않았던가. 바깥놀이를 하기엔 추운 날씨라 생각하다 떠오른 게 영화였다. 마침 애들이 볼 만한 영화 ‘모아나2’가 상영 중이었다. 작년만 해도 혼자서 둘을 데리고 극장 가는 게 힘에 부쳤는데, 이젠 아니다. 영화관 입구 도착하자 나는 아들이 예매해 준 표를 키오스크에서 출력했다. 손주들은 또 다른 키오스크에 다가가 각자 원하는 팝콘과 음료를 능숙하게 선택했고 나는 카드만 넣어주면 되었다. 번호표를 뽑고는 기다렸다가 자기 번호를 부르면 찾아가는 것도 자연스럽다. 어두컴컴한 영화관에서 자리를 찾아 앉고, 앉자마자 좌우 팔걸이에 음료와 팝콘을 세팅하고는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간식을 먹고, 가운데 앉은 내 양쪽에서 팝콘을 번갈아 내 입에 넣어주는 것까지 뭐 하나 나무랄 일이 없다. 애니메이션 영화 ‘모아나2’는 여주인공 모아나가 리더가 되어 온갖 저주와 시련을 견디고 헤쳐 모험하는 무용담이다. 손주들은 금방 영화에 몰입했다. 우스운 장면에서는 유달리 크게 웃고, 어떤 장면에서는 주인공을 도와주려고 간섭하고 실패하면 탄식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영화 얘기를 나눴다. 의외로 세세한 장면들을 기억하고 복선으로 장치된 그림이나 벽화 따위를 말하는데 놀라웠다.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어떤 장면들은 설명해 주기도 했다. 특히 작중 인물들의 대사들을 또렷이 기억하는 게 신기했다. 손자는 ‘길을 헤매도 괜찮아.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으니까.’라고 말한 마녀의 말을 기억한다고 했다. 손녀는 마우이도 ‘언제나 길은 있어’라고 말했다며 우겼다. 둘 다 옳은 말이다. 난 3000년 나이의 마우이가 ‘인생은 실패하고 배우고 죽는 거야’라고 말하는데 며칠 전 내가 썼던 좌우명과 유사해 살짝 소름 돋았다. 그래 우리의 삶은 길의 연속이지. 배움이라는 길.

2024-12-11

오십견 얼마나 치료를 해야 나을까?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가장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 뭐냐고 물어보면 단연코 오래된 오십견이라고 할 수 있다. 목 디스크, 허리디스크, 심한 두통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근육, 인대, 신경에 침을 놓고 거기 맞는 약을 쓰면 아주 어렵지 않게 치료되는 경우가 많으나 오십견은 그렇지 않다. 심하게 굳은 경우는 팔을 앞으로 올렸을 때 90도 이상 올리지 못하고 팔을 옆으로 올리는 동작과 뒤로 하는 동작도 대부분 제한이 걸려 있다. 앞으로 올리는 것이 첫째 목표고 앞으로 올라가면 팔을 뒤로 등까지 닿게 하는 치료를 한다. 통증은 팔이 올라감에 따라 점점 좋아지기 때문에 통증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팔이 얼마나 가벼워지고 많이 올라가는가에 집중을 해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오십견은 어깨에 통증이 발생하고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는 질환으로, 정확한 명칭은 동결견 또는 유착성 관절낭염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보면 증상 발병 후 1~2년이 지나면 회복된다고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더 자주 보게 된다. 진성 오십견 환자의 통증은 아주 극심해서 팔이 아파서 전혀 잠을 자지 못하고 어떻게 움직여도 아프기 때문에 팔의 가동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오십견은 회전근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회전근개를 풀어주는 것과 더불어 굳어있는 관절낭 근처를 풀어주는 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관절낭 주변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을 강하게 압박하거나 추나를 해서 조금씩 움직임이 나아질 수 있게 치료를 한다. 추나는 경추, 견갑골, 쇄골, 상완골을 기능적으로 움직임을 개선할 수 있는 가동술 위주의 추나를 하게 되고 경추는 교정을 한다. 이와 더불어 오훼돌기와 뒤쪽의 견갑골 외측면 쪽을 강하게 압박을 해서 주변 근육들과 함께 부착 부를 풀어주면 효과적이다. 압박을 해서 풀어주는 치료는 상당한 뻐근함을 느낄 수 있지만, 하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오십견은 정확한 위치에 치료를 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아픈 곳을 정확히 찾은 뒤 부항으로 피를 뽑아 아픈 부위의 압력을 줄이고 뭉쳐 있던 근육의 긴장을 푼 뒤 초음파로 직접 보면서 파열이나 염증 혹은 부어 있는 부위에 약침을 뿌려준다. 경추부의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추 쪽의 문제가 있다면 같이 치료를 한다. 경추는 신경 뿌리 쪽, 어깨는 오훼돌기 근처와 회전근개 부착부 그리고 견갑상 신경과 액와 신경 등 환자가 직접적으로 통증을 느끼는 곳에 용량이 많은 약침을 뿌려서 부드럽게 해주고 그동안 뭉쳐 있는 통증 물질들이 씻겨 갈 수 있게 한다. 통증이 심하면 매일 치료를 하고 치료가 됨에 따라 주 2~3회로 치료 횟수를 조정하고 3개월을 기본 단위로 치료를 한다. 한두 번 맞고 좋아지기는 힘들고 꾸준히 치료를 해야 하며 치료를 하지 않는 날은 어깨 심부 근육을 강화하고 혈액 순환을 돕는 약을 같이 처방받아 먹으면서 치료를 해야 한다. 허리 디스크보다 오래 걸리고 잘 낫지 않으며 짜증 나는 통증으로 쉽게 보지 말고 꾸준히 치료를 해야 한다. 가동 범위가 좋아지고 통증이 줄어든 기간이 3달을 넘으면 천천히 자연스레 회복이 된다. 이때도 쉬지 않고 치료를 해서 뿌리를 최대한 뽑는 것이 좋다.

202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