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담 프로에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서 이야기하는데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얼핏 알겠지만,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정확하게 잘 이해할 수 없다. 뭔가 번지르르한 단어와 외래어나 외국어를 섞어 이야기하는 통에 말하는 바를 평범한 사람이 주워 담기엔 역부족이다. 더 웃기는 것은 대담하는 장소에서 대담은 하지 않고 자기가 준비해 온 것만 줄곧 읽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마치 한 개인에 불과한 자신의 취향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비판이나 비난, 불평만 하는 것은 어떤 바보라도 할 수 있고 대다수의 바보들은 그렇게 한다’라는 것을 마치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다. 대안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않는다.
요즘 방송에 전문가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전문가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관 학과 교수나 그쪽 계통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소위 ‘전문가’라고 치고 섭외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도저히 전문가 같지 않은 분이 나와서 자기 주관대로 말하는 사람이 보인다. 그런 사람을 전문가라 부르기는 무리가 따른다. 마치 뚱뚱한 사람이 다 미식가가 아닌데 그런 사람만 끌어모아 맛 탐방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전문가라고 하는 것은 그 분야에 능통함은 물론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는 폭넓은 지식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단어가 아닌가?
사실 종편을 보면 심하게 꽉 막힌 사람들이 전문가입네 하고 나와서 온갖 말을 다 쏟아내고 있다. 사실 검증이나 제대로 거친 이야기인지는 의심스럽지만 상관없다. 그냥 특정인의 입맛에 맞으면 그만이다. 사실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마련이다.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을 가늠하고 이해하려 한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 그래서 더 많고 정확한 정보에 기초해서 더 정확한 판단과 예측이 가능한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견해를 검증받고자 하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요즘 ‘농업’이란 교과 과목을 학교에서 가르치는지 모르겠다만, 옛날 농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작물들의 파종 시기를 한 시간 내내 강의하시다가 마지막 한마디로 종료한다. ‘책대로 하지 말고 집에 할아버지가 씨뿌리라면 그때가 씨뿌리는 시기’라고. 연습생 시절을 거치지 않고 목청만 좋다고 다 가수가 되는 것이 아니고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많이 먹어보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음식 전문가가 될 수가 없다. 선수 시절이 없는 감독은 있을 수가 없다. 이것은 진리다. 그냥 책만 보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사람은 적어도 정보 수집과 분석함에 있어서의 편견 없이 그것들을 객관적으로, 가치중립적으로 이해한 후 그 경험적 정보를 바탕으로 일반화하기에 사람들의 이해도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마치 귀신에게 홀려 설득당하는 기분까지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전문가가 드물다. 그러니 몸에 와닿지 않아 실망하게 된다. 그래서 언제나 선택은 내 몫이 되고 만다. 이걸 흔히 전문 용어로 ‘제자리 곰뱅이’라고 하던가?
/노병철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