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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中企 고금리 고통 호소, 금융권도 분담해야

중소기업단체들이 금융권의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중소·소상공인은 대출이자 부담 등에 따른 경영상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금융권의 고통 분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성과급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고금리 인하의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특히 고금리로 서민과 자영업자 등은 큰 어려움을 겪는데 은행은 이자수익 등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중기단체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 중 5% 이상인 대출금의 비중이 28.8%를 차지해 2013년 이후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단체는 “IMF사태 때 은행들은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며 “지금처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힘들 때 금융권이 먼저 금리를 인하하는 상생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정부가 경기둔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경제동향 2월호에서 “물가가 여전히 높고 내수회복 속도가 완만하며 수출이 부진하다”고 밝혔다. 중기단체협의회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5.7%가 “높은 대출금리”를 최고의 애로사항으로 손꼽았다.경제는 한 분야가 잘 돌아간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상생을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경제효과가 상승하는 것이다. 은행의 공공재 성격을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지금과 같은 우리 경제 상황에서 은행의 실질적이고 제대로 된 역할이 중요하다. 금융권은 중소상공인들의 금리 고통 분담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2023-02-21

포항과 포스코는 ‘水魚之交’임을 명심하라

포스코홀딩스가 그저께(20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주소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다음달 17일 열리는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 최종 확정된다. 두번째 열린 이사회도 순탄하진 않은 모양이다. 오전 11시부터 열린 이사회가 오후 4시까지 계속될 정도로 진통을 겪었다고 한다. 일부 사외이사들이 ‘주주가치 제고 측면과 그룹 중장기 성장 비전에 비춰 현 시점에선 충분히 납득할 만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주소이전에 반대했고, 포스코 경영진이 이를 적극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초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포스코홀딩스 본사 주소를 서울로 옮겼다가 포항 지역사회와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세수감소와 인력 유출, 지역 균형 발전 퇴색 등이 주된 이유였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기업 포스코가 지주회사를 서울에 설치하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며,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시끄러운 논란 끝에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2월 25일 이사회와 주주 설득을 전제로 지주회사 소재지를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하고,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을 포항에 두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포항시와 지역 상생협력 및 투자사업을 협의하기로 포항시와 합의했다.문제는 포스코홀딩스 주소 이전만으로는 양측의 갈등이 해소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현재 포항시와 ‘범시민대책위’는 ‘지주사 인력과 조직의 실질적인 포항 이전’을 요구하고 있고, 포스코 측은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갈등상황이 또 다른 국면으로 흐를 소지가 있어 우려스럽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에서도 “포항시와의 지역상생과 회사의 미래발전을 조화롭게 추구하라”고 주문했듯이, 양측은 ‘수어지교(水魚之交)’의 관계임을 명심해야 한다. 서로에게 더 많은 상처가 나기 전에 상생관계가 잘 유지되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지금 포항이나 포스코의 미래가 그렇게 밝은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2023-02-21

집권당은 ‘民心의 무서움’을 되새길 때다

심충택 논설위원 2024년 4·10 총선이 1년 2개월 채 남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지금 가장 긴장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목숨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전’을 펼쳐야 할 운명이다. 선거에서 지면 윤 대통령은 곧바로 뒷방노인 신세로 전락하고, 이 대표는 감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냉혹한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윤 대통령이 ‘비윤’ 후보(안철수)를 ‘국정훼방꾼’이라며 몰아붙이는 것도, 입법권력을 쥐고 있는 이 대표가 노란봉투법, 간호법, 양곡관리법 등을 남발하며 진영(陣營)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모두 그 승부전의 일환이다.현재까지의 전쟁스타일을 굳이 정리하자면, 이 대표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는 태세인 반면, 윤 대통령은 오히려 대문을 닫아버리고 지원병력을 외면하는 뺄셈정치를 하고 있다.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당지도부를 측근세력으로 구성하기 위해 난리법석(이준석 전 대표 축출, 유승민 전 의원 출마봉쇄, 나경원 전의원 불출마 강제)을 떨었다. 이 난리에 휩싸여 소속 국회의원들도 당의 미래에 대한 충정보다는 차기공천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과 그 주변 권력자를 향해 줄서는데 급급했다. 모두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보니 총선승패를 좌우할 민심챙기는 데는 뒷전이다.3·8전당대회 당권레이스가 진흙탕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당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당 대표 선거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김기현·안철수 후보 간 비방전은 합동연설회와 TV토론을 계기로 본격화하고 있다. 전당대회까지 합동연설회 3차례(23일 강원, 28일 대구·경북, 3월 2일 서울·인천·경기), TV토론회 2차례(22일, 3월 3일) 남겨둬, D-데이가 임박할수록 네거티브전은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전당대회 최대이슈가 ‘친윤계’인 김기현 후보의 ‘울산부동산 시세차익 의혹’이라는 점도 여당으로선 불행한 일이다.이 이슈를 놓고 선두를 추격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가 연일 “의혹은 털고 가야한다”며 부풀리고 있고, 김기현 후보는 “유치하다”며 대응하고 있으니 전당대회가 외연확장으로 흘러가기는 불가능하다. ‘포스트 전대’의 암운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아주 좋지못한 형국이다. 전당대회의 궁극적 목적이 민심을 얻는 것인데, 오히려 민심이반을 가져오고 있으니 윤 대통령으로선 기가 막힐 것이다. 만약 전대 후 후보들끼리 승복문제가 불거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집권당의 차기 당 대표 임무는 막중하다. 내년 총선에서는 대통령보다 오히려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가지게 된다. 최근 김기현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되면 총선에서 안철수· 나경원·유승민·이준석에게 실질적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한 말은 정말 마음에 든다. 여권이 전당대회를 총선승리의 기회로 만들려면 당권레이스 캠페인을 외연확장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2023-02-21

날씨같이 변덕스러운 마음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봄이 오는 길목은 순탄치가 않다. 뒷걸음 치는 겨울이 시샘하며 찬 입김을 내뿜거나 비바람으로 여세를 몰아보려 하지만, 봄물 불어나는 우수 지난 절기는 이미 메마른 겨울의 진영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어쩌면 체념하고 떠나는 겨울의 아쉬움 같은 봄눈이 지난 주에 새벽같이 살짝 내려 눈이 귀한 포항지역에서는 잠시나마 설레임이(?) 쌓이기도 했었다. 계절의 특성에 따라 날씨는 이렇게 을씨년스럽다가도 금세 반갑고 포근함으로 다가오며 시시각각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불규칙적인 날씨나 자연환경에 따라 사람도 간혹 영향을 받게 된다. 예컨대 비오거나 안개 낀 날에 사람들의 우울감과 갑갑함은 더 많이 느껴지게 되고,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파도를 닮아 성질이 거칠어지게 된다는 말들이 빈말이 아니게 들린다. 그만큼 날씨와 환경은 많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일상 속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날씨가 변하면 사람들의 움직임이 달라지게 되고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져 계절이 바뀌게 되듯이, 사람도 겹겹의 일상 속에서 세월의 풍파에 따라 조금씩 변해 가기도 한다.세상만물의 변화와 혁신은 성장과 존속의 중요한 변곡점이듯이, 사람에게도 체질적인 성장과 심성적인 변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듯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경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십년을 지나더라도 한결같이 믿음과 의리를 지키는 듬직하고 넉넉한 큰바위 같은 사람이 있다. 창조적인 개선과 혁신을 위한 변화는 필요하겠지만, 자신의 인성적인 가치와 도의적인 신념은 쉽사리 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변화하되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별하고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혜롭지 않을까 싶다.그러나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水深可知 人心難知)는 말처럼, 사람의 속마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시쳇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 비일비재하다. 멀쩡하게 어울리며 흠 없이 잘 지내다가도 하루 아침에 돌변해서 딴 길을 간다거나, 아주 사소한 논점과 견해차로 인해 급기야 결별에 이르게 됨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보아 왔다. 또한 철석같이 믿으며 형제애로 교감하던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배신의 날(刃)을 갈고, 자신의 업신여김은 차치하고 오로지 관념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배타적인 앙심을 드러내는 등 상식이나 양심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니 구밀복검(口蜜腹劍) 같은 성어가 생겨났을까?사람은 어차피 끼리끼리 만나고 어울리며 모여들게 된다. 서로 마음이 맞지 않거나 뜻이 통하지 않게 되면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없듯이 한 배를 타고 갈 수가 없을 것이다. 하루에 사계절이 다 들어있다는 변덕스러운 영국날씨만큼이나 예측 불가하고 표리부동한 사람은 결코 어디에서나 동화하고 동행하지 못할 것이다.

2023-02-21

혼돈속의 질서

전재영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3000년의 역사를 130권에 풀어낸 양적으로만 봐도 어마어마한 역사책이다.등장 인물의 직업들만해도 1천300여 가지이니 말이다. 그 시대의 빅데이터인 셈이다. 그런데 이 사기를 정말 독특하게 여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왕조역사를 기록한 본기(本紀) 외에도 역사를 몸으로 지탱했던 수많은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열전(列傳)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라고 말했던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의 말을 무색 시킬 정도로, 지배자와 승자를 넘어 민중의 역사도 담아냈다. 무려 4천여 명의 인물을 다루었으며, 사회적 약자와 실패자, 심지어 비겁자의 이름과 삶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통해 귀한 교훈들을 우리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2천년 전에 쓰여진 책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무대 뒤편에서 역사를 등에 업고 아무개로 살던 사람들을 기록하겠다던 사마천의 그 시선은 놀라운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시선이 아닌가 싶다.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의 로버트 D. 오스틴 교수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민들레도 잡초가 아닌 약초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두고 ‘민들레 원칙’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덴마크의 회사 스페셜 리스테른은 자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테스트 분야에 그들을 대거 고용하여 남다른 경쟁력으로 성공을 이끌어내었다. 민들레 원칙이 적용된 좋은 사례이다. 사마천은 어찌 보면 진부하고 반복되는 왕들의 권력 다툼과 욕심의 이야기는 잠깐 뒤로 하고, 전국 방방 곡곡에 흩어져 있는 민들레를 직접 찾아가서 그들의 삶을 역사로 기록했는지도 모르겠다.빅데이터는 우리에게 혼돈(chaos)으로 다가온다. 데이터가 3차원을 넘으면 우리는 더이상 그 데이터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혼돈으로 보이는 것에 질서를 부여하고자 종종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술을 사용한다. 기계학습은 주어진 고차원 데이터를 저차원으로 줄이고 공통된 패턴과 규칙을 찾아내고 대다수의 데이터가 합의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추세와 범주를 벗어나는 데이터들은 특이값(outlier), 즉 잡초로 간주하고, 수학과 통계라는 칼을 이용해 민들레 뽑아내 듯 과감하게 제거해 버린다. 각각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과 다양성은 대세와 주류에 묻어버리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0과 1로만 구분해 버리는 새로운 전체주의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다.우리가 혼돈을 해결하는 대부분의 방법은 그냥 민들레를 뽑아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자리에‘질서’라는 이름표를 붙여버리곤 한다. 하지만, 그 혼돈 속에 이미 창조주의 질서가 들어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그냥 아직 민들레의 숨겨진 진짜 가치를 모르고 있을 뿐이다. 빅데이터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정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쓰레기통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 통에 던져버린 민들레, 그 민들레를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창조주의 시선이 아닐까.

2023-02-21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과 관동대지진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지난 2월 6일 새벽 4시 17분 36초, 튀르키예(터키의 새 이름) 남동부의 도시 가지안테프 인근에서 모멘트 규모 7.7의 강진이 일어났다. 이후 수차례의 여진이 이어지다가, 첫 지진 발생으로부터 9시간이 지난 시점에 가지안테프 옆 지방인 카흐라만마라쉬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또다시 일어났다. 이 대지진은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 및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시리아 북부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집계된 바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현지 시간 19일까지 4만6천명에 달한다고 한다.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은 거대한 천재지변이지만, 그 피해의 상당 부분은 인간의 지혜와 노력으로 예방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에르진은 튀르키예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이지만, 이번 대지진으로 단 한 채의 건물도 무너지지 않고,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진설계 및 시공이 되어 있지 않은 불법 건축물을 강력하게 규제한 시 당국의 방침 덕분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인간의 힘으로 최소화해낸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미담이 이번 대지진을 대표해서는 안 된다. 위에서 언급했듯, 대지진이 일어난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은 시리아와 인접해 있다. 십 년 이상 이어진 내전에 시달리다 못해 국경을 넘은 전재민들로 인해 인구가 급증했기에 피해가 더 컸던 것이다. 4만6천여 명의 죽음은 대지진이라는 천재(天災)와 전쟁, 토건비리와 같은 인재(人災)가 중첩된 탓이다.올해는 일본에서 관동대지진(1923년 9월 1일 발생)이 일어난 지 백 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지진을 우리는 ‘조선인 대학살’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일본인들이 식민지였던 조선에 대해 품고 있던 우월의식과 조선인들을 멸시하면서도 동시에 불온한 존재로 여겼던 감정에 대지진이라는 자연재해가 불을 붙였고, 결과적으로 최소 수천 명에서 최대 1만 명 이상의 일본 거주 조선인이 죄 없이 살해당했다.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도 막대했지만, 그 틈을 타 제국주의와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이라는 인간의 이념이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촉발했다는 것이 더 끔찍하다.그 후 백 년이 지났다.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그래도 인간은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현장으로 세계 각국의 구호대가 급파되었고, 민간 차원에서도 구호물자를 모으는 활동이 활발하다. 구조견 ‘토백이’의 ‘붕대 투혼’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민족, 인종, 종교, 정치적 입장 따위와는 상관없이 피해자를 돕는 마음이다. 튀르키예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형제의 나라’라는 이념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도 대자연의 분노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서로 도와야만 한다.전문가들에 따르면 한반도에서도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인간이 설정한 국경을 개의치 않는다. 서로 돕는 마음에도 경계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

2023-02-20

남을 배려하는 자전거 문화

김규인 수필가 요즈음 자전거를 타는 것이 유행이다. 여가를 즐길 만큼 소득이 늘었고 운동에 관심이 는 탓도 있다. 뱃길을 만든다던 4대강 사업은 강변을 따라 자전거도로를 내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코스다. 물길을 따라 달리면 한 주일의 피로는 씻은 듯이 사라진다.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어서인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10㎞ 미만의 거리를 달리면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적정량의 운동이 이루어지고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는 덤이다. 출근 시 막히는 도로를 달리지 않아도 되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나는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시간이 여유로운 퇴근길에는 신천변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김없이 휴대전화를 꺼낸다. 2억 화소의 휴대전화 카메라는 어김없이 작품 사진을 남긴다. 강가에 머무는 시간만큼 추억도 사진도 쌓인다. 생각은 깊어지고 소소한 삶의 행복은 늘어난다.낙동강 변의 무심사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성지다. 낙동강 자전거도로 옆에 있는 데다가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한다. 주위를 지나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들른다. 스님의 배려에 두 손을 모으며 다시 즐거운 자전거 여행을 한다.무심사에서 자전거를 타는 손님들에게 공양을 차려주는 사람은 노보살님이다. 불편한 몸으로 공양을 차리는 보살님의 손이 바쁘다. 혼자 몸으로 많은 사람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몸을 쉬는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러지 않아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거나 재를 준비하느라 바쁜 몸이 종종걸음을 친다. 거기에 더하여 밤늦은 시간에 찾아와 공양을 달라는 사람들 때문에 몸은 파김치가 된다.대구 신천을 따라가면 사람이 다니는 길과 자전거가 다니는 길이 대부분 따로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전거길과 인도를 아무런 구분 없이 다닌다. 자전거의 속도를 15㎞로 정해 두었지만, 자칫 사고가 나기 쉽다. 일부 사람은 우측통행에 대한 개념도 별로 없이 자신이 가고 싶은 대로 마구 다닌다.유럽 여행을 가면 복잡한 시내에도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자동차가 다니는 차선처럼 엄격하게 지킨다. 여행을 온 사람들이 자전거길에 들어서면 가이드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사고가 난다고 잡아당긴다. 자전거를 타는 문화의 차이다. 우리는 아직 자전거 전용도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그러하다. 역주행을 하거나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없이 전등을 높이거나 반짝이는 모드로 놓아 시야를 방해한다. 성능 좋은 LED 등은 바로 바라볼 수가 없다. 마주 보고 달려올 때는 사고가 날까 봐 조마조마하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불빛을 낮추어 달라고 부탁한다. 위로 켜진 불빛이 마주 오는 자전거의 운전을 얼마나 방해하는지 생각해야 한다.자전거를 타는 것은 우리 생활에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즐거운 자전거 타기를 원한다. 그것은 남을 배려하는 자전거 문화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조금만 남을 생각하면 자전거를 타는 재미는 배가될 것이다.

2023-02-20

이재명과 文過遂非(문과수비)

홍석봉 대구지사장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빼도록 해 성남 도시개발공사에 4천89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다. 또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각종 인허가와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네이버 등으로부터 133억5천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검찰총장까지 나서 “지방 권력과 부동산개발업자의 불법 정경 유착을 통해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개발업자와 브로커가 나눠 가진 지역 토착비리”라며 몸통은 ‘이재명’이라고 시사했다.이에 이 대표는 “오늘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자,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내린 날”이라며 “희대의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되받았다. 그는 온갖 수사(修辭)를 동원, 자신의 범법행위를 미화했고 검찰을 불학무도한 집단으로 몰아붙였다. 독재 권력의 정적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사악하고 파렴치한 집단이 됐다. 검찰이 이 지경으로 매도당한 적이 있나 싶다.거기에 더해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 파괴”라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에 반대해달라고 주문했다. 개인 비리를 민주당이 나서 막아달라고 한다.사마광의 자치통감에 ‘문과수비(文過遂非)’라는 말이 나온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교묘하게 꾸며 합리화하고 잘못된 행동을 계속한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들은 자기합리화와 거짓말을 밥먹듯했다.검찰은 지금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칼을 갈고 나섰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사법정의는 이제 국회의원들 손에 달렸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20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깨끗한 선거 치르길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21∼22일 후보등록을 마치면 23일부터 공식적인 선거전에 들어간다. 선거일 하루 전인 다음 달 7일까지 등록한 후보는 어깨띠나 이름이 새겨진 옷을 입고 명함 등을 돌릴 수 있다. 또 각 단위조합 홈페이지에 마련된 선거운동 게시판이나 선거운동 동영상 코너에 선거운동기간 동안 글이나 영상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호별 방문은 허용되지 않는다.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조합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던 조합장 선거업무가 탈불법으로 얼룩지자 중앙선관위에 위탁해 실시하는 전국 규모의 농축협, 수협, 산립조합의 조합장을 뽑는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만 전국에서 1천353명의 조합장을 뽑게 된다.선관위에 위탁관리함으로써 과거보다 불탈법 사례가 크게 줄고, 제1회 때보다 제2회 동시선거 때가 위법 건수가 줄어 제도개선 효과가 엿보였다. 그러나 조합장 선거인수가 적고 다수 조합원들이 친밀한 관계를 맺어 오는 등 단위조합의 선거 특성상 불탈법 사례가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선거와 관련해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149건의 위법행위가 적발됐다. 경북에서는 조합원에게 현금을 건넨 입후보 예정자가 적발되고, 대구서는 입후보를 앞둔 조합장이 조합원에게 전복을 선물하다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150여 명의 조합장을 뽑는 경북지역의 경우 평균 2∼3대1의 경쟁을 보이고 일부 지역은 4∼5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곳도 있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불탈법 행위가 극성을 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당국도 최대 3억 원의 포상금을 거는 등 이에 대비해 감시망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단속 이전에 조합원 스스로가 공명선거에 앞장서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공명한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출마자는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로 당선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하며, 조합원은 지역조합과 농업의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유능한 후보를 뽑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의 페어플레이를 기대한다.

2023-02-20

대구정책연구원 출범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2월 1일 대구정책연구원이 출범하였다. 1991년 대구경북연구원으로 시작하여 31년 만에 경북연구원과 대구정책연구원으로 분리되어 각각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의 독자적 정책 연구기관으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단일 정책연구기관으로서 대구와 경북 협력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제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더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각자의 고유 여건을 반영하여 최대한의 역량을 도출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분리를 선택하게 되었다.대구정책연구원의 신념과 의지는 “글로벌 신(新)중심지 ‘대구미래50’ 중추 크리에이터”의 구현이라는 비전에 담았다. 그리고 연구원이 행동하는 근저를 일관하여 흐르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대구 경제개혁과 삶의 질 혁신을 선도하는 실용적 정책 크리에이터”라는 연구원의 기조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연구원은 ‘창의’, ‘현장’, ‘실용’, ‘소통’, ‘글로벌’ 등 5가지를 ‘금과옥조’와 같은 핵심 가치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가치들은 연구원이 추구하는 연구 목표와 시스템 구축의 골격으로 작용한다.①신산업혁신, ②신공항 등 글로벌 대구 혁신, ③메가공간혁신, ④청년대구혁신, ⑤스마트생활·인프라혁신 등 5대 혁신은 대구정책연구원이 실현을 선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공무원과 연구직원이 하나 된 팀(one team)을 구성하여 시정 주요 현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이론과 현장을 접목한 연구고도화를 강구하고자 한다. 정책연구의 적시 고품질화를 위한 조직구성으로 ①전략기획실, ②경제산업실, ③사회문화실, ④공간교통실, ⑤환경안전실, ⑥경영관리실 등 6개의 연구실을 구성하였다.대구 5대 혁신과 이를 포괄한 대구미래 50년 등 대구가 추구하는 핵심의제 6가지를 ‘슈퍼어젠더’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현장 중심의 정책연구 및 분석을 위한 조직구성으로 ①대구미래 50년 LAB, ②신산업전략 LAB, ③신공항경제권 LAB, ④메가공간전략 LAB, ⑤청년대구전략 LAB, ⑥스마트생활권 LAB 등 6개의 전략 LABs을 구성하였다. 이들 LAB의 기능은 마스터플랜(기본계획), 로드맵, 현안 이슈 대응, 데이터 계량 분석 등으로 그야말로 대내·외 변화와 현장, 그리고 시민 공감을 중시하는 정책연구를 수행한다.전국 최초로 대구시청 공무원과 연구원이 ‘연관융합형 정책 싱크 탱크 모델’을 정립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그리고 주요 정책의 계량적 분석을 위한 계량 융합 모형(빅데이터·GIS·계량 경제·디지털트윈 등)을 적용하는 ‘정책 시뮬레이션센터’를 운영한다.이제 갓 발족한 조직의 적은 인원으로 최대효율을 창출하기 위해 매트릭스형(6연구실×6전략 LABs)으로 연구인력을 적정 배치하고 각 연구부서에 이론과 현장 및 정책실무 경험 접목을 위한 공무원을 부원장, 연구실장 등 연구진으로 적정 배치하고자 한다. 이제 대구정책연구원은 출범과 함께 ‘대구 미래 50년’을 향한 대혁신을 위해 조직관리 등 조기 정착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2023-02-20

성범죄자 지방 모으는 ‘제시카법’은 안 된다

정부가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초등학교나 어린이집 주변에 성범죄자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적이다. 제시카법은 지난 2005년 미국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행 살해 사건 피해자의 이름을 딴 법이다. 법무부는 성범행을 반복했거나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형 제시카법’을 5월 중 국회에 제출한다.본지가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대구·경북지역 성범죄자 거주지역을 분석한 결과, 미성년 교육시설 인근에 사는 성범죄자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내에는 모두 138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고, 이중 절반이 넘는 77명이 초등학교 500m 이내에 살고 있었다. 500m는 법무부가 제시카법의 상한으로 제시한 거리다. 경북도내에도 203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고, 이중 아동·교육 시설 500m 이내에 거주하는 범죄자가 모두 141명이다. 만13세 미만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 가운데 아동·교육 시설 500m 이내에 거주 중인 범죄자도 21명이었다.‘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에 대해 학부모들은 대체로 입법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자녀 혼자서 등·하교를 해야 할 텐데 성범죄자가 학교 주변에 살고 있으니 두렵지 않을 수 없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의 재범장소가 주거지 500m이내에 있는 케이스가 절반 정도라는 통계도 있다.우리사회는 그동안 극악한 성범죄자의 출소 뒤 거주지를 둘러싼 갈등이 잇따랐다. 정치권에서 ‘조두순 방지법’ 등을 급조해 대처한다고는 했지만, 대부분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거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법안이었다. 성범죄자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도 시행될 경우 범죄자들이 지방에 몰리는 지역적 편중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칫 ‘경제적 이익이 되는 자원’은 대도시나 수도권이 차지하고, 비수도권 시군에는 ‘범죄자 같은 기피성 자원’을 보낸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2023-02-20

프랑크 왕국의 분열과 신성로마제국의 탄생

800년 성탄절 날 교황 레오 3세는 프랑크의 왕 카롤루스를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초청해 왕관을 씌워주었다. 서양의 역사에서 이 사건에는 여러 상징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교황이 그를 왕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교황은 게르만의 일파인 프랑크의 왕에게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고 강력한 힘을 지녔던 세속 군주 카롤루스는 교황을 지켜주었다. 카롤루스가 치세하는 동안 프랑크 왕국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문화와 학문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던 그의 정책에 힘입어 혼란의 중세 유럽은 첫 번째 르네상스를 맞이했고 이 때를 가리켜 ‘카롤링거 르네상스’라고 부른다.814년 1월 28일 갑작스런 카롤루스의 죽음으로 왕국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왕좌를 이어받은 것은 여섯 번째 아들 루도비쿠스 1세였다. 형들이 모두 요절하는 바람에 카롤루스의 유일한 적자로서 그가 프랑크 왕국의 새로운 왕이 되었다. 한동안 아버지와 함께 왕국을 다스렸지만 카롤루스 사후 영지 분봉 문제로 재위하는 동안 내내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심지어 상속 문제로 아들들이 지속적으로 반란을 일으켰고 왕위에서 축출되었다 가까스로 복귀하기도 했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두터운 가톨릭 신앙을 가졌던 왕은 많은 교회를 세우고 수도원을 후원했다. 성직자를 국가 주요 관직에 등용했고 교회와 수도원에 면세 특권을 주었다. 강한 종교적 신념으로 일생동안 가톨릭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랐고 금욕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의 이름 앞에는 ‘독실한’이라는 의미의 별칭 ‘경건한(Pius)’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왕으로서 그의 정치력은 무능에 가까웠다.숱한 역경을 겪으며 프랑크 왕국을 다스리던 루도비쿠스가 840년 세상을 떠났다. 프랑크의 전통에 따라 장자 로타리우스 1세에게 왕국이 상속되었지만 이에 불복한 이복동생 카를루스 2세와 셋째 동생 루도비쿠스 2세가 반란을 일으켰다. 전쟁의 혼란은 843년 왕국을 동, 중, 서로 나누는데 합의한 베르됭 조약이 체결되면서 일단락된다. 로타리우스 1세가 중프랑크를, 카롤루스 2세가 서프랑크를 그리고 루도비쿠스 2세가 동프랑크를 차지했다. 프랑크 왕국이 세 개로 나누어지면서 지금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의 경계가 어렴풋 만들어졌다.분열된 왕국은 예전처럼 강하지 못했다. 허술한 틈을 놓치지 않고 남쪽에서는 이슬람 세력이 동쪽에서는 마자르족이 북쪽에서는 스칸디나비아의 노르만족이 침입과 약탈을 시작했다. 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이민족의 침략은 10세기에 이르는 동안 이어졌다. 특히 북쪽 노르만은 프랑크 왕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영국, 프랑스 해안지역에 수시로 출몰해 약탈을 일삼았다. 오랜 시간 거듭된 이민족들의 침입으로 프랑크 왕국의 카롤링거 왕조가 쇠락했고 봉건제도라고 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출현한다.봉건제도는 토지를 매개로 형성된 사회적 주종관계를 가리킨다. 봉건제도 아래 사람과 토지는 계급화되어 큰 권력에 종속되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었고 영주들이 토지를 권력화함으로써 왕권이 약화됐다. 영주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봉신을 거느려야 했고 영주로부터 봉토를 부여받은 봉신들은 충성을 맹세했다. 약한 영주는 강한 영주를 강한 영주는 더 강한 영주를 섬겼고 이렇게 맺어진 주종관계의 봉건사회는 피라미드 구조의 계층을 만들었고 그 정점에는 왕이 있었다.이 같은 정세 속에서 936년 지금의 독일에 해당하는 동프랑크 지역에서 작센의 오토공작이 강력한 왕권을 수립했다. 카롤루스처럼 대제로 불리게 될 오토는 헝가리의 마자르족과 보헤미아의 슬라브족을 제압했고 서쪽으로는 벨기에 남쪽으로는 이탈리아까지 정복했다. 교황 요한 2세는 962년 2월 2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오토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었고 이로써 신성로마제국이 탄생했다. 프랑스를 제외한 서유럽 전역을 정복한 대왕 오토는 이교도를 굴복시키며 그리스도교의 수호자가 되었고 이를 토대로 서양의 중세미술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김석모 미술사학자

2023-02-20

눈앞에 닥친 재난, 속수무책이었다

19세기 대구의 선비 임재(臨齋) 서찬규(徐贊奎·1825~1905)는 1856년(철종7) 6월 5일의 일기에서 눈앞에 펼쳐진 폭우의 피해를 아래와 같이 기록했다. 3일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전날 세차게 내리면서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서찬규는 이때 한천바위(달성군 가창면 냉천리 위치)에 ‘寒泉’ 글씨를 새기는 일 때문에 한천 물가를 자주 오갈 때였다. 서찬규가 남긴 ‘임재일기’는 그의 나이 21세인 1845년(헌종11)부터 37세가 되던 1861년(철종12) 5월 20일까지 17년간 기록한 것이다.“비가 많이 내림. 이날 집 앞의 시냇물이 넘쳐서 물이 문 안으로 들어올 것만 같았다. 양 제방으로 막은 것이 무너지는 환난이라도 있을까 걱정이 되어 집안 식구들을 동쪽의 이웃 마을로 모두 대피시키고 또 사랑방의 서책 등 물건을 옮겼다. 그러나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사촌 동생 남규 또 노비 몇 명은 남아있었다. 촛불을 들고 지켜보고 있는데, 북쪽 이웃에서 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사방에 울리고 있었다. 급히 사람을 시켜 알아보게 하니 신천(新川)이 무너져서 물이 크게 밀려와 관덕당(觀德堂) 앞까지 연달아 물에 잠겼는데, 원촌(院村)의 큰 시장 주변 그리고 비산(飛山)과 원북(院北)의 총 400여 가구가 잠겼다고 한다. 재산과 곡식, 그릇 등이 전부 떠내려 가버려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남녀노소가 서로 붙잡고 통곡하며 이리저리 재난을 피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다행히 우리 집은 마을 위쪽에 있었는데, 윗마을은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서찬규의 ‘임재일기’1856년(철종7, 병진년) 6월 5일 일기 중에서이날 서찬규는 집 앞의 시냇물이 넘쳐 집 안으로 물이 들어올까 전전긍긍하다가 급기야 둑이 무너져 큰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가족들을 다른 곳으로 대피시켰다. 급하게 가족들을 피신시키는 중에도 사랑방의 서책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 했다는 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집 안의 남자들은 집에 남아서 피해를 대비했다. 촛불을 들고 상황을 지켜보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 이웃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서찬규는 위기를 직감하고 사람을 시켜 피해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 신천이 무너져 물이 크게 밀려와 주변 마을이 온통 물바다가 되었으며, 400여 가구가 물에 잠겼다고 했다. 곡식과 가재도구들이 물결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통곡하는 주민들과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이리저리 뒤엉켜 움직이는 주민들의 모습을 서찬규는 참담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비록 자신의 집은 마을 위쪽에 위치해 있어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이 거대한 물난리는 대구의 한 고을을 하천으로 바꾸어버릴 만큼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며칠 후 서찬규는 수해를 당한 곳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기록했고, 6월 13일의 일기에서는 “전답이 하천으로 변해 버린 것이 5만118두(斗) 9두락(刀落)이고, 떠내려가 버린 집이 1천360호(戶)이며, 죽은 사람은 46명이니 이것은 대구 한 고을만의 피해이다”라며 주변 마을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시 6월 30일의 일기에서 홍수로 인한 영남 지역의 피해를 기록했는데, 물에 잠긴 민가가 1만2천804가구 인명 피해는 559명이라고 했다. 최은주 한국국학진흥원책임연구위원 수해를 입기 직전 한천바위에 글씨를 새긴 서찬규는 7월 4일에 한천을 다시 찾았다. 그러나 온 사방이 물에 잠겨 바위가 있던 물가 언덕이 어디가 어딘지 구분하기 어려웠고, 글씨를 새긴 바위도 깊이 가라앉아 평평해져 버렸다. 다만, 바위에 새긴 글씨를 손으로 더듬어가며 수해 이전의 풍경을 되새길 수 있을 따름이었다. 폭우가 내린 지 한 달이나 지났을 때였는데도, 물에 잠긴 곳이 완전하게 복구되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으며 그 피해가 어느 정도로 심각했는지, 서찬규의 기록조차도 사실은 그 참혹한 실상을 다 담지 못했다. 다만 구체적인 숫자로 재산과 인명 피해를 기록했기에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하룻밤의 폭우로 559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처럼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했다고 보면, 인명피해 숫자는 부상자까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서찬규는 폭우가 지역을 훑고 지나갈 때 그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어떻게라도 피해를 줄여보기 위해 촛불을 들고 주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들리는 소리에 신경을 집중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집은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지나갔지만, 짧은 시간 동안 긴박했던 아비규환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참담한 마음을 눌러야했다.서찬규는 일기에서 10여 차례에 걸친 지진과 때마다 닥치는 가뭄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재난상황까지 이어지지는 않았기에 구체적인 피해도 적지 않았다. 그에 비해 이날의 폭우는 유례 없는 혼돈을 초래했고, 서찬규는 그 속에서 두려움과 싸우며 참혹한 풍경을 마주해야만 했다. 갑자기 닥친 자연 재해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무력한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재난에 대비해 오랜 시간 많은 것을 준비하지만, 그 시간과 노력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자연 재해는 얼마나 무서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구하고 극복하고 또 잊으며 살아간다. 그 절망 속에서 다시 희망을 찾으며 그렇게 고통의 시간을 흘려보낸다.

2023-02-20

역사를 바꾼 책이 독서율을 높일까?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4년 전쯤, 중장년을 위한 사회 교육 기관에서 강의할 때 대학원 수료 학력 수강생의 포부를 들은 적이 있다. 연세가 60쯤 되어 보이는 분이었는데 죽기 전에 서울대 추천 도서 100권을 다 읽고 싶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서울대에서 추천했으니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그런데 며칠 전 EBS에서는 역사를 바꾼 책 100권을 선정하여 전 국민에게 홍보할 예정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이 발표를 보니, 그때 수강생도 생각나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유명하기도 해서 서울대 목록과 비교해보았다. 과연 서울대 100권 중에는 과학책이 10권인데 비해 EBS의 과학책은 19권이었다. 두 기관의 추천 목적도 달랐다. 서울대학생을 대상으로 만든 서울대 목록에서는 “고전이란 모름지기 인류의 지혜가 집약된 보고이므로 고전에 대한 독서를 통해 판단력과 사고력을 함양하는 한편 성숙한 지성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기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반면, EBS는 독서율 저하 때문에 문해력이 부족하고 개인 역량이 떨어지며 사회적 소통 능력이 낮다고 보고,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역사를 바꾼 책으로 독서율을 높이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작년에 방송된 ‘당신의 문해력+’13부작에서 나온 문해력 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 방송에서는 업무용 이메일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어휘력이 부족해서 쩔쩔매는 등 일상적인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보여주었다.그런데 역사를 바꾼 책 선정 기준이 학제 간 의미를 중시하고 특히 과학책의 비중이 높다면서 이전의 다른 목록과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해도, 서울대 목록과 25권이 겹치고 나머지 75권도 서울대 목록과 난이도는 비슷하다. 철학 비중이 높아서 그런지 오히려 더 어려워 보인다. 칸트의 저작 중 서울대에는 ‘실천이성비판’한 권이 있는데 비해, EBS에는 ‘순수이성비판’과 ‘판단력 비판’, 두 권이 있다. 칸트의 저작이 왜 두 권이나 들어갔는지도 의아하고, ‘순수이성비판’과 ‘판단력 비판’이 ‘실천이성비판’보다 당대 사조를 바꾸는 데 더 기여했다는 것인지도 궁금해진다.‘역사를 바꾼’을 앞세운 것을 보면, 아무래도 EBS에서 기대하는 문해력 수준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판단력까지 포함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능력은 그냥 읽기만 해서는 높아지지 않는다. ‘이 말이 맞는 말인가?’, ‘논리적으로 문제는 없나?’, ‘현실에서 적용될 수 있을까?’ 숙고하며 읽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한 핵심 메시지를 전문가가 설명하는 홍보 영상까지 만든다고 하니, 그렇지 않아도 질문하기 어려워하는 독자들이 이렇게 숙고할 기회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어떤 목적을 위해 도서를 선정할 때는 무엇보다도 현재의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고학력자의 교양 쌓기 목록 같은 고전 읽기 운동으로 독서 진흥이 잘 될지, 한 방향 홍보 영상이 문해력 향상과 사회적 소통 능력 제고라는 목적을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2023-02-19

생산 현장의 안전 체계와 개선 순서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안전(安全)이라는 한자는 ‘여인이 집안에 왕처럼 있다’라는 뜻으로 풀이되며 국어사전에서는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음 또는 그런 상태’라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이 직원들을 산업재해로부터 지키고 생산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을 안전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으나 아직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듯하다.정부도 2018년 1월부터 산업재해사망자수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2018년 971명이던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2년에는 644명을 기록하였다.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노력으로 사망자수가 많이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근로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인 사망 만인율은 OECD 평균인 0.29에 한참 못 미치는 0.43수준이다. 독일 0.15, 일본 0.13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과 관련된 의식, 방법, 체계가 잘 구축되고 유기적으로 작용하여야 한다. 의식은 모든 활동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본인이 근무하는 현장의 법적 사항 위험물 등 안전과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을 학습하고 갖추는 자세이다. 방법은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제거하는 수단을 말하며, 체계는 이러한 일련의 활동이 경영자부터 직원까지 모든 현장에서 관리되고 작용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중 현장의 직접적인 작업안전확보 수단인 방법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방법은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제거하는 수단을 말하며 위험요인 발굴은 작업표준의 작업 순서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작업 순서를 시작부터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빠짐없이 동작 단위로 기술하고 각 동작에 대하여 동영상이나 실제 작업하는 현장을 현물로 보면서 작업의 유해 위험 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 가능성과 사고 시 상해의 크기인 중대성을 추정·결정하여 등급을 구분하고 등급이 높은 고위험 작업에 대한 위험 요인을 도출한다.도출된 유해 위험 요인의 개선 순서는 첫째가 위험한 작업을 아예 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공정 자체를 바꾸거나 사람의 작업을 기계화 자동화 하여 대체하는 것이다. 그 다음 둘째가 어쩔 수 없이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 작업자가 처음부터 실수하지 않도록 하거나 실수를 하여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셋째가 가장 낮은 수순의 조치로 접근을 못하도록 안전시설물을 설치하거나 보호구를 착용하는 것이다.기업의 안전수준을 이야기 할 때 ‘비료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의 식물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을 많이 인용한다. 그는 ‘식물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충분히 많은 영양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상소’라고 하였으며 이를 나무판자들을 덧대 만든 물통에 비유하여 가장 높이가 낮은 판자에 의해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이 결정된다고 하였다. 즉 회사의 전체 안전 수준도 결국 소속된 개개인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며 전 직원이 스스로 안전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2023-02-19

‘그깟 5년 정권이… 겁이 없나’

김진국 고문 사는 과정이 아귀다툼이다. 그런데도 사회가 유지되는 건 탐욕을 규제할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약육강식(弱肉强食)이 지배한다. 특히 힘있는 사람들의 절제가 필요하다. 힘이 세다고 거들먹거리면 더 센 사람에게 굴욕을 당한다. 군주민수(君舟民水)다. ‘군(君)’은 딱히 최고 권력자뿐 아니다. 권력 집단 모두에 해당한다. 그나마 법이 힘없는 사람의 권리를 대등하게 보호한다.‘탈진실’(post-truth)의 시대라고 한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대안적 진실’을 받아들인다. 우리 사회도 전형적인 탈진실의 경향을 보인다. 진영으로 쪼개져 다투기만 할 뿐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다. 진영의 이익을 위해 대안적 진실을 끌어안는다. ‘뻔뻔한 진실’이다. 그러니 대화도, 통합도 어렵다.그런데도 진실은 필요하다. 진실이 무너지면 사회도 무너진다. 법 집행과 정의도 사라진다. 그러면 무엇으로 진실을 가려야 하나. 힘으로 진실을 결정할 수는 없다. 그건 ‘뻔뻔한 진실’이다. 상식에 맞아야 한다. 법으로 가릴 수밖에 없다.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있다. 바둑에서 큰 말은 잘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힘 있는 사람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치 거물이라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그건 민주주의도 아니고, 정의로운 사회도 아니다. 진실은 힘이 아니라 법과 상식으로 가려져야 한다.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이란 이름을 붙여 50억 원을 받았는데,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30대 초반 평범한 직장인이 6년간 근무하고,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았다. 터무니없는 돈이다. 누가 봐도 뇌물이다. 곽 의원이 50억 원을 달라고 조른다는 녹음도 있다. 그런데도 증거가 없다고 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다른 경제단위란다. 증여세 없이 자식에게 재산을 넘겨 주려고 온갖 편법을 쓰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걸 완전히 외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최순실 씨와 ‘경제공동체’라고 묶어 뇌물죄를 적용한 검찰과 법원은 어디 갔나.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고 믿기 어렵다. ‘50억 클럽’의 다른 혐의자들은 손도 대지 않고 있다. 명백히 돈이 전달된 곽 전 의원이 무죄라면 나머지는 안 봐도 뻔하다. 법은 어렵다. 일반인은 겁부터 난다. 서민들도 ‘높은 분들’과 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 법 논리를 아무리 정교하게 세워도 평범한 우리 입에서는 “놀고 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그깟 5년 정권 뭐 그리 대수라고 이렇게 겁이 없나”라며 검찰을 비난했다. ‘그깟 5년’이라니. 겁이 나면 검찰이 수사하지 말아야 하나. ‘5년 뒤 내가 집권하면 어쩌려고 겁도 없이 감히 나를 수사하느냐’는 말로 들린다.힘으로 진실을 가릴 수 없다. 그는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수사의 대상이 된 피의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진술하거나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헌법상, 법률상 권리를 조목조목 열거했다.이 대표도 법률에 허용된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다. 그러려면 국회 1당 대표로서 검찰을 위협하지 않고, 보통 사람처럼 수사받아야 한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던 정치인이다. 침묵을 지키는 권리 행사에 앞서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에게 진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일반인으로서 권리는 다 찾아 누리고, 정치 지도자로서 도덕적 의무는커녕 힘으로 검찰수사를 방해하려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은 17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발부했다. 이 요구서는 정부를 거쳐 국회에 전달되고, 국회가 동의하면 구속 영장이 발부된다. 또 이때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하게 된다. 검찰이 일방적으로 구속하는 게 아니다. 법원이 동의서 발부, 영장실질심사를 한다.더군다나 최종적인 진실은 법원이 가린다. ‘감히 나를…’이 아니라 당당하게 진실을 가리고, 법 해석으로 다투는 것이 정도다. 국민은 진실을 원한다. 또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부터 솔직한 고백을 듣고 싶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2-19

에너지 전환시대, ‘태양광 농사’가 해답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1700년대 석탄과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의 대량사용은 에너지 혁명을 가져오고 산업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급격한 인구증가도 수반했다. 당시의 산업혁명은 상상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이상의 급격한 기온 상승 요인이 됐다.전문가들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농업이라고 한다. 기후 위기는 곧 식량 위기인 것이다.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기후 위기 극복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식량의 자체 생산보다 수입이 더 많은 처지여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식량 수입국, 더구나 제조업 강국인 산업구조를 감안한다면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위해 어떤 나라보다도 더 노력해야 되는 입장이라 할 수 있겠다.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에 비해 재생에너지 정책을 한참 후퇴시키고 원전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제조업 중심의 기업들은 정부와 국민들 눈치만 보며 설마설마하는 중인 것 같다.일본에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정책에 미온적으로 대처하자 소니가 나서서 일본을 떠나겠다고 압박하며 정부정책을 바꿨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뒷걸음치고 있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항의하는 기업이 한 곳도 안보인다. 정치권, 특히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을 가진 지자체들은 없던 규제를 만들어서 대부분 마을에서 500m, 시·군 도로 이상 도로에서 500m의 이격거리를 두어 재생에너지 산업의 씨를 말리고 있다.주민들 또한 전자파 괴담과 중금속 등 오염물질 가짜뉴스를 맹신하여 비닐하우스보다 오염이 덜 한 태양광 발전소 시설을 혐오시설 취급하며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후 변화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나라는 우리나라다. 식량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식량 안보를 위해서라도 탄소중립에 국가적 사활을 걸어야 한다. 에너지 안보에 식량안보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철강,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의 산업은 탄소국경세 등으로 인해 당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산업계가 지금 고민해야 될 일은 하루빨리 RE100을 달성할 방안을 찾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RE100 달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세계적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라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평균 4시간, 연간 1,459시간의 일조량을 갖고 있다. 독일보다 38% 태양광 기회가 많다. 그리고 큰 바람은 부족해도 산과 골로 이루어진 국토는 소형 풍력 발전에도 적합하다.문제는 국민의식이다. 태양광 발전은 전자파 발생이나 중금속으로 인한 오염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어 주민들은 무조건 반대한다. 그러나 태양광 모듈에서는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 단지 집전 시설에서 일반적인 변압기에서 발생하는 정도의 전자파가 발생하는데 이것도 휴대폰 전자파 수준도 안된다. 태양광 모듈이 흑색이다보니 중금속 오염에 대한 그릇된 정보들이 많이 나오는데 태양광 모듈은 모래에서 추출하는 규소로써 반도체와 같은 소재인데, 쓰이는 중금속도 극히 미미하여 비닐하우스 수준의 오염이 발생한다. 그리고 소형풍력의 경우는 1kW~5kW 정도의 제품들로 지붕이나 건물 옥상에 설치하면 되는데 소음도 거의 없다.우리나라의 농지는 150만㏊에 이른다. 이 중 25% 정도를 태양광 발전으로 사용하면 원자력 발전과 에너지 믹스를 통해 탄소중립이 가능하다. 농지에 태양광 발전을 하면 농사는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들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의 발전사들은 그간 영농형 태양광 발전에 관해 실증사업을 해왔는데, 벼농사의 경우 태양광을 정상에 비해 20% 줄여서 설치하면 벼수확량이 20% 정도 줄어들지만 영농이 가능하고 농가소득은 10배 이상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요즘 농촌에 가보면 쌀농사를 짓지 않는 농경지는 과수나 채소 재배를 하거나 아니면 묵혀두는 곳이 대부분이다. 근본적인 농가소득 변화를 위해서라도 논농사 수익의 20배에 달하는 ‘태양광 농사’를 통해 농업·농촌 문제와 탄소중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사막이나 버려진 땅이 거의 없다. 67%는 산지이고 15% 정도가 농지이며 나머지는 도시 등 사람이 사는 곳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산지를 훼손하는 일은 오히려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일이다. 도시의 주택이나 공장의 지붕에만 태양광 설비를 해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농사가 가능한 토지에 대해서는 수확이 20% 정도 줄더라도 소득은 10배정도 늘릴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을 하고, 기계영농이 힘들거나 버려지는 농지에 대해서는 ‘태양광 농사’를 통해 농촌소득을 증대시켜야 한다. 그래야 농촌 소멸을 막을 뿐만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순조로운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은 ‘태양광 농사’가 해답이다.

2023-02-19

자원! 우리가 직접 확보하자!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석탄, 석유, 철의 원광석 등은 수천 년간 삶의 인프라를 제공해 왔다. 전기, 자동차, 항공, 건물, 자재 등은 이러한 기본적인 자원의 개발이 있어서 가능했다.사실상 인간의 삶은 자원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할 정도로 자원의 중요성은 역사와 함께 해 왔다.최근 곧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는 자원인 리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배터리의 핵심원료인 ‘백색 황금’ 리튬을 확보하려는 기업 간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한국에서는 최근 캐나다에 북미산 리튬정광을 확보한 LG화학 외에도 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온이 있지만, 10여 년 전부터 리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포항의 포스코그룹이 있다.사실상 포스코는 지난 2010년부터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리튬으로 지목하고, 염수에서 리튬을 뽑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2018년에는 약 3천억 원을 투자해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소금호수)를 인수했고 2년 후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2020년에는 현지 시험공장 시험가동을 마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2.5만t 규모의 1단계 상용화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리튬은 전기차 약 6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추정치이긴 하지만 매장량 잠재력으로 볼 때 호수의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 추산한 220만t보다 6배 늘어난 1천350만t임을 확인했고 이는 전기차 약 3억7천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대박을 넘어 초대박을 터뜨린 것이다.세계 각국의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도 리튬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가장 일찍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2020년 피에드몬트 리튬과 북미 공급 계약을 하고, 현재 텍사스주에 리튬 정제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목표에 도달하려면 2030년까지 연간 판매되는 차량의 약 60%를 전기 자동차로 채워야 한다고 한다.탈중국화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중국과 서방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탈중국화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탈중국화에 필수적인 방법으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희토류, 리튬 등 희귀자원의 자급자족 및 공급망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희토류 채굴 허가 프로세스를 단축하기 위해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EU 집행위는 재검토를 마친 뒤 오는 3월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희토류 채굴부터 공급까지 소요 기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미국은 희귀 자원 공급망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희귀 광물 채굴·처리시설 개발에 수 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텍사스주에선 미 화학기업 블루라인이 호주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 라이너스와 공동 건설 중인 희토류 정련공장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한다.한편 자동차의 휘발유에 대한 의존도가 전기차로 대치된다 해도 여러 가지 용도로 석유의 개발도 여전히 중요하다.사실상 석유와 희토류, 리튬 등 필요한 자원개발과 활용, 변환의 일괄 공정은 이제 필연적 과제로. 정책과 인재양성의 뿌리가 되어야 한다.자원 확보에 필요한 외교정책, 기술, 자금지원 인재양성도 빠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학들은 기존의 자원공학을 ‘에너지자원 공학’으로 명칭을 바꾸고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대응하고 있다.서울대를 비롯한 에너지자원공학의 커리큘럼은 최근 에너지자원 개발, 처리, 변환 등의 일괄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환경 및 에너지 경제 등까지 연구 영역을 확대하면서 에너지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재 양성에 몰두하고 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까지 가세하고 있다. 최근에는 폐금속 발굴 재생(Urban mining)이란 분야도 등장하였다.지금도 사우디, 인도네시아 등 세계 전역을 돌면서 자원 확보를 위해 애쓰는 엔지니어들을 보면 묵묵히 일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있다. 이제는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이들을 격려하고 자원전쟁 시대에 한국이 선두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특히 이곳 포항은 포스코가 자원 확보에 절대적 선봉에 서 있는 기업이므로 그러한 분야의 연구를 포스텍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사실상 자원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활에 필수품인 전기공급, 자동차도 도로를 달릴 수 없고, 공장 등이 가동될 수가 없는 것이다. 필수품이 된 핸드폰도 만들 수 없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자원은 유한한 것이다. 미래는 자원전쟁과 자원외교의 장이 될 것이다포스코 자원투자의 개가를 보면서 에너지자원 기술에 대한 포스텍의 학문적 뒷받침과 인재양성, 연구투자, 기술투자들이 절실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아마도 의과학자 양성과 에너지자원 개발 처리의 연구가 앞으로 포스텍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원, 우리가 직접 확보해야 한다.

2023-02-19

다시 2월, 배웅과 마중의 행간

이희정시인 젖도 덜 뗀 어린 것이 아우를 보았던가이월 숲 아랫도리는 여전히 까칠해도보란 듯 우듬지 쪽은 핏물이 하마 돈다꽃샘이 뒤미처 와 눈을 자꾸 흘기더니날日수도 늘 모자라 무녀리만 같은 너를자투리 천 조각 이어 감침질로 안고 간다-이승은 시집 ‘넬라 판타지아’(2014) 중 ‘다시 이월’ 전문이승은(1958~) 시인이 부르는 이월의 마디는 환한 적막 속 어녹은 눈처럼 온다. ‘다시 이월’이 수록된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의 표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는 ‘환상 속에서’로 번역되며, 1986년 발표된 영화 ‘The Mission’의 주제곡인 ‘가브리엘 오보에’에 이탈리아 가사를 붙여서 부른 노래다. 뜻밖의 새하얀 늦눈을 만나는 이월은 짧게 교차하는 ‘배웅과 마중’의 환상적인 간이 구간이 아닐까.1979년 KBS 문공부 주최 전국민족시대회에서 약관의 나이로 우리 곁에 온 시인은 “하마 도는 핏물”의 생경한 언어처럼 와서는 “다시 이월”이라고 했다. 이미 시인은 앞선 시집 ‘환한 적막’에서 ‘2월’을 선창하며 “늘 못다 떼고 덮어버린 국정교과서 같은 2월 / 어정쩡한 학기 말”의 모국어를 건너왔기에. 이즈음 다시 궁금한 그녀의 “젖니의 시간, 뜯고 싶은 봉함 편지”를 기어이 뜯어보려는 것이다.모자라거나 작은 것들, 여린 것들은 언제나 눈을 시리게 한다. 첫 행을 보라, 막 첫걸음마를 뗀 어린 형이 채근 대는 아우에게 유모차를 내어주고 조막만 한 발을 소심하게 내딛는 모습을 보는 듯하지 않은가.이어 화자는 유독 날수가 모자라 다리가 짧은 2월을 “무녀리”라고 했다. ‘무녀리’의 사전적 의미는 “비로소 문을 열고 나왔다는 뜻 ‘문(門)+열다’의 ‘문열이’가 변하여 된 말이며, 짐승의 한 태(胎)에서 나온 여러 마리의 새끼 중에 맨 먼저 나온 놈을 일컫는 말”로 제일 먼저 나온 새끼는 다른 새끼들에 비해 유약하다. 화자의 애잔하고 깊은 내성의 눈빛이 짙게 묻어나는 둘째 수를 주목해 보자.“꽃샘이 뒤미처 와 눈을 자꾸 흘기더니 / 자투리 천 조각 이어 감칠질로 안고 간다” 며 동적인 시상을 입체적으로 펼치며 2월을 상징하고 있다. 기실 이승은 시인은 돌연 감침질로 안고 가버리는데 능하다. 그것도 바늘땀이 밟고 간 자국도 없이 귀신같이 홀쳐 꼬리를 감춰버리는 것이다. 첫 행은 오금을 박듯 오지게 들어 앉히고는 여봐란듯이 따돌리고 가는 비기(祕記)를 시인의 다른 시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지점이 곧 올곧게 이어온 현대시조가 담보하는 올무 같은 정형의 탄성을 만나는 마술적인 구간일 것이다. 그녀는 근작 시집 ‘첫 이란 쓸쓸이 내게도 왔다’에서 “아직 끝난 건 없다”라고 다짐하는데 화자의 이월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월이고 곧 다가올 뭇 생명을 예고하는 옴의 구간이기 때문이리라.겨울과 봄을 여닫으며 판타지풍의 발성으로 부르는 배웅과 마중의 행간, 2월이 여닫는 문은 여느 계절과는 다르다. 이월(February) 속에는 입춘이라는 절기가 들어 있는데 입춘은 봄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봄의 문턱에 들어서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아직 날씨는 한겨울이지만 얼었던 땅이 서서히 풀리고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예로부터 입춘에는 대문 기둥이나 대들보 천장 등에 좋은 글귀를 써서 붙였다. 이는 고대 서양에서의 2월이 가진 정화의 의미와도 다르지 않을 테니 겨울을 고이 보내며 다가오는 봄을 새 몸, 새 마음으로 맞는 정결한 의식과도 같다. 어느새 햇살을 입은 생명들이 번지듯 오고 있다.“이월 숲 아랫도리는 여전히 까칠해도, 우듬지 쪽은 핏물이 하마 돈다”◇ 이희정 시인 약력 ·2019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내 오랜 이웃의 문장들’

2023-02-19

공무원, 청렴하면서도 유연해야

주낙영 경주시장 ‘접시깨기 행정’이란 말이 있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가 “접시를 열심히 닦다가 깨트린 사람은 보호해 주고, 접시를 닦지 않아 먼지가 끼도록 두는 사람은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며 공무원들에게 적극 행정을 장려한데서 나온 말이다.접시깨기 행정이란 말은 과거에도 있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20년 1월 취임사에서 “일하다 접시를 깨는 일은 인정할 수 있어도,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끼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신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손도 베이고 그릇도 깨고 하는데 그릇 깨고 손 베일 것이 두려워 아예 설거지를 안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이처럼 역대 정부마다 접시깨기 행정을 주문한 이유는 “새로운 일에 손을 댔다가 책임지기 보다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나서달라는 말인데, 여기서 말하는 ‘적극적’이란 단순히 ‘소극적’의 반대말이 아니다.일례로 한번 쓰고 버려지는 애물단지 ‘아이스팩’의 수거·재활용 시스템도 다름 아닌 공무원의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아이디어를 낸 서울 강동구청 최병옥 주무관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아이스팩 재사용 체계를 구축한 덕분에 2년 간 아이스팩 20만1천990여개를 수거해 생활쓰레기 101t을 줄일 수 있었다.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5월 정부가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국민을 위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 당시 지급 3주 만에 대상자 99%가 지원금을 수령할 만큼 신속한 속도를 보였는데, 이는 민간 카드사 홈페이지와 연계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행안부 이빌립 서기관의 아이디어 덕분에 가능했다.적극 행정 사례는 경주시에도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교량 신설 대신, 보행로를 활용해 우회전 전용 차로를 신설하고 교량 측면에 보행자용 데크를 만들자는 역발상 역시 공무원의 아이디어였다. 경주시 신재목 주무관의 아이디어 덕분에 교통정체를 획기적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예산 90억원도 아낄 수 있었다.흔히들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청렴이라고 한다. 청렴해야 공정해지고, 공정해야 신뢰가 생긴다. 하지만 지나치게 청렴만 강조하다보면 유연함을 잃게 되어 적극 행정을 할 수 없게 된다.명나라 시대 ‘해서(海瑞 1514-1587)’라는 유명한 청백리가 있었다. 그는 우도어사(감찰부장)까지 오른 정2품의 고위 관료였지만, 사망 후 남긴 재산이 장례를 치르기에도 모자라 동료 관원들이 돈을 걷었다는 일화가 있다. 더 대단한 것은 해서가 평생토록 이런 수준의 청렴함을 유지하고 살았다는 것인데, 그는 평생 술과 고기를 입에 대지도 않았다. 한번은 그가 병약한 노모를 위해 고기 두 근을 사자 “해서가 고기를 두 근이나 샀다”는 소문이 관가에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이 정도면 도가 지나치다 못해 매정하다고 해야 할까, 사실 해서는 강직함으로 시기와 원성을 사 수차례 파직을 당해야 했다. 해서의 삶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엇갈린다. 탐관오리들로 가득한 부패한 세상에 한줄기 빛이었다는 호평과 함께, 결벽증에 가까운 강퍅함으로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어 실제 큰 성과도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처럼 해서는 시대와 불화했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다. (이중텐 ‘품인록’ 중)2023년 현재를 살아가는 공무원들은 해서의 어떤 면을 취하고, 또 어떤 면을 버려야 할까?만약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법과 규정만을 고집한다면, 시민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해결해 줄 적극행정은 불가능하다. 높아진 시민들의 기대와 욕구를 감안할 때 해서가 추구했던 얼음장 같은 강직함이 능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민원을 해결해 줄 수 있어야 유능한 공무원이다. 청렴하되 무조건 강직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들이 청렴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청렴만 해서도 안 되는 이유다.

2023-02-19

동주를 생각하며

김규종 경북대 교수 오래전 일이다. 서관에서 강당을 거쳐 정문으로 내려가는 길에 정한숙 선생이 서 있었다. 그런데 선생의 자세가 이상했다. 오른손을 눈썹 위에 갖다 붙이고 경영대 방향 동쪽 하늘을 보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궁금증이 많은 나는 선생께 여쭈었다. “뭘 보십니까?!” “안 보이나?” “글쎄요?” 나도 선생을 따라 같은 자세를 취했으나 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뭐, 특별한 건 안 보입니다.” “저기 멀리서 봄이 오고 있어.”‘뭐지?’ 하고 나는 혼잣말했다. 노교수의 눈에는 봄이 오는 것이 보였으나, 젊은 육신의 내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노소(老少)의 문제가 아니었다. 봄을 간절히 그리는 초로의 교수와 봄이 아쉽지 않은 청춘의 차이가 불러온 결과가 아니었나 한다. 정한숙 선생이 지금도 떠오는 것은 “시는 무조건 암송해야 한다”는 소중한 말씀 때문이다. 선생의 ‘소설 기술론’ 강의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말씀이 그것이다.신입생 시절에 나는 두 가지 일만 했던 기억이 난다. 그 하나는 손에 닿는 대로 시인들의 시집을 찾아 읽고 마음에 드는 작품은 외우는 것이었다. 윤동주, 이육사, 서정주, 한용운 시인의 작품이 주요 대상이었다. 여기 덧붙여 시인들의 평전을 읽는 것이었다. 그 둘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영어판을 아껴서 읽는 일이었다. 읽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어린 왕자’를 선물하곤 했다.그래서인지 모르지만 나는 적잖은 시를 기억한다. 시조와 한시, 일본의 하이쿠 몇 편도 번역으로 기억하며, 러시아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의 시도 암송한다. 정한숙 선생의 말씀은 진리였다. 암송하지 못하고 군데군데 이가 떨어져 나간 시편(詩篇)은 아쉽기 그지없다. 요즘도 불가(佛家)의 서책이나 유가(儒家)나 도가(道家)의 경전 가운데 마음을 흔드는 구절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기억하려는 자세는 그때 생겨난 것이다.지난 2월 16일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원한 청년 시인 윤동주가 세상을 버린 날이다. 1917년 12월 30일 태어나 해방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세상과 작별한 동주. 그와 연희전문에서 수학했던 후배 정병욱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동주에 관한 안목을 넓혔던 기억도 어제처럼 선연하다.“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을 모두 헤일 듯합니다.”로 시작하는 ‘별 헤는 밤’과 연관된 정병욱 선생의 글은 잊히지 않는다. 본디 ‘별 헤는 밤’의 마지막 연은 “따는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였다고 한다. 병욱은 마지막 연이 너무 허전하다는 말을 동주에게 전했고, 두어 달 뒤에 동주가 마지막 연에 새로운 부분을 덧붙였다는 것이다.“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부끄러운 자신을 부정하는 청년에서 자신을 긍정하는 시인의 면모를 아름답게 그려낸 동주. 창밖 촉촉한 빗소리가 봄을 부르는 듯하다.

2023-02-19

신공항 특별법 곳곳서 태클… 설득 역량 있나

대구경북(TK)통합신공항 특별법이 지난 16일 입법 절차의 첫 관문인 국회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구경북 지역민이 기대했던 특별법 2월 통과가 사실상 물건너 가 아쉽다. 이날 소위에서는 특별법안 중 쟁점사안과 부처간 이견, 대구시·경북도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듣고, 추후 일정을 다시 잡아 법안을 심사하기로 했다. 쟁점 사항에 대한 논의는 여야 간사간 협의를 거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끝난 후 열릴 예정이다. 법안소위 1차회의에서는 의외로 정부(기획재정부) 측에서 반대의견을 많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안 중 대구공항 이전의 초과 사업비에 대한 국비 지원 문제가 쟁점이 된 모양이다. 정부와 일부 야당의원이 “초과 사업비에 대한 국비 지원은 기부 대 양여 제도의 원칙을 깨는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부산 출신 법안소위 최인호 위원장(민주당)은 회의 후 “TK신공항법과 관련해 정부가 난색을 표하는 쟁점이 꽤 있었다. 국비 지원 부분에 대해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신공항 주변 개발에 대한 국비 지원’에 대해서도 정부 측에서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K2 종전부지에 대한 각종 규제지역 완화나 산업특별지역 지정문제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인데, 특별법에서 국비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재정 지원사업의 경우 대부분 합의점을 도출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견해차가 크다는 것이 소위 첫 회의에서 드러나 다소 충격적이다.회의 결과를 보면, 기대와는 다르게 특별법이 국토위 법안소위 심사를 통과하는데 앞으로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PK(부산·경남)지역 야당의원뿐만 아니라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아 보인다. TK신공항이 로드맵대로 건설되려면, 오는 4월까지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다음 소위 심사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행정력과 정치력을 총동원해 정부와 야당을 설득하길 바란다.

2023-02-19

대구시민의 날

우정구 논설위원 21일은 대구시민의 날이다. 대개 도시마다 시민의 날을 정해 그날은 축제와 각종 행사로 기념하고 있다.대구시는 본래 1981년 대구직할시 승격을 기념해 10월 8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으나 도시 정체성을 살리는 뜻있는 날로 정하자는 여론에 따라 2020년부터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인 2월 21일을 시민의 날로 변경, 시행하고 있다.서울시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한양 천도일인 10월 28일을 서울시민의 날로 정해 놓았고, 부산시는 임진왜란 당시 부산포해전 승전일을 기념해 10월 5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다. 저마다 도시의 특성과 시민의 자부심을 떠올릴 역사적인 날을 뽑아 시민의 날로 정하고 있다.대구의 국채보상운동은 일제의 경제침탈에 대항해 일어난 세계 최초의 시민주도 경제주권 운동이다. 1907년 2월 21일은 대구민의소가 북후정에서 군민대회를 개최하고, 국채보상운동 취지서를 낭독해 국채보상운동의 서막을 알린 날이다.이 운동은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졌고, 남정네는 담배를 끊고, 부인네들은 패물을 내놓아 나라의 빚을 갚는 데 앞장섰다. 2017년 10월 유네스코는 국채보상운동과 관련한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대구시는 21일을 시민의 날로 지정하면서 대구·경북 최초의 국가기념일인 2·28 민주운동기념일까지를 대구시민 주간으로 정해 시민들이 뜻깊은 날을 기억토록 하고 있다. 특히 2·28 민주기념일은 대구지역 젊은이가 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주의 운동이며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운동이어서 시민주간 행사의 의미를 더해 준다.많은 시민이 이 날을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겨보아야 시민의 날 제정의 의미가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19

국립근대미술관 유치에 팔 걷어 붙인 달성군

대구 달성군이 국립근대미술관 군내 유치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군은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를 위한 시민서포터즈를 결성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관련 세미나를 개최, 달성군의 유치 적합성을 홍보하는 등 유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새 정부 과제로 채택하면서 근대미술의 요람지인 대구에 국립근대미술관을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된 가운데 달성군이 화원교도소 후적지를 후보지로 내세우며 뛰어든 것이다.최근 지방시대에 맞는 문화분권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문화분권 운동이 점화되기 시작했다. 문화예술분야 부흥을 통해 침체된 도시에 가운을 불어넣겠다는 움직임이다. 대표적 사례가 작년 있었던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다. 대구를 비롯 전국 10여 개 지자체가 지역유치를 희망했지만 서울로 낙점되고 말았다. 지역민의 문화분권 희망을 꺾어버린 나쁜 전례다.고대와 근대, 현대 등 시대사별로 미술관의 역할을 구별하려는 것은 세계적 트렌드다. 프랑스는 시대별 미술관을 두는 동시에 주요 문화시설을 소도시에 분산 배치해 지역성장과 문화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 2012년에는 프랑스 최북단 지역인 랑스에 루브르박물관 분관을 개관해 매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도록 했다.달성군의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는 근대미술의 태동지인 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전혀 어색치가 않다. 대구는 서예 분야 석재 서병오를 비롯 이인성, 이쾌대와 같은 천재적 작가들이 맹활약했던 곳이다. 6·25전쟁 때는 피난지로서 전국의 예술인이 모여 대구근대미술전 등을 여는 등 근대미술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달성군이 제시하는 화원교도소 후적지는 광대한 부지와 더불어 전국으로 통하는 사통팔달의 교통요지다. 교도소 후적지라는 특성이 근대미술관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달성군의 근대미술관 유치 노력에 예술인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높은 관심으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2023-02-19

대구의료원의 역량 강화를 주목한다

공공의료란 공공기관에서 생산되는 의료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공공의료시설이라 한다. 민간의료기관보다 공익적 목적에 더 부합하여야 하며, 민간의료가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의료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도농간 의료격차나 지방의료원의 접근성 문제,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행위, 감염병 등이 공공의료가 담당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사실상 많은 공공의료기관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대구는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추진키로 했으나 단체장 출마 포기로 성사가 되지 않았다.홍준표 대구시장은 공공의료원의 추가 건립보다는 대구의료원의 기능부터 먼저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제2 의료원 설립을 유보했다.대구의료원이 홍 시장이 밝힌 공공의료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다음달부터 경북대병원 전문의 진료를 시작으로 대구의료원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의료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경북대병원 소속 신경외과, 정형외과, 호흡기내과 등 4명의 전문의를 지원받아 대구의료원서도 이 분야 진료가 가능해진다. 특히 신경외과 전문의 충원으로 뇌혈관질환센터 운영과 수술도 가능하다. 앞으로 산부인과 등 기존에 부족했던 진료과목 전문의도 충원해 경북대병원 수준의 양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홍 시장이 약속한 공공의료 기능 강화 전략의 출발점이라 특별히 관심이 간다. 대구의료원은 대구의 유일한 공공의료시설이다. 그러나 그동안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대구시의 공공의료 강화 정책이 이번에는 성과를 내 시민들이 믿고 찾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혁신적 변모가 있길 바란다. 수도권 중심으로 대형병원 설립이 집중되고 있어 지역거점 중소병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의 역량 강화는 바로 이런 면에서 시민 건강권을 지키는 일이나 다름없다.

2023-02-16

재해대비한 포항항사댐 건설, 빠를수록 좋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예결소위가 그저께(15일) 포항 항사댐 건설에 대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키로 가결해 다행히 댐 건설이 순조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항사댐 건설은 지난해 정부재정사업평가위에서 예타와 사업 적정성 검토 면제 결정이 이미 나왔지만, 야당측의 재검토 요구로 이날 환노위에서 동의절차를 거친 것이다. 항사댐은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일대(오어지 상류)에 저수용량 476만t으로 건설되며, 포항시는 지난해 댐건설 사업비 19억8천만 원(타당성 조사비)을 확보했다. 예결소위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환경 파괴가 최소화돼야 한다는 게 여야 의원들의 같은 의견이었다. 예타를 면제하기로 하되, 야당 측에서 냉천 정비와 동시에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으로 건설할 수 있을지 대안을 함께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포항시는 10여 년 전부터 항사댐 건설을 정부에 건의해왔지만, 환경단체 반대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태풍 ‘힌남노’에 의해 하류하천인 냉천이 범람하면서 큰 피해가 발생하자 댐 건설 논의가 본격화됐다. 댐 건설의 예타조사는 면제됐지만, 사업시행을 전제로 한 타당성 조사는 6월쯤 시작된다. 2025년 착공해 2029년 완공할 예정이다. 항사댐이 건설되면 냉천에 인접한 포항제철소와 포항철강공단 등의 홍수피해를 차단할 수 있다.예결소위 결정은 다음 주 열리는 상임위 전체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환노위 동의절차가 마무리되면 환경부는 댐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간다. 환경부는 댐건설 타당성 조사과정에서 여러 대안도 함께 검토해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야당측이 해외의 경우 침수피해에 대비해 댐보다는 방수로를 건설하는 사례가 더 많다며 환경부에 대안검토를 주문했기 때문이다.댐 건설시 환경파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은 너무나 당연한 소리다. 그러나 항사댐 건설이 또다시 환경파괴 논란으로 지연돼서는 안 된다. ‘힌남노 사태’와 같은 끔찍한 재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댐 건설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

2023-02-16

에르진市의 교훈

우정구 논설위원 에르진시는 지진이 덮쳤던 튀르키예 10개 주(州) 가운데 특히 피해가 컸던 하타이 주 인구 4만2천명의 작은 도시다. 이번 강진의 진앙지로부터 직선거리 8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1만2천 채의 건물이 무너지고 수만명의 사람이 사망한 튀르키예 강진에도 건물붕괴 0, 사상자 0를 기록했다. 외신들은 기적의 도시라 불렀다.에르진시 엘마소글루 시장은 이런 결과를 묻는 외신기자에게 “나는 단지 불법건축물 시도를 일절 용납하지 않으려 노력했을 뿐”이라 말했다.이번 강진이 발생하자 튀르키예 정부도 부실공사가 피해를 키웠다는 여론에 따라 건설업자들에 대한 칼을 빼들어 100여 명을 체포하기도 했다.일본의 지진 전문가들은 튀르키예 지진이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팬케이크 붕괴 현상을 꼽았다. 팬케이크 붕괴는 건물의 바닥이 무너지고 그 위에 또다시 윗층 바닥이 무너지는 방식이다. 잔해 속에 빈공간이 없기 때문에 다른 붕괴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내진 설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5.4규모 지진에도 수많은 이재민과 재산 피해가 일어났다. 지진은 인류가 막을 수 없는 최악의 자연재난이다. 하지만 미리 대비를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튀르키예는 1999년 북서부 대지진으로 1만7천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건축법을 지키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엘마소글루 시장은 선거당선 후 불법건축물에 대한 예외 적용을 요구하는 민원에 많이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한 번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장의 법과 원칙 고수가 인명과 재산을 지킨 결과가 되었다. 타산지석 삼을 만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16

무너진 공정과 상식

홍석봉 대구지사장 기가 막힌다. 사법정의는 실종됐다. 금융권은 돈 잔치에 흥청망청이다. 국민들은 분노한다. 대통령까지 나섰다.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우리 사회의 공정과 상식이 형편없이 무너졌다.법원과 검찰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과 기소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잇단 법원판결이 원인이다.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죄 무죄 판결이 불을 질렀다. 야당이 들고 일어났다. 재판거래 의혹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는 바닥이다.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대구지법 앞에서 규탄 시위를 했다. 곽 전 의원 아들이 받은 퇴직금이 뇌물이 아니라면 5년10개월 근무한 대리가 받은 퇴직금 50억 원이 정상이냐고 꼬집었다. “퇴직금 50억 원은 대기업 대표로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 아니고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거액”이라며 사법부를 성토했다. 대장동 일당의 뇌물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국민상식이라고 비판했다.“정상적인 퇴직금 지급액의 221배에 달하는 금액, 검사 출신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이 이렇게나 달라야 하는지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법치가 무너지고 공정과 상식은 휴지조각이 됐다.검사출신의 홍준표 대구시장은 “요즘 판검사는 샐러리맨”이라며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검사의 봐주기 수사인지, 무능에서 비롯된 건지, 판사의 봐주기 판결인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야당의 특검 추진을 반기며 ‘50억클럽’ 특검을 촉구했다. 대통령실도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반응이다.앞서 법원은 무소속 윤미향 국회의원의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횡령 사건과 관련, 벌금 1천500만 원을 선고하고 주요 혐의 대부분을 무죄판결 했다. 기부금 관리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맞지 않다며 시끄럽다. 홍준표 시장은 “정신대 할머니를 등친 후안무치한 사건이라고 그렇게 언론에서 떠들더니 언론의 오보였나. 검사의 무능인가”라고 꼬집었다.고금리를 틈탄 은행의 ‘돈잔치’는 서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16조6천억 원에 달했다.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과 영세 자영업자 등을 상대로 고금리의 이자장사로 배를 채웠다. 희망퇴직자에겐 수 억에서 10억 원대의 퇴직금을 지급, 서민들의 눈이 돌아가게 했다. 학자금 등 각종 명목의 지원금까지 얹어줬다. 성과급 잔치는 불문가지다.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졌다.정치판도 공정과 상식을 찾을 길이 없다. 여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대통령의 개입으로 이미 난장판이 됐다. 야당은 당 대표의 사법처리를 막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친다. 민주노총은 법 위에서 군림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장애인단체는 약자를 무기로 국민을 불편케 한다. “정치는 실종되고, 사회는 분열되고, 자유는 위협받고 있다.” 야당 원내대표의 말이다.수 없는 좌절과 고통을 극복하고 이 자리까지 온 우리다.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틀을 부수고 알을 깨야 한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일깨우고 되찾아야 한다.

2023-02-16

흰 눈이 곱게 쌓이면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이번 겨울 오랜만에 흰 눈이 내렸다. 그동안 우리 지역 동해안에는 메마른 날이 계속되어 겨울 가뭄을 걱정했었는데 우수(雨水)의 절기를 맞아 소복하게 하얀 눈꽃이 핀 설국이 그려졌다. 최근 올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밀려왔었고 그 한기에 하늘이 얼었는지 포항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는데 15일 오전 8시까지 1cm 정도 쌓여 갑자기 대설특보로 바뀌었다. 청하에 1.6cm 영덕에 11.1cm인데 울진 평해 지역은 20.6cm로 대설경보가 내렸다고 한다. 포항 외곽지로 빠지는 우현동 고갯길에서 차량들은 거북이 운행을 했고 상옥으로 넘어가는 산간지역은 교통이 통제되었으며 마을버스 운행이 중지된 곳도 있다.새벽부터 안전안내문자가 깜빡댄다. 밤새 내린 눈으로 도로 결빙이 예상되니 미끄럼 등 교통안전에 주의하고 대설주의보도 발효되었으니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한다. 창을 열고 밖을 보니 바닷가에는 하얀 거품 같은 파도가 밀려오고 하늘은 눈이 계속 내릴 듯이 온통 뿌옇다. 아파트 마당엔 모든 차량이 눈을 덮어쓰고 조용한데, 눈밭 놀이터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재갈거림이 사랑스럽다.며칠 있으면 차가운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인데 겨울을 마무리 짓는 빗물이라는 의미이다. 녹은 강물을 헤엄치며 수달들은 고기를 잡을 테고 기러기는 줄지어 북녘을 날아갈 것이다. 하얗게 쌓인 눈이 녹으면 땅속에 꿈틀대던 초목의 겨울눈이 깨어나고 코로나로 3년간이나 움츠렸던 우리 마음에도 이웃사랑의 눈이 트이리라. 대지를 녹이는 우수(雨水)에, 근심 걱정에 찬 우수(憂愁)를 털고 농부들은 새해의 농사 계획을 세우고 좋은 씨앗을 고르며 우수(優秀)한 싹을 틔우는 희망을 가지겠지…. 지겹도록 격돌하며 거친 말을 해대는 정치들판에도 흰 눈이 내려 덮이고 그 맑은 빗물에 봄눈 녹듯 서로의 앙금을 녹여 올해는 더욱 따뜻하게 국운을 일으키는 파란 싹을 틔우고 고운 꽃들의 잔치를 열어주기를 바란다.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 인해 인류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지마는 이 또한 온 세계가 이웃돕기 성금으로 사랑의 빗물을 모아주고 있다. 지진 피해 아동이 700만 이상이라고 유엔아동기금(UNICEF)은 밝히고 있으며 아동피해에는 사상자뿐만 아니라 집과 부모를 잃고 또 트라우마를 비롯한 질병을 갖게 된 아이들도 있다. 새싹의 눈을 보살피는 심정으로 어린이 구호를 위한 세계 각국의 온정이 메마른 땅을 덮듯 가슴 가득 도와주었으면 한다.온 누리에 흰 눈이 내리면 세상은 하얗게 물들고 모든 더러움을 덮은 그 백설의 숲길을 걷고 싶어진다. 지인들과의 카톡방에도 눈의 노래가 들려오고 흰 눈 내린 겨울의 정경 속에 매화꽃이 피어나고 있다.“조그만 산길에 흰 눈이 곱게 쌓이면/ 내 작은 발자국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 내 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 때까지/ 새하얀 산길을 헤매이고 싶소”창밖을 보며 김효근 작사·작곡의 가곡 ‘눈’을 부르노라면 어느새 숲속으로 난 눈밭을 걷고 있는 마음이 된다.겨울 막바지에 내린 하얀 눈은 봄을 향한 계절의 알림이고 땅에 물기를 머금게 하는 생명의 물이 될 것이다.

2023-02-16

이 낮은 곳을 향하여

강길수 수필가 언제부턴가 길을 걸을 때 낮은 곳을 자주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길가 구석진 곳이나 돌 틈, 보도의 화단, 학교 녹지 같은 곳에 나서 사는 풀들을 본다. 특히, 겨울에는 더 살피게 된다. 낮은 곳에 월동하는 풀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웬일일까.이번 겨울에도 섭씨 영하 10도 이하의 기온을 보인 날이 제법 있었다. 강추위에도 살아서 겨울을 넘길 기세였던 양지바른 석축 위의 작은 장미꽃 몇 송이와 잎들도, 산 채로 얼어 말라 박제같이 되고 말았다. 환경오염의 온난화 시대지만, 올겨울은 제 몫을 한 것인가. 그래도 이 낮은 곳의 일부 풀들은, 얼굴이 시퍼렇게 얼면서도 겨울 추위를 이기며 살아냈다.입춘이 지난 지 일주일째다. 그사이 낮은 곳으로 봄이 스며 오고 있다. 오가는 학교 녹지의 소나무 밑엔 제법 연녹색을 띨 정도로 풀들이 솟아오른다. 가로수 밑엔 별꽃풀도 다른 풀들과 낮게 기지개를 켠다. 아직 2월이 두 주 이상 남았다. 겨울이 다 갔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추위가 다시 온다 해도, 저 풀들은 이겨내며 봄노래를 부를 것이다.생명은 삶은 저 높은 곳에 사는 게 아니라, 이 낮은 곳에 터 잡고 태어나 뿌리내리고 기대어 번식하며 살아내는 존재였다. 첫 생명이 높은 곳에서 왔다손 치더라도 낮은 곳 곧, 땅이 아니었다면 지구촌 생명이 살아남았을까. 이 낮은 곳은 산, 들, 시내, 강, 호수, 바다 등 온 지구촌을 다 품고 있다. 창조론, 진화론 같은 이론에 앞서 생명의 고향은 ‘저 높은 곳이 아니라, 이 낮은 곳’이란 마음의 소리가 여울진다.교회 찬송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가 생각난다. 삶이 괴로운 화자(話者)가 ‘빛과 사랑이 넘치는 그곳’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싸우며 나아가니, 주님이 인도해 달라고 하는 간절한 노래다. 하지만, 세상에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일은 ‘이 낮은 곳을 향하여’가 아닐까. 그 길이 예수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려 주는 메시지일 것이므로….인간사회는 어떤가. 저 높은 곳의 금수저들은, 이 낮은 곳의 흙수저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지배해온 것이 인간의 역사이리라. 수많은 생명의 희생을 치르고 이룬 자유민주주의도 불의한 권력, 금력, 야합, 권모술수, 선동, 선전이 그 자정(自淨) 기능마저 잃게 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인 우리 사회도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분쟁과 대결 구도는 계속되고 있다. 참혹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 온난화로 인해 갈수록 극심해지는 자연재해 같은 일들은 우리 인류가 ‘이 낮은 곳으로 향하라!’는 명령으로 다가온다. 생명의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법이니까.지구촌의 금수저와 흙수저가 어우러져 ‘이 낮은 곳을 향하여’ 마음 모아 사랑을 베풀어 높은 곳 낮은 곳이 하나 되면 좋겠다. 그 힘으로 끔찍한 모든 전쟁을 끝내고, 아비규환의 고통에 신음하는 전쟁과 지진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도와서, 그들이 이 낮은 곳의 생명처럼 꿋꿋이 살아낼 수 있도록….

2023-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