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을 외친지 20년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1월 29일 “지방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며 지방화와 균형발전을 선포했다. 윤석열 정부는 별도의 20주년 기념행사는 갖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부산에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며 “모든 권한을 중앙이 움켜쥐고 말로만 지방을 외치는 과거의 전철을 절대 밟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역대 정권이 모두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지방화시대를 이야기 했다.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 현실은 역대 정부의 약속과 달리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에는 전체 인구의 50.7%(2001년 말 기준 47%)가 살고 있다. 100대 기업의 본사 86%가 수도권에 소재한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8개가 소멸위험지역이다. 이 상태라면 이들 지역은 30년 뒤에는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마당에 윤 대통령은 최근 “당장 올해부터 본격적인 GTX(광역급행철도)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지방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전국 대도시로 GTX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방의 시각은 비판적이다. 가뜩이나 사람과 돈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판국에 오히려 지방 인구와 경제력의 수도권 흡수를 더욱 가속할 빨대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134조 원을 투자, ‘GTX’가 완공되면 일자리와 사람의 서울 집중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방 소멸을 더 앞당길 뿐이라는 얘기다.
전례가 있다. 애초 고속화를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하겠다며 만든 KTX가 되레 지역 간 격차를 더 키웠다. KTX 개통 이후 지방 중소도시의 지역내총생산과 인구는 준 반면 대도시는 증가했다. 역설적이게도 고속철도가 만든 전국 1일생활권이 서울 집중을 부추긴 것이다. 공기업 지방이전 효과도 KTX 때문에 신통찮다. 혁신도시는 불꺼진 도시가 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6조 원이 드는 달빛철도를 안 해주려고 하는 정부가 GTX를 구축하려는 것을 보고 정부의 지방 정책은 헛구호였다”며 비난했다.
지역균형발전은 빛좋은 개살구다. 이젠 20년 동안 목이 메도록 외쳐왔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허상은 버려야 한다. 극단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이 상태로는 수도권은 배가 터져 죽고 지방은 굶주려 죽는다. 국가의 모든 정책을 지방 우선에 두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없다. 지방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시해야 한다. 그것이 인구 위기에 대한 대책이자 국가 불균형 발전의 타개책이 될 수 있다.
교육과 문화·생활 인프라를 집중시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역 귀환이 이뤄져야 한다. 파격적인 유인책을 제시해 대기업의 지방 이전을 이끌어야 한다. 지방에 고급 일자리가 많아지면 지방에 자연스레 사람이 모인다. 지금부터 지역 불균형발전 정책을 펴야 한다. 국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더 놔뒀다가는 미래가 위험하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최우선 공약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