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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상의 모든 아들에게

이희정 시인 부모에게 자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끝이 없는 A/S 대상이다.“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 네 뒷모습에 대고 /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그런데 더러는 부모가 부실하면 아이들이 먼저 철이 들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훈련소 상사가 문자로 보내온 아들의 모습은 긴장된 가운데 늠름하다. 발가락 재해로 일 년 가까이 입대 시기를 늦춰야 했던 어느 집 아들의 이야기다.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겨우 나아갈 때 즈음 서둘러 급행을 신청해 입대했다. 전날까지 일언도 없이 문을 나섰던 아들이 훈련소 입소 직전 사진과 함께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보내왔다. 입대를 보류할 부모를 견제한 판단이었으리라 짐작한다.예전과 달리 복무기간도 단축되고 핸드폰 사용도 가능하다지만 여전히 어머니들에게 입대는 간절한 기도로 신을 부르는 일이다. 총에 맞아 죽기보다는 총소리를 듣고 먼저 쓰러진다는 시구도 있지 않은가.아들아너와 나 사이에는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보다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네 뒷모습에 대고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네가 어렸을 때우리 사이에 다만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사랑 한 알에도우주가 녹아들곤 했는데이제 쳐다보기만 해도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너와 나 사이에는무슨 신이 한 분 살고 계셔서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문정희 ‘어린 사랑에게’(1992, 미래사) 중 ‘아들에게’ 전문그런데 어머니와 아들을 대하는 간절함의 인식은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없던 질병도 만들어 군 면제를 받았으면 하는 힘센 부모도 있다. 과거와 달리 너나 할 것 없이 자식이 한 둘인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군에서 맞는 생일에 공산품 초코파이 케이크는 거부하고 특별히 만든 케이크를 보내고, 군대 상사에게 사소한 것들까지 수시로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풍토 속에서 부모의 배웅 없이 홀로 기차를 타고 가벼운 여행길 나서듯 그렇게 홀연히 떠나는 아들의 태도는 약한 부모를 부끄럽게도, 마음 저리게도 한다.서울 양재동 숲길을 걷다 보면 청년 윤봉길을 만날 수 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사가 되어야 했던 그의 나이는 약관이었다. 고향에는 살아 있는 부모가 있었고 앳된 아내가 있었고 무엇보다 완두콩 같은 발가락을 고물거리는 어린 자식들이 있었다. 그는 아들이었고, 가장이었고, 아버지였다. 현대 시점으로 보자면 저 어린 나이에 어찌 저리 큰마음으로 나설 수 있었을까 믿기지 않는다. 혼인 연령이 늦어지면서 아이들의 성장도 늦되어지는 것인가. 바뀐 세상이 성장의 키를 조율하는 것인가. 지금의 아이들에게 대자면 상상할 수도 없는 신화에 가까운 실화다. 훈련 중 부상보다 상사나 동기의 괴롭힘 등 정신적인 이유로 어머니들의 ‘간절’을 소환하는 예가 많은 것을 보면 더욱 실감이 나지 않는다.시대가 바뀌고 풍족한 환경에도 세상은 여전히 평온하지 않다. 저 먼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으로 실시간 대치 중인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모든 어머니에게 귀하지 않은 발가락이 있으랴. 문정희 시인(1947~)은 말한다. “네가 어렸을 때 / 우리 사이에 다만 /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 사랑 한 알에도 / 온 우주가 다 녹아들곤 했는데 /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이 되어 있다고.세상의 어머니들에게 전하고 싶다. 내 아이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어리거나 유약하지 않다고. 어머니의 간절함 속에는 강물처럼 흐르는 신이 한 분 살아 계셔서 결코 그 마음의 키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아들을 믿고 모두를 위한 간절함으로 두 손 모을 수 있어야 한다고.내 아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들들’에게.

2023-03-05

땃벌떼에 포위당한 국회

김진국 고문 1995년 7월 1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 복귀와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92년 12월 정계 은퇴를 선언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민주당 의원 95명 가운데 65명이 탈당했다. 은밀한 작업 끝에 신당 창당이 공개되자 민주당은 어수선했다.다수 의원이 빠져나간 국회 민주당 의원실 소파에서 노무현 최고위원과 유인태·원혜영 의원이 바둑을 두며 개탄하는 말을 들었다. 정당이 한 사람에 좌지우지되는 꼴에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를 만들어 독자적 길을 모색했지만 실패했다.그때만 해도 그들은 3김 정치 타파를 정치적 목표로 삼았다. 3김의 대권욕이 민주화운동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집권 야망 탓에 지역할거 정치를 주도해, 민주화를 왜곡한다고 생각했다. 조순형·제정구·유인태·원혜영·김부겸 등이 88년 한겨레민주당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양김씨(김영삼·김대중)가 후보단일화에 실패해 정권 교체를 실패한 직후다. 대권욕에 사로잡힌 한 사람의 정당 장악을 저지하려던 이들이 만든 민주당에 민주주의는 남아 있는가.요즘 민주당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의 개탄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배신자’ 색출이 거세다. 이낙연 전 대표 영구 제명 청원은 게시 나흘째인 3일 오후 동의자가 6만 명이 넘었다. 민주당혁신위원회는 총선과 전당대회 등 당내 경선에서 ‘개딸’(개혁의 딸이란 이름의 이재명 친위세력)들의 목소리를 크게 반영하도록 규정들을 고치려 한다. 이 대표 체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현역의원들을 물갈이하겠다는 것이다.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개××’라느니 ‘수박(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뜻) 깨기’라는 말로 공공연히 선동한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나치 시대에 기독교 신자를 색출하려고 십자가 밟기를 강요”한 것과 같은 짓이라고 개탄했다.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갈등이 심한 정당을 버리고 나간 적이 있다. 신민당을 버리고 나가 민추협과 통일민주당을 만들었다. 그때는 독재정권의 공작정치에 맞서기 위해 야권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지금은 당이 가진 재산이 아깝고, 선거에서 거저먹기인 제1야당의 간판이 아까워 나갈 생각은 못 한다. 그때는 민주화라는 명분이 있었다. 지금은 사법 심판 회피 이외에 무슨 명분이 있나. 정치는 명분이다. 명분이 없으면 양아치나 다름없다.1971년 10월 2일 공화당의 4인 체제는 오치성 내무부장관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화가 난 박정희 대통령은 이후락 정보부장을 시켜 김성곤 의원의 코털을 뽑고, 의원직에서 쫓아냈다. 민주당이 50년 전의 공화당처럼 절대자 1인의 정당인가.이승만 전 대통령은 2대 국회를 야당이 압도해 간선제로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회에서는 의원 내각제 개헌을 시도했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 의원들을 의사당에서 연행했다. 백골단, 땃벌떼 등 정치 깡패집단, 마차·우마차에 마의(馬意)·우의(牛意)를 실어 날라 국회를 포위하고, 공개투표로 발췌개헌안을 통과시켰다.‘수박 깨기’ 한다며 투표 내용을 공개하라고 압박한다. 또 체포동의안이 오면 불참하는 방식으로 의사 표시를 드러나게 만들려 한다. 문자 폭탄을 날리고, 청원압력을 가하는 ‘개딸’은 ‘땃벌떼’와 다를 게 없다. 시민이 정치에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일부 과격분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만 과잉 대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험한 적이다. 소수파였던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는 선동정치 과정이 그러했다.국민의힘이 흘러가는 꼴도 비슷하다. ‘친윤’을 선언하지 않으면 모두 배신자로 낙인찍는다. 물갈이가 거론된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정제된 소식만 전달하던 시대와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누구나 대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가짜뉴스가 범람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보다 자극적인 선동이 더 잘 먹히는 시대다. 민주주의가 위태롭다. 당 대표와 다른 의견에는 침묵을 강요하는 것도 명백한 민주주의 파괴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3-05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김규종 경북대 교수 봄이 오고 있다. 작년보다 월등히 추웠던 겨울이 지난주 금요일 오후를 기점으로 봄에 자리를 내주고 물러갔다. 목요일 오전 영하 7℃, 금요일 오전 영하 5℃를 끝으로 청도는 앞으로 영하의 아침을 만나기 힘들어질 모양이다. 하지만 겨울의 여파는 곳곳에 남아있다. 작년 이맘때에는 홍매가 졌을 터인데, 올해는 아직도 봉오리 상태로 몸을 닫아걸고 있다. 봄의 첫 번째 전령인 영춘화(迎春化)가 이제야 노란 꽃송이를 선보이기 시작한다.대구 동촌 유원지 전봇대 아래 하얀 냉이꽃이 앙증맞게 피어났다. 도심의 소음과 매연과 인총(人叢)들의 무관심을 이겨내고 청정하게 피어난 냉이꽃에 마음이 짠해진다. 대구 문화방송국 주변 욱수천에 뿌리내리고 서 있는 버드나무에도 도톰하게 꽃눈이 올라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선화 꽃대가 시나브로 키 자람을 하고, 원추리와 루드베키아, 봄까치꽃도 여기저기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바야흐로 봄이 흐드러질 참이다.길을 걷다가 나무에 손을 대본다. 겨우내 차가웠던 나무에도 조금씩 온기가 느껴진다. 창천(蒼天)의 구름도 살이 붙어 통통하다. 저녁 7시나 되어야 캄캄해지는 사위(四圍)를 뚫고 금성과 목성이 천상에서 유희하는 장면은 경이롭다. 그것을 지켜보며 증인 구실을 하는 하얀 반달이 어느 참엔가 노랗게 색깔을 바꾼다. 겨우내 고요했던 지붕에 참새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조류의 소음과 추함은 여전하다.밤하늘의 별들이 찬란하게 빛났던 차고 아름다운 시절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떠나가고 있다. 모든 떠나는 것에 동반하는 만가(輓歌)에는 슬픔과 아쉬움이 깃들기 마련이지만, 겨울과 봄의 교체에는 그런 징후가 없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생명의 약동과 환희가 대지와 하늘과 인간들의 아수라판에 범람할 것이기 때문이다. 10월 말까지 이어질 뭇 생명의 환호작약과 괄목상대와 욱일승천의 기세에 미소(微小)한 인간의 개입이 불가능하다.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문자 조합은 자연보호(自然保護)다! 인간이 자연을 보호하겠다니! 마치 세 살짜리 천둥벌거숭이가 부모를 부양하고 보호하겠다고 나선 것과 다를 바 없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과 지난 2월 6일 터키와 시리아를 덮친 지진을 생각해보라. 인간은 자연을 보호할 수도 없고, 자연은 인간의 보호를 바라지 않는다. 인간은 수많은 생명과 어울려 살아가는 미미한 존재일 따름이다.자본주의와 과학주의가 낳은 기형적인 괴물인 근대의 본질 가운데 하나가 자연 정복이다. 과학에 터를 둔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오만에 빠진 인간은 ‘계몽’이란 허울 아래 자연을 인간의 하위에 자리하도록 했다. 그것이 불러온 파괴적인 양상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기고만장(氣高萬丈)해진 일부 괴짜 사내들은 화성 탐사와 인간의 달 이주 계획을 서둘러야 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정말로 희화적인 지구의 풍경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에 동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개발이익과 업적을 챙기려는 시커먼 욕망의 무리가 거악을 만들어낼 태세다. 우리의 봄과 자연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2023-03-05

현대차 생산직에 쏠린 시선

우정구 논설위원 최근 산업연구원이 MZ세대의 직업 가치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지난 12년에 걸쳐 10만명 대졸자를 대상으로 소득, 근로시간, 적성, 업무난이도 등 16개 직업 가치요소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였더니 직업 가치 순위에 변동이 생겼다는 것이다.과거 직업 가치로 가장 소중히 여겼던 ‘개인 발전가능성’이 뒤로 밀리고 소득과 업무시간 등이 앞쪽으로 당겨졌다. 1순위였던 ‘개인 발전가능성’은 6위로 떨어졌고 소득이 3위에서 1위로, 근로시간이 6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이와 달리 다른 한 여론조사에서도 MZ세대는 가장 싫어하는 기업으로 ‘주말 출근 등 초과근무가 많은 기업’을 1순위로 꼽았다. 고액 연봉과 워라밸이 잘 돼야 그들에게는 신의 직장으로 평가받는다는 뜻이다.현대자동차가 10년만에 생산직 모집에 나서면서 많은 화제를 뿌렸다. 올해 뽑을 400명 생산직에 지원자가 폭주해 채용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최종 지원자가 10만명은 족히 될 것 같다는 관측이다.현대자동차 생산직을 킹산직(king+생산직)이라 부르고, ‘현차 고시’니 ‘전국민 오디션’이란 말도 나왔다. 또 놀라운 것은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사무직까지 현대차 생산직 모집에 들썩이고 있다는 소식이다.현대차의 작년 임직원 평균 연봉은 9천600만 원. 생산직 초봉도 5천∼6천만 원이다. 높은 연봉과 정년보장, 다양한 복지혜택 등 현대차 생산직 자리가 로또에 비견될 만큼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기성세대에는 자기발전보다 연봉에 무게를 둔 그들의 직업관이 낯설어 보이기도 한다. 조직에 충성하고 개인보다 업무에 더 열중했던 전통적 직업 가치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3-05

與전대 핵심키워드는 당내통합과 외연확장

국민의힘이 오는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 공식 선거운동을 마무리하고, 지난 4일부터 당 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투표에 들어갔다. 투표는 첫날부터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오늘(6일)부터 내일까지는 휴대전화가 없거나 모바일투표를 하지 않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전화 ARS(자동응답) 투표가 치러진다. 만약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0일부터 11일까지 1· 2위가 결선을 치른다. 현재까지 당 대표 선거 판세를 보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기현 후보가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 후보는 당권레이스 초반부터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마케팅’으로 친윤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투표가 결선으로 갈 경우, 2·3위인 안철수·천하람 후보의 연대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마지막 당 대표 토론회에서 천 후보가 안 후보에게 “필요하면 연대하면 될 것 같다”고 언급하자, 안 후보가 웃으며 화답한 것이 여운을 남긴다.아쉽게도 집권여당 전당대회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당 대표 후보들이 모두 자기 권력을 위한 이전투구식 싸움을 이어 가면서, 민심을 얻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지금까지 당권 주자가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4명의 후보로 완성되기까지는 ‘윤심’이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나경원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 ‘윤핵관’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은 끝에 결국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했다. 안철수 후보는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를 내세웠다가, 대통령실로부터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강한 경고까지 받았다.차기 당 대표는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드라이브를 뒷받침하고 내년 4월 22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려면 당 내부를 통합하는 것은 물론, 외연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자기권력보다는 대통령실과 내각과의 긴밀한 공조, 그리고 야당과의 협치를 이뤄낼 수 있는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

2023-03-05

단속 피하려는 신종마약 급증, 특단 대책을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신종마약의 국내 유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이다.양경숙 의원(더불어 민주당)이 밝힌 관세청 자료에 의하면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적발된 신종마약의 금액은 108억 원 규모로 전년 38억 원보다 무려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중량도 267kg으로 전년 비해 87%가 증가했다.지난해 필로폰, 코카인 등 국내에서 적발된 전체 마약 규모는 줄어들었는데도 신종마약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신종마약이란 기존에 남용돼 오던 약물과는 다르게 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해 기존 마약류의 변형된 형태인 유사제제나 유도제로 개발된 마약을 일컫는다. 또 이미 의학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약물로 중독성이 발견되어 오남용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이에 해당한다.신종마약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일명 엑스터시로 불리는 MDMA를 비롯 러쉬와 졸피뎀, 프로포폴 등이 있다. 국내의 경우 식약처에 마약 또는 임시 마약류에 등록이 돼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종마약이면서도 등록이 되지 않으면 처벌을 받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실제로 2021년 11월 경찰이 액상 형태 대마를 판매한 A씨를 붙잡았으나 그 물질이 식약처에 등록된 마약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법 처리를 하지 못했다.특히 마약이 새로운 형태로 변형 유입되는 데다 경로도 인터넷이나 우편 등을 이용하고, 거래에 가상화폐 등을 사용함에 따라 단속이 쉽지 않다. 더 문제는 마약류 사용 연령이 낮아지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마약류 범죄백서에 의하면 작년 한해 우리나라에서 검거된 마약 사범은 1만8천여 명에 이르며 그 중 20, 30대가 절반이다. 마약 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비쳐볼 때 젊은층의 마약 사용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마약은 한번 손대면 빠져나오기 힘든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사회적 폐해와 위해성으로 따지면 술이나 담배보다 훨씬 더 나쁘다. 마약류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을 갖도록 교육 기회를 더 많이 늘리고 당국의 단속기법도 더 강화돼야 한다.

2023-03-05

새 학기가 두려운 아이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새 학기가 되면 유치원이나 학교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다. 처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갈 때 어느 정도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현상이다. 대개 1주 정도 다니다 보면 적응을 하게 되지만, 일부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에 대해 과도한 불안 증세를 나타낸다. 심한 경우는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가는 것을 너무 싫어하고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 울고 떼쓰고 이런 일이 계속돼 해결 방법을 찾기 난감할 수가 있다. 그런데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으면 증상은 씻은 듯 사라진다. 부모들은 흔히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는 것이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혼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못살게 구는 친구가 있거나, 선생님이 무서워서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그러나 원인은 애착 대상(주로 어머니)과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처럼 불안으로 등교를 회피하는 것을 과거에는 학교 공포증(school phobia) 또는 등교 거부증(school refusal)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공식 정신의학적 진단명은 분리불안장애(separation anxiety disorder)이고 최근에는 ‘장애’라는 우리말 표현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새 학기 증후군’이라는 완화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분리불안장애는 12세 미만의 소아에서 가장 흔한 불안장애로 일종의 정신의학적 병이며 유아기나 초등학교 저학년에 흔하다. 아동에서의 유병률은 4% 정도로 추정되고 환자의 경우 남녀 차이를 보이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여아가 좀 더 흔하다.하여튼 극심한 불안감이나 신체증상은 학교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떨어져서 집을 떠난다는데 있다.다시 말해 학교에 대한 공포나 거부가 아니라 어머니와의 분리에 대한 불안이다. 분리불안장애의 원인은 아동의 기질적 특성뿐만 아니라 부모의 양육태도도 영향을 끼친다. 치료하며 목도한 점은 성장과정에서 어머니가 과잉보호를 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어머니의 마음이 ‘알 두고 온 새의 마음’처럼 불안한 경우 분리불안장애의 위험이 증가한다. 사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를 어떻게 키울까 하는 불안과 고민을 가지고 있다.특히 요즈음 평균 자녀수가 한두 명으로 줄어들면서 부모의 과도한 애정과 과보호의 경향이 더 많아지고 있다.그러나 과잉보호를 하게 되면 아이의 새로운 적응에 대한 시도를 단념시켜서 아이의 발전 능력이 저해되고 정서적으로 나약하게 만들며 자신감이 형성되지 않게 된다.자율성이나 주도성, 독립심이 형성되지 못하게 된다. 아이를 위한다는 것이 오히려 아이의 정신적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부모가 아이를 너무 끼고 돌면 아이는 스스로 난관을 극복할 기회를 얻을 수가 없다. 부모가 아이 혼자 설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갑자기 부모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는 더 힘이 들 수밖에 없다.심하면 어른이 되어도 그 정신연령은 ‘어린아이’에 머물러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모든 일을 어머니에게 물어봐야 하는 ‘마마보이’가 된다.아이를 잘 키우려면 앞질러 해주지 말아야 한다.우리 부모들이 아이가 할 일을 앞질러 해주는 것은 ‘혼자서 못할까봐’ 또는 ‘다칠까봐’ 하는 마음에서라는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공감한다.하지만, 부모가 진정 아이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아이 스스로 활동하도록 허용해야 하고 아이가 자기의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능력 밖의 어려움이 있을 때, 위험한 환경일 때에만 돕거나 보호해 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혼자 고민하고 혼자 해결할 기회를 주자. 관심은 가지되 간섭하지 말자.아이의 신체적인 발육과 정신적인 성숙 정도에 따라서 적당한 시기에 욕구를 적절히 좌절시키는 것을 점진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러한 훈련은 장차 험한 세파에 저항력을 기르기 위한 정신적 예방주사가 된다.아이는 좌절에 따르는 감정과 갈등을 극복함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처리하고 ‘나도 혼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율성과 주도성, 독립심은 그런 과정을 거치며 형성된다.자녀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자기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어 그들이 주도적이고 독립적이고 행복한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부모가 언제까지나 아이를 알로 생각해서 보호하려고 한다면 아이는 영원히 부화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깃털과 품속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아이가 알을 깨고 나오도록 해주어야 한다.어미 새가 껍질을 깨어 주기보다,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부리 끝이 터지고 힘겨워도 제 힘으로 알을 깨고 나온 새는, 마침내 창공을 향해 힘찬 날개짓을 시작할 것이다. 새 학기 새로운 도전에 나선 아이와 부모를 응원한다.

2023-03-05

전기는 공공재… 펑펑쓰면 안된다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에너지 절감운동을 거창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실제 에너지 절감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가까이 있고,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전기는 ‘kWh’(킬로와트시)로 표시한다. ‘KW’(킬로와트)는 전기의 양이고 ‘H’(시)는 전기를 쓰는 시간을 뜻한다. 그러니까 에너지 절감은 ‘KW’나 ‘H’를 줄이는 것이다. 기존의 백열등, 형광등, 할로겐 조명등을 LED 조명등으로 바꾸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자제품, 전기제품을 고효율 절전 제품으로 바꾸는 것 또한 ‘KW’를 줄이는 것이다.‘H’를 줄이는 것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스위치를 끄거나 플러그를 뽑는 것이 대표적이다.출근하면서 혹은 잠들면서 스위치를 켜 놓으면 사용 시간의 4배 정도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스위치만 끄면 H는 줄일 수 있는데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글로벌 IT기업 퀄컴은 본사에 7천500여개의 센서를 설치하여 직원들이 일정 시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컴퓨터부터 각종 전자기기, 냉·난방기, 조명까지 자동으로 꺼지게 하여 연간 100만 달러를 절감한다고 한국의 주요 일간지에 홍보한 적이 있다.알고 보면 전기를 절감하는 방법은 엄청 많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제도에는 ‘피크’라는 게 있다. 15분 이상 연속해서 연중 최대치로 사용하는 전기량을 1년간의 기본요금으로 정하는 제도로써 일상적으로 쓰는 전기량보다 피크치는 훨씬 높다. 대체로 1년 중 10~20시간만 보강하게 관리하면 최소한 수십 KW의 피크치를 낮출 수가 있다.냉·난방기 사용 시에도 항상 전기절감을 명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피크치는 냉방기, 난방기 사용 때 나타난다. 냉방기를 사용할 때는 실내 온도를 25~28℃에 맞춰놓고 선풍기를 겸해서 사용하면 전기 사용량을 30~40% 줄일 수 있다. 난방기 또한 근무시간 30분 전에 22~23℃에 맞춰 놓았다가 근무시간에 1~2℃ 높이고, 겨울철에도 목 티셔츠를 입거나 내의를 입는다면 쉽게 30~40% 절감할 수 있다.모든 전기는 한국전력과 사용량에 대해 계약이 되어 있는데 기업의 오너나 임직원 중 전기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기업이나 대부분의 IT 회사에서는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은 과도하거나 부족하게 계약해서 쓴다.오래된 상가나 사무실, 교회, 성당 등에서는 한국전력과 부족하게 전력량을 계약해서 1년에 6~7개월씩 계약전력 초과로 과태료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몇 년 전 사설 테니스장 에너지 컨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처음 설비할 때는 야간 경기가 별로 없어서 70kWh를 계약했었는데 최근 야간 사용이 많아서 250kWh를 넘겨쓰고 있었다. 메탈 투광등을 LED등으로 교체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한 달 한 달을 과태료를 내며 지탱하고 있었다.7~8년 전 대구지역 한 대학과 에너지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그 대학은 9천kWh를 한전과 계약했는데 피크는 1천700kWh에 불과했다. 너무 과다하게 전기 계약을 하여서 한국전력 규약상 계약전력의 30%인 2천700kWh를 기본요금으로 내고 있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피크치 보다 매달 1천kWh 더 많은 기본요금(698만 원)을 한국전력에 납부하고 있었다.한국전력에 신고해서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되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그냥 매월 698만 원씩을 한전에 납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그 대학 전기 컨설팅을 다시 하였는데 아직도 그대로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대부분 대학이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아파트도 대부분 계약전력이 과도하게 되어 있어 불필요한 요금을 한전에 납부하고 있으며, 한전은 쓰지 않는 과도한 계약전력으로 인해 불필요한 예비전력을 준비해야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계약전력의 과도한 설정은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대구에 있는 A공공기관의 경우 계약전력을 낮추면서 요금체계를 ‘일반용 을 고압A-Ⅱ’에서 ‘일반용 갑 고압A-Ⅱ’로 바꾸니 요금이 23% 줄어들었다.단순히 스위치를 끄거나 센서 부착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전기 관리가 복잡하다면 에너지 컨설팅 회사 컨설팅을 통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임과 동시에 ‘한전의 불필요한 전기 준비’도 줄여줘야 한다.계약전력을 과도하게 설정하면, 이유도 모르고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한전에 납부하며 전기세가 많다고 불평들을 한다.우크라이나 전쟁 후 석유, 가스값 상승으로 전기요금도 30% 가까이 오르고 가스 요금은 100% 이상 오르니 모두들 충격을 받고 있다. 전기는 관심만 가지고, 또 세심하게 관찰하면 절약할 요소가 많다. 전기요금 고지서가 나오면 자세히 살펴보고, 컨설팅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나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재산이 많다고 해서 전기세 정도는 아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전기는 공공재다. 전기사용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필요하다.

2023-03-05

언어폭력 ‘정도’라니요?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초등학교 때 장면 하나, 하늘은 파랗고, 길 양옆에는 벼가 넘실거리는 초가을, 경운기가 다닐 만한 흙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멀리서 꼬마 서너 명이 ‘돼지야’ 하고 소리쳤다. 나를 놀리는 말이다. 그날 나는 땅속으로 꺼지고 싶었다. 장면 둘, 마루 끝에 앉아 있는 나를 가리키며 방에서 엄마가 이웃집 아줌마에게 ‘덩치는 인왕산만 한 것이…’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 나는 마루 밑으로 사라지고 싶었다.이 두 장면의 ‘맥락’을 보자면, 길에서 우연히 만난 그 꼬마들의 놀림은 위협과는 거리가 먼 단순한 장난이었고, 엄마의 인왕산 비유는 나의 심한 낯가림을 걱정하면서 나온 말이라 학대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돼지’와 ‘인왕산’이라는 단어에 심하게 위축되고 이후 성격 형성에 영향을 받았는데, 그것은 나의 ‘기질’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언어폭력이라고 죄를 묻기는 어렵다.그러나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되었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경우는 이와는 성격이 다르다. 정순신의 아들은, 내가 길에서 우연히 몇 번 만난 꼬마가 아니라, 기숙사에서 피해자와 같은 방을 쓰는 동급생이었고, 아버지의 권력을 자랑하며 피해자에게 ‘좌파 빨갱이’, ‘제주도에서 온 돼지’라고 했다. 8개월 이상 지속된 혐오 표현은, 피해자가 호소한 고통을 고려했을 때 명백한 언어폭력이다.그런데 그 부모는 학교의 전학 조치에 불복해서 무죄를 주장하며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가서 가해 학생은 1년 이상 학교에 더 있었다. 피해자가 자살 시도까지 하고 학업을 포기했는데도 변호인 측은 ‘맥락’을 봐야 한다거나, 피해자의 ‘기질’의 문제로 몰아갔다고 한다. 그들이 내세운 논리 중에 특히 내 눈에 들어온 부분은 ‘언어폭력 정도로 고등학교 남학생이 일반적으로 피해 학생과 같은 피해를 입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리사 펠드먼 배럿은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에서 인간은 ‘말’로 서로를 조절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한 실험을 보면, 실험 참가자들에게 교통사고가 나기 직전의 위험 상황을 단순히 말해주기만 했는데도 심박수, 호흡, 신진대사, 면역체계, 호르몬은 물론이고, 체내 여러 가지를 제어하는 뇌 시스템의 활동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은 혐오스러운 말을 들으면 뇌는 위험을 예측하여 다량의 호르몬을 혈류로 보내어 생존에 필요한 신체 예산을 탕진하게 된다.이렇게 ‘말’은 인체를 조절할 수 있어서 몇 달 이상 지속적이고 강력한 언어폭력은 만성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뇌를 갉아먹는다고 한다. ‘언어폭력 정도로 고등학교 남학생이 이런 피해를 입을 수 없다’가 아니라 ‘언어폭력만으로도 누구나 피해 학생과 같은 피해를 충분히 입을 수 있다.’그러나 피곤할 때 한마디 격려의 말이 마음을 진정시키듯이, 배럿은 말로 망가진 뇌는 말로 회복될 수 있다고 한다. 가까운 이의 따듯한 말도 피해자를 도울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가 피해자의 회복에 제일 중요하다. 그날이 꼭 오기를 바란다.

2023-03-05

혁신의 바이블은 무엇인가

정상철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책의 바이블(Bible)은 성경이라 한다. 그곳에 진리와 길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혁신의 바이블은 무엇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정형화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혁신은 생물이기 때문에 대내외 변화에 맞게 진화하고 최적화 되어 간다.공룡은 지구 변화에 따라 몸을 작게 진화하지 못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역사가 되었다. 혁신은 생산수준을 높여서 경쟁력 확보와 일하는 사고, 일하는 방법을 진화 발전시켜 생존하는 길이다.세계 유수 기업들이 많지만 시대 변화에 먼저 변화하지 않아 부귀영화를 누렸던 대기업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 시대를 예감하면서도 타이밍에 맞게 변화를 선택하지 않아 쇠퇴의 길을 걸은 필름회사나 100년의 부귀영화를 누리다 사라진 베들레헴제철소도 그 중 하나다.이와는 반대로 일본전산은 1973년 사장을 포함한 단 네 명이 교토의 시골 창고에서 시작해 50년만에 직원 13만명, 매출 16조원의 막강한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전산은 초기 ‘모터의 크기를 반으로 줄여 납품해달라’는 대기업의 요청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약점을 핑계로 변명하지 않는다’라는 비즈니스 콘셉트에 따라 긍정적 창조로 핸드폰, PC, 로봇 등 작은 모터 전문생산기업 세계 1위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한다’가 일본전산의 기업 모토로 영세한 시절, ‘밥 빨리 먹는 사람, 목소리 큰 사람, 화장실 청소 잘 하는 사람’ 등의 시험으로 삼류 인재들을 등용해 세계 초일류 기업과 경쟁에서 승리한 인재전략이 성공의 키가 되었다.그것은 기본이 튼튼한 인재를 바탕으로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통하여 생각하는 직원, 성장하는 기업을 만든 비결이었다. 혁신활동은 여러 분야의 문제를 개선해서 생산 최적화하는 것이지만 현장 개선활동에는 문제를 푸는 기법이 있다. 현장의 작업장 환경개선과 공구, 비품 등 일의 편리성 확보를 위한 5S(정리, 정돈, 청소,청결, 습관)활동이 있고, 설비 열화를 예방관리하기 위해 닦고 조이고 기름치며 미결함을 중결함으로 못 가게 하는 원리인 마이머신 활동이 있다.고급 강종을 생산하기 위해 P사가 개발한 My MS 기법은 설비 구조와 작동원리를 이해하며 예지조업까지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성공의 길은 혁신기법의 수행원리와 기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있다.기업생리와 혁신의 원리로 반추해 보면, 혁신의 바이블은 ‘기업의 바른 방향설정과 경쟁력 확보를 향한 문제를 푸는 기법의 최적화 그리고 인재육성’으로 구성된다. 핵심은 문제를 푸는 것인데 기법을 적용할 때 안전과 설비관리, 생산, 품질 등 ‘균형있는 혁신활동’이 되어야 하며, 인사·조직·문화 등 기업전반에 걸쳐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일본전산의 성공사례에서도 경영자의 일관된 경영방침과 작은 모터 개발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인재육성이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 생산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직원들의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인재운영능력이 성공의 키이고 혁신의 바이블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2023-03-05

경북도 ‘인구쇼크’ 심각… 광역비자제도 필요

경북도내 인구가 가파르게 줄면서 이웃에 빈집이 늘고 초등학교 신입생이 사라지는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경북도내에서는 지난해 총 1만1천342명이 출생했지만, 사망자는 이보다 1만4천명이나 많은 2만5천350명에 달해 인구 감소가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국 최고의 혼인율과 출산율을 자랑하던 구미시마저 지난해 처음으로 인구 데드크로스(자연감소) 현상이 발생했다.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은 대표적인 인구소멸 위기 지표다. 경북도는 지난 2016년부터 이미 자연감소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소멸지수를 보면, 경북도내 23개 시·군 중 포항·구미·경산·경주 등을 제외한 18곳이 인구소멸위험지역이다. 이중 군위와 의성, 청송, 영양, 영덕, 청도, 봉화는 ‘고위험’ 진단을 받았다. 인구감소로 지난해 경북도내 빈집수는 1만4천여채(전국의 20%)에 이르렀다. 그리고 경북도내 초등학교 중 2023학년도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32개교에 달했다. 이 중 4개교는 3년 연속 신입생이 없었고, 10개교는 2년 연속 신입생이 없었다. 입학생이 1명뿐인 학교도 30곳이었다. 문을 닫는 초등학교가 증가하면서 교육여건이 악화하니 아이를 키워야 하는 청년들은 도시로 떠나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경북도로 전입한 청년수는 10만8천833명, 전출한 청년수는 12만616명으로 1년간 1만1천783명이 고향을 등졌다. 청년층 이동의 가장 큰 원인은 교육과 일자리였다.‘인구쇼크’ 현상은 경북만 겪는 현안이 아니다. 최근에는 머지않아 한국이라는 나라가 소멸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언급했다시피,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2006년부터 약 280조원의 예산을 저출산 대응에 투입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민제도 도입 등 인구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할 때가 된 것 같다. 정부는 최근 경북도가 제안한 ‘광역비자’ 제도(시도지사가 외국인 노동인력, 유학생 유치를 위해 비자 발급 권한을 갖는 것)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2023-03-02

서민술 소주

우정구 논설위원 주세와 주정 등 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출고가 인상을 고려하던 소주업계가 소주값 인상은 없던 일로 백지화했다. 업계의 소주값 인상 움직임에 정부가 실태조사 카드를 꺼내면서 소주값 인상을 사실상 압박했기 때문이다.최근 정부가 은행 금리에 이어 통신비, 소주값까지 압박을 가하는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고물가 흐름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려는 강수로 풀이된다. 시장경제에 맡겨야 할 가격을 정부가 개입하면서 거부감도 있지만 한편으로 정부 고민도 이해될 법도 하다.작년 경우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로 넘어갔다. 연초 들어서는 난방비 폭탄까지 가세하면서 민심이 흉흉해 진퇴양난에 빠진 정부로서는 인위적인 통제 수단이 필요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특히 서민의 술 소주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소주값이 일반식당에서 한 병당 6천원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 보도가 나오자 각종 매체에는 다양한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이제 소주 한잔 사달라는 말도 쉽지 않겠네”, “집에서 마셔라”, “삼겹살에 냉수를 마셔야 하나” 등 소주값 인상에 대한 부정적 댓글이 주류를 이뤘다.서민이나 봉급자가 스트레스를 푸는 데 가장 친근한 소주값 인상에 정부가 민감 반응을 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외적 요인에 의한 가격 인상이 정부 개입으로 진정될 지는 알 수 없다. 서울에서는 소주 한 병 값이 6천원하는 곳이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소주가 서민의 술로 불리는 이유는 맛이 있어서도 아니고 향이 좋아서도 아니다. 단지 저렴하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고통을 분담할 때 소주도 서민 술로 우리 곁에 머물게 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3-02

사드가 남긴 것

홍석봉 대구지사장 #1. 국방부는 지난달 경북 성주 사드 기지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발표했다. 2016년 사드 부지 선정 당시 인체 유해 논란이 인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인체보호기준을 만족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향후 전자파 저감 방안과 주민 우려 해소 대책도 내놓았다. 성주 사드가 임시 배치 6년 만에 정상화의 길이 열렸다. 주민 대표가 반발하고 있지만 사드 사태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2017년 사드 임시 배치 직후 민주당과 좌파 단체들이 전자파 괴담을 퍼뜨렸다. 주민들은 사드 장비와 물품 반입을 막으며 집단 시위를 벌였다. 반대 단체 등은 “사드 전자파가 참외까지 오염시킨다”며 ‘전자레인지 참외’라고 비아냥댔다. 선동의 끝판왕이었다. 주민과 반대단체들은 거의 매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김천역 광장에도 주말마다 30여 명 이상 모여 시위를 했다. 시위는 6년 동안 꼬박 이어졌다. 시위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젠 힘을 잃었다.일손을 놓은 채 시위에 나섰던 주민들과 각지에서 몰려든 반대 단체,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로 소성리는 전장터를 방불케 했다. 사드가 남긴 상처는 컸다. 행정낭비와 함께 엄청난 인적, 물적 손실을 초래했다. 공사가 늦어지면서 장병들은 천막과 컨테이너 생활을 해야 했다. 한·미동맹에도 조금씩 금이 갔다. 6년 동안의 간접 피해는 아예 추산이 어렵다. 주민과 반대단체 활동가들은 집시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2.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인에게 광우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MBC ‘PD수첩’의 공포 방송에 여중생까지 촛불시위에 나서는 등 집단 시위로 번졌다. 3개월 동안 나라를 뒤흔들었다. 이후 대법원에서 MBC ‘PD수첩’ 일부 내용이 허위로 확인됐다. MBC가 사과 및 정정보도를 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인간 광우병 사례는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거짓 선동에 넘어간 우리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국민들의 심리적 피해는 더욱 컸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이 밖에도 ‘세월호 사고’, ‘이태원 참사’ 등 관련 가짜뉴스 사례는 수없이 많다.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백제 무왕이 지었다는 ‘서동요’가 있다.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서동이 가짜 노래를 만들어 퍼뜨렸다. 우리나라 가짜뉴스의 원조격이다.1923년 관동대지진 때 일본인들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등의 낭설을 퍼뜨려 수 천 명의 조선인을 살해했다. 가짜뉴스가 참혹한 학살로 이어졌다.가짜뉴스(Fake News)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꾸며낸다는 뜻의 ‘주작부언(做作浮言)’이라는 한자어와 통한다. 특정 세력이 개입되면 파급효과는 폭발적으로 커진다. 우리 사회는 가짜뉴스에 속수무책이다.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도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번번이 당한다. 가짜뉴스는 2, 3차 가해로 이어진다. 국민 분열과 불신을 부추긴다. 많은 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 언제까지 가짜뉴스에 휘둘리며 고통받아야 하나.

2023-03-02

대구국제섬유박람회, 섬유업 도약 발판 되길

대구경북 섬유업계가 주관하는 오랜 전통의 대구국제섬유박람회가 대구 엑스코에서 2일 막을 올렸다. 코로나19로 그동안 비대면 행사로 진행되어 왔던 것이 3년만인 올해부터는 완전 대면행사로 바뀌어 개최된다. 올해는 국내외 302개사가 참가하며 미국, 일본, 베트남 등 15개국 해외 바이어도 대거 참석할 예정이어서 모처럼만에 활기찬 섬유산업 비즈니스의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올해로 21년째를 맞는 이 행사는 그동안 섬유패션산업 수출확대와 내수거래 활성화에 기여해온 국내 최대 섬유소재 비즈니스 전시회다. 특히 지역섬유업계가 주축이 돼 행사를 주관하는 행사란 점에서 섬유도시 대구의 자랑거리다.행사를 주관하는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는 “섬유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미래산업으로서의 대전환을 위해 △첨단 융복합 소재 개발 △탄소중립·친환경 기반 조성 △디지털·스미트화 전환을 이번 전시회 개최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코로나 엔데믹에 맞춰 대구에서 열리는 전국 최대 규모 섬유전시회가 업계가 희망하는 대로 새로운 대전환점을 맞기를 바란다. 섬유산업은 우리나라 산업화 시기에 대들보 역할을 했지만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의 등장으로 지금은 국가 주축 산업에서 한 발짝 물러선 느낌이다. 하지만 인류가 살아있는 한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 될 수 없으며 산업의 발전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다만 이번 전시회가 목표로 삼는대로 섬유산업도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등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특히 융복합을 통한 첨단화로의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섬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의 섬유수출은 전년보다 1.5% 증가한 27억3천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고환율 등 악재가 많아 지난해보다 2%정도 감소가 예상된다고 했다. 섬유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다. 3년만에 대면 행사로 열린 대구국제섬유박람회가 풍성한 결과를 도출해 섬유업 도약 발판이 될뿐 아니라 지역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23-03-02

박정희가 금기어인가?

김락현 경북부 어느 순간부터 박정희라는 말이 금기어가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는 식의 분위기가 그것도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 더욱 강한 것 같아 안타깝다.최근 구미시가 1천억원이라는 돈을 들여 추모관(숭모관)을 짓겠다고 나서 논란이다. 1천억원은 실행예산이 아니라 의지의 표현이라고 뒤늦게 밝혔지만, 논란은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구미시가 이미 추모관과 새마을운동테마공원, 역사자료관, 민족중흥관 등 현재까지 박정희 기념사업에 들어간 돈만 1천3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1천억원이라는 혈세를 들여 숭모관을 짓는다고 비판한다.이들의 말처럼 정말 박정희 기념사업이 이렇게도 많은지 하나씩 따져볼 필요가 있다.우선, 새마을운동테마공원은 2009년 9월 구미에서 열린 대한민국 새마을박람회 당시 외국에서 온 대사들이 새마을운동을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지적함에 따라 정부가 새마을운동 재현을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특히, 새마을운동은 유네스코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문화유산임에도 박정희 우상화 사업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구미가 새마을운동의 종주도시이기 때문에 새마을운동테마공원이 위치해 있을 뿐이다.또 박정희 역사자료관은 영호남 화합사업 일환으로 2014년 3월 동서화합포럼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구미에는 159억원을 들여 박정희 역사자료관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 하의도에는 719억원을 들여 삼도대교를 건설한 것이다.동서화합으로 진영의 논리를 극복한 역사적 사업인 박정희 역사자료관 마저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제를 삼는다면, 삼도대교 건설에 대한 입장도 함께 밝혀야 한다.구미시도 문제는 있다. 실시설계 등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추모관 건립사업에 1천억원이라는 예산부터 거론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그 1천억원이라는 숫자로 인해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관 건립은 우상화 사업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재해석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이제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부터 박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구미/ kimrh@kbmaeil.com

2023-03-02

점프 스타팅

강길수 수필가 갑자기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구랍(舊臘) 하순의 일이다. 차량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를 불러 시동을 걸었다.서비스맨의 말에 따라 반 시간 이상 차를 운행, 배터리를 충전하였다. 일주일 후, 또 시동이 걸리지 않아 다시 긴급출동을 불렀다. 그는 또다시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배터리를 새것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엔진을 공회전시켜 충전했으나 삼사일 뒤부터 시동이 안 걸렸다. 예전에도 이런 경우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새 배터리로 바꾸었었다.보험 긴급출동 서비스를 더 부를 수 있지만, 미안한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마침 집에 다니러 온 둘째의 차에다 시동용 케이블을 연결, 시동을 걸고 또 충전시켰다. 이후부터는 매일 얼마간씩 시동을 걸어 배터리 충전을 시키기로 했다. 나아가, 이참에 자동차 배터리 관리에 대해 인터넷으로 알아 공부해보기로 하였다.배터리 방전 관련 유튜버 영상 시청, 온라인 쇼핑몰 검색 등을 통해 우선 포켓용 전기 테스트기를 하나 샀다. 매일 시동을 걸어 충전하며 배터리 전압변화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다음 긴급출동 서비스맨이 들고 왔던 휴대형 자동차 점프 스타터가 좋아 보여 온라인 쇼핑몰에서 비슷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종류는 다양했다.결국, 가격이 국산의 반도 안 되는 해외 직구 상품을 사기로 하였다. 품질이 다소 의심되기는 했지만, 감수하고 난생처음 해외 직구 상품을 발주하였다. 문제는 구매 기간이었다. 쇼핑몰의 광고 내용의 배 정도의 기간인 한 달을 기다린 끝에 상품을 받았다. 생각보다 작고 외관도 덜 깔끔했다.그동안 매일 시동을 걸어 충전하며 그 전후의 배터리 전압변화, 충전 시간 등의 데이터를 모았다. 직장에서 했던 품질관리 경험은 배터리의 현 상태를 가늠케 하였다. ‘제대로 될까’하고 찜찜한 가운데 기대를 걸고, 외국산 점프 스타터의 첫 점프 스타팅(jump starting) 실험을 했다. 성공이었다. 배터리 전압이 어느 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사용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섰다. 차 배터리 걱정은 사라졌다.현대 한국사회의 대표적 점프 스타터는 무엇일까. 저절로 ‘새마을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동이 차를 달리게 하는 마중물이듯, 새마을 운동은 우리나라 발전의 마중물이었음이 분명하다. 6·25 전쟁 이후, ‘보릿고개’로 표현되던 세계 최빈국 수준의 암울한 나라 상황. 그 황무지에서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정신’으로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하고, 국민을 분연히 깨어 일어나 일하게 했던 새마을 운동….정부 주도 새마을 운동에 따른 국민의 자각과 협조, 희생과 노력 덕에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번영을 이루어냈을 터다.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는 다시 점프 스타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정부 5년간 늘어난 나랏빚 약 400조만 보아도 그렇다. 어떻게 단 5년 만에, 그전 69년간 쌓인 나랏빚의 60% 가 넘을 수가 있단 말인가.명맥만 이어지는 듯 보이는 새마을 운동을 ‘제2의 새마을 운동’으로 승화시켜, 시들어가는 우리나라 사회에 새로운 점프 스타팅을 하면 좋겠다.

2023-03-02

화사한 봄의 시작, 3월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2월 말경이 되자 기온이 들쭉날쭉하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환절기임을 느끼게 한다. 이때쯤 되면 어릴 때 할머니가 ‘영등 할매 내려온데이’ 하시며 장독대에 물 한 그릇 떠놓고 고사를 지내셨던 기억이 있다. 영하의 반짝 추위도 뒷걸음질하며 물러가고 평균온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보하니 이제 곧 초봄의 3월, 만물이 새롭게 생동하는 환희의 계절이 펼쳐질 것이다. 가슴을 열어 생명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우리의 일상에도 희망을 불어 넣어보자.3월 첫날은 삼일절, 104년 전 일제로부터의 독립을 위하여 태극기를 흔들며 외쳤던 ‘대한독립 만세’를 입속에서 부르며 태극기를 베란다 밖으로 걸고는 옆 아파트를 둘러보니 태극기의 물결은 거의 없다. 국민의식도 희미해가는 것 같아 마음 아프다.봄이 오는 길목을 찾아 마장지로 갔더니 아직 쌀쌀한 날씨 탓인지 조용한 연못가에 물오리들이 날개를 접고 앉아 봄을 기다리고 있었고, 입학식을 앞둔 각급 학교 교문에는 ‘입학을 축하합니다’ ‘우리 학교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경북교육청 발표를 보면 신입생 없는 초등학교가 32개 교, 1명뿐인 곳이 30개 교이며 전국적으로 147개 교라 하니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절벽이 봄에 느끼는 또 다른 겨울이다. 마스크 벗고 입학식을 한다니 아이들은 불안해하고 부모들은 마스크 벗는 연습을 시키고 있다고 하니 코로나의 어둠이 크다.3월이면 꼭 맛보고 싶은 것이 있다. 죽장 산골에서 채취하는 고로쇠 물이다. 올해는 겨울 날씨도 좋았고 비와 눈이 적당히 내려주어 당도가 높고 품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뼈에 이롭다고 골리수(骨利水)라 하니 다음 주말에 4년 만에 열린다는 고로쇠 축제에 가서 고로쇠 한 그루에 한 번만 채취한 첫물을 찾아서 마셔봐야겠다. 봄나물도 나왔다. 어제 식탁에 냉이나물 무침이 올라왔기에 ‘아! 벌써 봄이구나’하면서 그 연초록 잎사귀와 하얀 뿌리의 상큼한 맛을 음미했다. 옛날 달래 냉이 캐러 밭둑을 뛰어다녔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마음의 약이 되고 시골집 화단 틈에 파릇하게 돋아나는 통통한 돌나물 한 줌 뜯어 무쳐 먹으며 술 한잔하려니 요즘 소줏값 인상이 말썽이지만 어쩌랴!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막걸리값 다툼은 없으니 다행이다.이제 봄이 오는가 보다. 웃자란 나뭇가지들이 눈에 걸리고 낙엽 밑 새싹들의 숨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니 화단도 가꾸어줘야겠다. 날이 좀 풀리면 배롱나무의 쭉 뻗어 나간 가지들을 자르고 담장을 넘어가는 뽕나무 가지도 쳐서 모양을 잡아주면 좋겠지. 베란다에서 숨죽여온 난들도 분갈이를 해주어 예쁜 난꽃이 피어나면 난향만당(蘭香滿堂) 그윽한 향기를 맡고 싶다.이제 두꺼운 겨울옷은 빨아서 정리해 넣고 가볍고 밝은 옷차림으로 산뜻한 봄을 맞자. 어느덧 1년이 지난 우크라이나의 전운(戰雲)은 아직도 걷히지 않고, 튀르키예 지진은 계속 땅을 흔들며, 여의도에서는 불협화음이 잦아지는 듯하더니 또 티격태격 싸우고 있다.시골집 처마 밑을 떠난 후 벌써 몇 년째 소식이 없는 제비가 언제 다시 찾아오려나…. 이제 화사한 봄의 계절, 춘3월을 맞이하고 싶다.

2023-03-02

초봄 잦아지는 산불, ‘울진악몽’ 되풀이 말아야

날씨가 풀리고 건조한 기온이 이어지자 전국 곳곳에서 산불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지역이 봄철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경북에서는 지난달 28일 하루에만 7건의 산불이 발생, 소방당국을 긴장시켰다. 28일 오후 3시 46분쯤 경북 예천군 풍양면 한 야산에서 일어난 산불은 새벽까지 불길이 번져 당국은 산불 2단계를 발령하고, 인근 주민 300여 명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건조 특보가 내려진 이날은 영천과 상주, 문경, 포항 등지서도 산불이 잇따랐다. 2월 들어 경북에서는 벌써 1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초봄부터 시작하는 산불은 매년 많은 피해를 남긴다.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무려 481건이다. 피해액도 연평균 664억원에 달한다.애써 가꾼 산림이 산불로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한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기도 하며 심지어 생계까지 위협을 받는다. 지난해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원도 삼척까지 번져가 우리나라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무려 213시간동안 번진 산불은 서울 면적의 약 35%인 2만여ha 산림을 불태웠고, 주택소실과 이재민 발생 등 천문학적 피해를 냈다. 울진지역 피해주민 일부는 아직도 조립주택에서 생활을 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산불은 매년 2∼4월에 집중 발생한다. 건조한 날씨로 산불 발생이 쉽기 때문이다. 발생 원인의 90%는 담뱃불이나 쓰레기 소각과 같은 사소한 부주의다. 당국의 홍보에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산불은 되풀이된다. 산불은 예방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산림과 소방 당국, 지자체 모두가 더 적극적인 예방 활동을 펼쳐 올 봄철에는 산불 발생에 따른 피해를 대폭 줄여주길 바란다.국민들도 각자가 산불 감시원이라는 생각으로 경각심을 높게 가져야 한다. 등산할 때는 라이터 등 화기 휴대를 하지 말고 농촌에서도 논밭 태우기와 쓰레기 소각에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 기상이변으로 세계적으로도 대형산불이 잦아지는 추세다. 높은 경각심이 필요한 시기다.

2023-03-01

평등만으로 부족하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최근 방영됐던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100’에 등장한 출연자들은 출신, 성별, 국적, 직업에 상관없이 똑같은 조건에서 겨뤘다. 같은 무게 돌덩이를 들고 버텼으며 같은 밧줄에 매달려 견디었다.누가 봐도 차별없는 동일한 룰을 적용받으며 기량을 다투었다. 완전한 평등을 보장받으며 기량껏 겨루어 결과를 받아들였다. 진 사람은 불평없이 탈락했으며 이긴 사람은 힘차게 다음 승부에 도전했다.평등했으니 괜찮은 것일까.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똑같은 조건만 주어지면 세상은 좋아지는 것일까. 투명하고 평등했으므로 결과는 이제 공정했을까. 몸으로 겨루는 경쟁을 붙이면서 평등한 조건만 내걸면 모두가 결과에 행복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평등해야 하지만, 공정하기 위해서 더 생각할 필요는 없었을까.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회원국들에서 ‘성별 간 임금격차’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들여다본다. 남성노동자가 받는 평균임금에 비하여 여성노동자가 어느 정도 받는지 비교한다. 우리나라는 이 통계에서 수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31% 적게 받는다. 세계평균 12%에 견주어 부끄러운 수준이 아닌가. 사회문화적인 다른 까닭을 떠올려도 보지만,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여전히 낮은 대우를 받고있음을 시인할 수 밖에 없다. 다 자란 두 딸이 사회생활을 늠름하게 하길 바라지만, 여성이라는 까닭에 공정하지 못한 자리에 서지 않을까 부모는 걱정스럽다.사회가 ‘공정’하려면 개인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각자에게 맞는 자원과 기회를 할당해야 한다. 평등을 넘어 공정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오는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다. 여성의 권익향상과 차별철폐를 위해 유엔이 정한 기념일이며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삼는다.올해 캠페인주제는 ‘공정포용(Embrace Eguity)’이다. 평등한 기회제공만으로는 더이상 충분하지 않으며, 공정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선언이다.성경은 2000년 전에 이미 ‘남자와 여자가 같다(갈라디아서 3:28)’고 했다. 기나긴 세월을 두고도 아직 우리는 남녀 간에 평등한 세상도 만들지 못했다.그럼에도, 공정한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서로가 가진 처지와 배경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새롭게 해야한다. 똑같은 조건만 제공했으니 공정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해가 생기고 또다른 불균형에 이르게 된다.평등하고 공정한 세상. 쉽지않은 과제다. 기계적인 평등은 객관적인 조건을 같게해 이룰 수 있겠지만, 보다 공정한 세상에는 더 많은 고민과 배려를 필요로 한다.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모두의 다짐이 있어야 비로소 공정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그나마 평등한 조건을 확보했으니, 공정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외부적인 조건이 차별받지 않을뿐 아니라 처지와 배경이 인정되고 능력과 경륜에 따라 공감있는 배려가 제공되는 공정한 세상을 당겨야 한다. 평등을 넘어 공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2023-03-01

여당의 3·8全大는 보수·중도 통합기회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본경선 투표가 이틀(4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주자들의 막바지 레이스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서는 4명의 당권주자가 수도권 다음으로 비중이 큰 TK당원 표심을 잡기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TK선거인단은 총 83만9천569명의 당원 중 21.03%를 차지하고 있다.이날 합동연설회에는 5천여 명의 당원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예상한대로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여론조사에서 독주하고 있는 김기현 후보는 “전당대회는 내부 총질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울산 KTX 역세권 땅 시세차익 의혹을 적극 방어했으며, 안철수 후보는 “우리가 도덕적인 문제로 공격을 당한다면 내년 총선은 실패한다”며 김 후보의 울산 땅 의혹을 계속 물고 늘어졌다. 황교안 후보 역시 “민주당은 김 후보의 비리를 까발리며 우리 당을 총선 참패의 늪으로 떠밀어버릴 것”이라고 했고, 천하람 후보는 “대구경북 민심은 윤핵관의 권력암투와 이재명의 부도덕보다도 TK 국회의원들의 보신주의와 무능함을 지적하고 있다”며 이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렸다.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 본경선 투표(모바일과 ARS)는 4일부터 7일까지 실시된다. 모바일 투표는 4~5일 이틀간, ARS투표는 모바일 투표 미참여자에 한해 6~7일 진행된다. 만약 8일 전당대회에서 최다득표한 당 대표 후보자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10일과 11일 양일간 결선투표(모바일과 ARS)를 한다.여러 번 강조했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보수·중도진영 통합의 기회가 돼야 한다. 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반란표가 나오자 내분이 극심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여론악화를 민심장악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전당대회를 끝까지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시키며 ‘내부분열의 씨앗’을 만들고 있으니, 후폭풍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우려스럽다.

2023-03-01

학교도서관의 ‘편식’

홍석봉 대구지사장 신학기를 맞아 학교마다 도서관운영위원회 구성에 나서고 있다. 학교 도서관의 도서 선정은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이 위원회는 교사위원, 학부모위원, 외부위원(독서교육 전문가) 등 10명 이내로 구성된다. 각 위원 유형별 비율은 학교에서 정한다.자녀가 재학 중일 경우 학부모위원으로, 아닐 경우 외부위원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외부 위원은 관련 자격증이 있고 일정 기간 활동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대체로 학부모위원은 업무 담당 교사가 학교 활동에 적극적인 학부모에게 연락, 위원 참여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학교운영위원회와 함께 운영하기도 한다. 때문에 공모하는 경우는 드물다.그런데 도서관운영위원들을 특정 집단이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학교에서 위원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한 교사는 우리가 교과서 선정에만 주목하는데 학교 도서관의 도서 구성 내용을 알면 입이 벌어질 정도라고 지적했다. 매년 전교조가 선호하는 좌편향 일색의 도서 위주로 구입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는 전교조 자매 단체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단체들이 학교운영위, 도서관위원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들은 학교 위원회를 장악하기 위해 기를 쓴다고 한다. 보수 쪽에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보니 학교마다 대부분 전교조 자매단체가 입김을 발휘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학생들의 독서가 편식이 될 수밖에 없다.독서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편향된 독서는 독이 된다. 의식 있는 학부모들은 도서관 운영위원회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3-01

우리 아이 키 크는 봄이 왔어요

나선택 포항 행복한의원장 봄이다. 겨우내 땅 속에 잠들어 있던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고 성장을 시작하는 봄이다. 사람의 인생을 놓고 보면 아기 때부터 사춘기까지의 삶이라 할 수 있다.의학에서 보는 성장은 신체가 양적으로 증가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정확하게는 측정 가능한 키, 몸무게, 장기의 무게 등이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유전이다. 엄마 아빠의 키 유전자를 따르는 것이므로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환경 요인 또한 중요한데, 영양 상태와 질병 유무, 사회 경제적 요인, 계절(키는 봄에 많이 크고 몸무게는 겨울에 증가한다), 심리적 요인 등이 중요하다. 성장을 집 짓는 것에 비유한다면, 벽돌 시멘트 같은 건축 재료(단백질, 칼슘 등의 영양소)와 이것을 사용해서 집을 짓는 기술자들(호르몬, 연골세포, 골아세포 등), 기술자들에게 지급할 돈(에너지)이 있어야 하고, 공사를 방해하는 요소(각종 질병)가 없어야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다.몸이 아무리 자라고 싶어도 재료가 공급되지 않고 재료를 활용할 수단과 에너지가 없다면 자랄 수가 없다. 병이 있어서 제대로 못 먹고 흡수를 못 하고 병을 치료하는데 에너지를 다 소모하면 제대로 자랄 수가 없다.아이들에게 많이 있는 아토피 천식 건선 등의 질환은 치료약으로 스테로이드를 많이 쓴다. 과도한 스테로이드의 사용은 뼈 생성활동을 저해하고 뼈 기질 생산을 감소시켜서 어린이에게는 성장지연을 일으키고, 성인에게는 골다공증을 생기게 한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해야 하는 질병에 걸린 아이들은 반드시 한방 치료를 병행해서 스테로이드 사용량을 줄이고, 결국에는 양약을 끊는 쪽으로 가야 정상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사용 없이 아이의 체질과 약점을 파악하고 체질에 맞는 적절한 처방을 사용하여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쪽으로 치료를 한다.한방소아과 학회지의 ‘한약투여가 소아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성장치료가 아니라 질병의 치료를 위해 내원한 187명의 환아를 조사했다. 이 환아들은 한약 투여로 호흡기, 소화기, 비뇨기, 피부 등의 질환을 치료했는데, 전체 대상자들이 400일의 진료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4.04의 신장 백분위 상승을 보였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자기보다 큰 아이들 4명을 추월했다는 뜻이다. 키 크는 한약을 쓴 것이 아니라 각종 질병과 전반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한약 투여가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인체는 매우 복잡하고 최대 성장기가 사람마다 다르다. 호르몬들의 작용 또한 매우 복잡하고 섬세하게 조절된다. 이를 무시하고 성장호르몬만 투여하는 것은 자칫 건강에 큰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성장호르몬은 뇌 속에서 분비된다. 사춘기 이전에는 주로 자는 동안 분비되고, 사춘기 때는 깨어 있는 동안에도 나온다. 자칫 위험 할 수 있는 성장호르몬의 투여 보다는 아이의 몸과 정신이 건강하도록 도와주고, 밤늦게까지 깨어 있지 않도록 지도해 주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는 더 좋은 길이 아닐까 싶다.

2023-03-01

졸업 시즌의 교훈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매년 2월은 졸업 시즌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비대면으로 개최되었던 졸업식이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리게 되었다. 우리 대학에서는 본부 졸업식에 이어서 각 단과대학 졸업식이 개최되었다. 학과장 보직을 맡은 나는, 단과대학 졸업식에서 우리 학과 졸업생 학사모의 수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겨주는 역할을 맡았다.그런데 막상 졸업식에 참석한 우리 학과 학생을 대면하니 어색했다. 학과에 부임하고 곧바로 코로나 국면에 접어들면서 많은 학생을 만나지 못한 까닭이다. 게다가 나는 학사모의 수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는 것의 의미를 미처 알지 못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에서 학생들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주어진 임무를 끝냈다. 다른 학과장들이 활짝 웃으며 학사모의 수술을 넘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막연하게 알 수 있었다.저녁에는 지도하는 학부생 세미나 모임의 졸업생 축하 파티를 했다. 며칠 전 세미나 반장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졸업식에 맞추어 세미나 날짜를 잡았다는 것. 2학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서 졸업하는 선배를 위한 꽃다발을 준비하고, 일부 학생은 축하 케이크를 샀다는 것.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졸업생 중 한 명은 세미나를 오랫동안 했지만, 성실히 참석하지 않는 학생이었고, 다른 한 명은 지난 학기에 처음 들어와서 함께 활동한 기간 자체가 짧았다. 내 기준으로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축하 파티를 준비할 만큼의 교감이 있지 않았다.모임 시작 전 연구실로 찾아온 졸업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평소 크고 작은 대외활동을 많이 한 학생으로 우리 모임에 충실하지 못했던 이유도 워낙 다양한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그 학생은 우리 세미나에 성실하게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취업을 위한 모임에서는 말하기 어려운 자신의 고민을 진솔하게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그제야 나의 고정된 시선으로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우리 세미나는 정해진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어쩌면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 비평가가 될 것이 아니라면 이론을 엄밀하게 읽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성적’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며, 세미나를 마친 후에는 술 한 잔을 나누며 속내를 이야기하는 것이 학생들의 일상에 도움이 되고 있었다. 비록 누군가와 보낸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고민을 공유했다는 사실만으로 학생들은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대학을 졸업한 대부분 학생이 설렘보다는 두려움을 더 많이 느끼는 시대가 되었다. 어딘가에 취업하지 못하고 졸업을 마주한 학생들의 두려움을 얼마만큼이나 짐작할 수 있을까. 끝나지 않는 경쟁의 수레바퀴를 몸으로 체감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제부터라도 책을 매개로 술 한 잔 나누며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세미나를 만들어야겠다. 아니 정확히 말해 나만 생각을 바꾸면 된다.

2023-03-01

버려진 사진

윤명희 수필가 친구가 운영하는 고물상에 들렀다. 부탁해 둔 주물난로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은 그 날은 겨울 추위가 막 들어서고 있었다. 친구는 화물차에서 묵은 짐들을 내렸다. 요양원에 간 이웃 할머니의 살림을 정리 중이라 했다. 냉장고에서 나온 계란 몇 알이 소쿠리에 담겨 있고 그 옆에는 미숫가루가 반쯤 담긴 통과 고춧가루 통이 발치에 차였다. 냉동실에서 나온 고등어와 얼어붙은 시루떡 몇 뭉치에 지난 가을에 넣어 둔 홍시까지 혼자 살아 온 할머니의 생활이 다 보이는 듯했다.바닥에 떨어진 수주(數珠)를 줍는데 발밑에 사진이 있었다. 남의 얼굴을 밟고 있는 것 같아 발이 화들짝 놀라 뛰었다. 고물상의 흙먼지를 덮어쓴 여러 장의 사진을 집어 들었다. 사진에는 할머니와 단발머리의 소녀가 있었고 친구인지 형제인지 모를 동년배의 모습도 있었다.짐을 내리던 고물상 친구는 할머니의 자식들이 이런 걸 왜 챙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넘어진 박스를 세웠다. 박스에는 효자손을 비롯한 잡동사니와 많은 사진이 들어있었다. 여러 짐들이 분류되어 고철더미 위로 던져지고 잡동사니들은 대형 쓰레기봉투로 들어갔다. 친구는 안이 훤히 보이는 쓰레기봉투에 사진을 넣기가 뭣한지 한쪽으로 모았다. 할머니는 자기 얼굴이 고물상 바닥에서 남의 발에 밟히고 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해 봤을까.엄마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손때 묻은 살림들을 정리하고 남은 것이 앨범이었다. 동생들과 둘러앉아 앨범을 펼쳤다. 엄마가 살아 온 흔적들이 고스란히 모여 있었다. 대청마루에 앉은 외할머니 흑백사진부터 자식들의 결혼사진, 손자의 돌 사진까지 찰나의 순간들이 영원으로 남았다. 사모관대를 한 아버지와 족두리를 쓴 엄마의 흑백사진은 손이 빠른 첫째 동생이 챙겼다. 자기가 주인공이었던 결혼사진은 제 각각 가방에 넣었다. 손자들과 함께 웃는 사진을 보며 그때의 이야기로 눈물을 찍어냈다.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엄마만의 사람들이었다. 연분홍 저고리가 진달래 꽃밭에 숨어있는 친구들은 내 나이보다 더 젊었다. 장구 장단이 흥에 겨운 동네 분들의 사진에서는 내 어릴 적 친구들의 부모들도 있었다.동시대를 살아온 그들의 행적은 아무도 챙기지 않았다. 그 인연들은 우리에게 그리 소중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기억하고 싶어 찍어 둔 관광지의 사진들은 길바닥에 버려지는 광고 전단지나 별다르지 않았다. 남은 사진들을 모으니 앨범 한 권이 되었다. 맏이인 내가 보자기에 싸서 집에 가져왔다. 그 후로 나는 카메라 앵글에서 멀어져갔다.기회만 되면 태우겠다는 약속은 빈말이 되어갔다. 그 앨범은 이사할 때마다 창고에서 창고로 옮겨졌고, 이삿짐 속에 묻혀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할 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아스라한데, 한 번도 뵌 적 없는 동네할머니의 사진 앞에서 뒤늦게 그 앨범을 떠올리고 있다.고물상 마당에 있는 주물난로에 불을 붙였다. 할머니의 자식들을 대신 해 사진을 한 장 한 장 집어넣었다. 삶의 조각들이 타들어가는 소리를 멍청히 듣고 있다. 할머니의 모습이 불꽃 속으로 사라졌다.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창고를 뒤졌다. 먼지 앉은 보자기를 푸는 손이 바빠졌다. 앨범은 서로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힘을 주자 오랫동안 잠을 잤던 사진의 한 귀퉁이가 찢겨나갔다. 한 장 한 장 빼며 사람들 속에 묻힌 엄마와 마주했다. 지금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당신의 지난 시간들이 누구도 보지 않는 사진으로 남았다.당신의 소중했던 순간들을 가져가시라고 불을 붙였다. 사라지는 불꽃을 보며 휴대폰에 저장된 내 사진들을 넘겨보았다.메모처럼 넣어둔 오래된 것부터 하나하나 삭제했다. 폰을 접어 주머니에 넣고 일어서는데 SNS에 올려놓은 흔적들이 딴죽을 걸었다. 만인이 보는 앨범에 내 생활을 펼쳐 놓고는 열쇠마저 감춘 나도 그 길을 걷고 있었다. 나는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 인터넷 계정의 비밀번호는 oooo이라고.

2023-03-01

<4>부동산 투자의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다

당나무가 어촌 마을 잠수부의 애환을 계속 이어간다. 굿을 하는 무당이 용마람 태수에게 “태수 태수 비개 태수 용마람에 대장, 대장이 오거 덜랑”이라는 주술로 죽은 머구리 아재의 영혼을 용왕전에 이르게 하는데, 문어귀신으로 보이는 흰 수염을 한 여덟 다리 대문어가 나타났다. 문어가 영리해서 각종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등의 영물로 여기기도 하지만 얼마 전 죽은 아재 머구리가 문어 용왕으로 변하여 새파랗게 젊은 부인에게 빙의가 되어 말을 한다.울음 섞인 부인의 목소리를 빌려, 왜 그동안 나를 그렇게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 났느냐고? 그렇게 날카로운 작살로 수차례에 걸쳐 나를 찌르고 죽이고 했지 않느냐고? 이제 젊은 여자의 목소리로 변한다. 더 큰 목소리로 울면서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그냥 굶어 죽느니 용왕이든 문어든 살기 위해서 그랬다고, 죽은 머구리를 살려 달라고 간절히 애원한다. 애원이 먹혀든 것처럼 굿청의 제단에 담아 둔 쌀이 조금씩 움직인다. 무당은 더욱 신명을 울려, 보란 듯이 원혼을 달랜다.1997년 11월 IMF가 닥쳤다. 노원구에서 주유소를 하던 김 사장은 주유소 토지는 그동안 번 돈으로 매입 했지만 건축물을 짓기 위한 자금은 모두 은행 융자로 활용했던 것인데, IMF로 인하여 은행의 금리가 한꺼번에 3%에서 7%까지 올랐고 매번 2년 단위로 연장 해주던 기간도 끝이나 버렸다. 그리고 그 동안 외상으로 기름을 가져 와서 팔아서 그 돈을 갚았는데 이제는 정유사에서도 외상으로 기름을 주지 않았다. 한꺼번에 큰돈이 필요했다. 다른 목 좋은 곳에 있는 다른 부동산을 내 놓아도 팔리지 않았다.결국 부도가 났다. 현실은 너무나 비참했다. 1997년 11월 22일 김영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계기로 대한민국 경제는 하루아침에 IMF관리 하에 운영되었다. 2001년 8월 23일까지 3년 8개월에 걸친 외환위기 사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대우그룹도 넘어갔다. 그동안 신경제를 내세우면서 세계부자대열에 끼었다고 자랑하던 게 엊그제인데 하루아침에 빚더미 삼류 국가로 전략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망하고 말았던가? 지하도에는 걸인이 속출하고 부도를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증권에 투자 할 때 닭 계란을 한소쿠리에 담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김 사장은 돈을 투자함에 있어 분산해서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에 골몰 하였으나 적은 돈으로 쪼개어 투자한다는 것은 이론에 불과 했다.그 때 공기업에서 일 할 때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동료였던 강 선배가 S시가 고향인데 거기가 개발되고 있다면서 김 사장 보고 자기 고향동네에 와서 한번 토지개발 사업에 참여 해보라는 것이었다. 마침 그 때 강 선배와 같이 매입한 임야도 있었다. 그 동료 선배의 고향 마을이 S시의 외곽지 이긴 하지만 서울과 가까운 쪽이라서 장래가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아직 주민들이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낮았고 부동산 투기 바람도 불지 않는 곳이었다.토지구획정리사업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 조합원을 찾아다니며 참여 동의권을 확보하는데 밤낮이 없었다. 강 선배와 함께 T공기업에 있을 때 잘 알던 A건설회사가 토지구획조합을 구성하여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에 참여 했던 것이다. 토지구획정리 사업은 민간조합이 일단의 지역의 토지를 택지로 개발하는 사업인데, 우선 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토지소유자인 조합원들의 동의서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었다. 벌써 다른 팀들이 회사를 끼고 설치고 있었다.다행히 이 지역은 강 선배의 집성촌이었다. 우선 강 선배는 집안 문중의 토지소유자를 맡고, 김 사장은 건설회사의 부사장과 함께 그 외 토지소유자를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설득하였다. 강 선배의 가까운 친척이 가장 많은 토지를 갖고 있고, 문중의 임야가 수만 평이나 편입되는 지역으로 자연녹지에서 주거지역으로 풀려 있었다. 서진국 작가 우리가 과반수 이상 동의서를 확보하여 강 선배의 친척을 조합장으로 추대하여 토지구획정리조합을 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A건설회사가 시공사로 계약이 이루어졌다. 이 일로 강 선배와 김 사장은 당초 약속한대로 상당한 금액을 보상금으로 받을 수 있었다. IMF로 서울에서 잘 운영 되던 주유소 부도가 나 그동안 엄청난 고난과 시련을 겪어 왔는데, 토지구획정리사업 성사로 어느 정도 회복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그 당시 전국적으로 온천관광이 유행했다. 대전 유성에 있는 온천 목욕탕을 경매로 낙찰 봤다. 그 당시만 해도 대전이 한참 발전 해 가고 있었다. 대전 과학엑스포 대회는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왔는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과학 선진국으로 가는 토대를 만들고 있었다.그런데 낙찰 본 온천을 수리하려고 하니 너무나 큰 문제가 발생했다. 법원에서 온천 목욕탕을 낙찰 봤는데 부동산 소유권만 취득하고 지하에 매설되어 온천물을 끌어 올리고 있는 온천공을 매입하지 못 한 것이었다. 온천공에 대한 권리는 소유권과는 별개의 권리로 독립된 법적 권리이었다.

2023-03-01

공정과 상식, 그 표리부동에 대하여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권력은 비정하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된다. 권력은 위선적이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르다. 권력이 약속한 평등·정의·공정 등은 집권을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때문에 우리는 권력의 이중성, 즉 그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윤석열 정부의 핵심가치는 ‘공정’과 ‘상식’이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이고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공정과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를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은 “공정과 상식은 어디에 있느냐?”고 대통령에게 묻고 있다. 도대체 정치를 어떻게 하였기에 집권초반에 벌써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가?공정의 전제는 ‘균형’이다.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Justitia)’가 들고 있는 ‘저울’은 공정성의 상징이다. 판사가 선악을 판단할 때 ‘주관과 편견에 치우치지 말고 공평하게 판단하라’는 것이다. 불공정은 편향에서 비롯되며, 편견과 독선은 ‘권력의 자기중심성’에서 나온다.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icon)인 윤석열 대통령이 선택적으로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스스로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있다.구체적 사례들은 차고 넘친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고위공직자들을 사적 인연에 의해 ‘아·가·패’(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 패밀리)인사를 했으니 공정할 수가 없다. 또한 검찰·경찰·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흔들리는 것은 공권력 행사가 ‘내 편, 네 편’ 나누어서 차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여당의 홍준표 대구시장이 “요즘 판·검사는 정의의 수호자가 아니라 샐러리맨”이라고 비판했겠는가.‘선택적 언론관’ 역시 불공정의 증표다. 윤 대통령의 외교무대 비속어 발언을 최초로 보도한 MBC 기자들은 전용기 탑승이 배제된 반면, 채널A와 CBS 기자는 기내에서 개별 면담까지 했다. 비판언론에는 법적 대응으로 재갈을 물리고, 친여언론은 특별대우를 하는 것이 공정인가? ‘선한 우리’와 ‘악한 그들’로 갈라치기해서 내편만 챙기니 공정할 수가 없다. 언론의 사명은 감시와 견제인데, 이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은 몰상식한 권력의 남용이다.불공정의 압권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여당대표 선거 개입이다. 윤심1위 김기현을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규정을 변경해서 민심1위 유승민의 출마를 막았고, 당심1위 나경원의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 파면함으로써 윤심을 드러냈으며, 윤·안 연대를 말한 안철수에게는 “무례의 극치”이자 “국정운영의 적”이라고 공격했다.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못한 당무개입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대통령이 당대표를 임명할 것이지 무엇 때문에 선거하느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평등·공정·정의를 약속했던 문대통령의 표리부동한 행태는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공정과 상식을 약속한 윤 대통령 역시 명심해야 할 점이다. 대통령이 초심을 잃으면 민심을 잃고, 민심을 잃으면 권력을 잃는다.

2023-02-27

동해안시대의 관건은 포항경주공항 활성화

경북도내에서 현재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포항경주공항이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걱정이다. 경북도는 지난 2021년 6월부터 포항과 경주지역 행정기관과 대학, 기업 관계자로 구성된 ‘포항공항 활성화 협의체’를 가동하면서 공항 이용객 유치를 위해 애써왔다. 협의체에서는 그동안 공항 명칭변경, 공항과 주변 관광지 연계 아이디어 발굴, 공항 접근성 강화 등의 과제를 수행해왔다. 공항명칭변경은 포항시와 경주시의 합의를 거쳐 공항운영자인 한국공항공사에 신청해서 지난해 7월 14일 이뤄졌으며, 공항과 보문관광단지를 잇는 최단거리 도로(경주 강동~보문) 확장사업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포항공항은 지난 1970년 기존 군 공항에 민항시설을 설치해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이 취항했었지만, 경영적자로 운영을 중단했다. 그러다가 지난 2020년부터 (주)진에어에서 제주와 김포간 2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나 KTX 개통(2010년 신경주역, 2015년 포항역)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이용객이 저조한 실정이다.진에어는 지난해 4월부터 운항편수를 하루 2왕복(4편)으로 늘렸지만, 탑승률이 저조하자 7개월 후인 11월부터 다시 운항편수를 1왕복으로 줄였다. 해당 노선의 탑승률은 현재 30∼40% 수준으로, 주말을 제외하면 상당히 저조하다. 김포 노선의 2021년 평균 탑승률은 38%다. 제주 노선의 평균 탑승률은 2021년 48.3%였다가 지난해는 65.0%로 증가해 좀 나은 편이다. 인근의 대구공항이나 울산공항 제주노선과 비교하면 10∼15% 정도 낮은 수치다.포항과 경주는 지금 도시경쟁력 제고를 위해 세계와 소통하는 하늘길 확보가 필수적이다. 포항시는 바이오와 이차전지산업의 글로벌 거점도시로 성장하고 있고, 경주도 2025년 APEC정상회의 유치전에 뛰어드는 등 세계적 관광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도시성장이 가속도를 내려면 공항활성화는 꼭 필요하다. 항공노선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기존 노선 외에 여수와 광주를 운항하는 노선 등도 적극적으로 개척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23-02-27

대구 교남YMCA회관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교남YMCA회관은 대구 중구 남성로 약령시에 있는 적산 건물이다. 1914년 건립된 2층의 붉은 벽돌 건물로 외관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부는 원 모습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2012년 대구YMCA유지재단에서 매입, 관리 중이다. 2013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는 지역 3·1운동의 역사를 소개하는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이곳은 일제 강점기 3·1독립만세운동 당시 대구의 지도자들이 회합한 공간이었다. 이후 물산장려운동, 기독교농촌운동, 신간회운동 등 민족운동의 거점공간으로 사용됐다. 1927년 설립한 대구의 대표적인 항일단체 신간회의 주활동 무대이기도 하다. 청년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청년들을 계몽하며 독려하기 위한 웅변대회, 법률 강습회, 강연회, 각종 토론회 등을 개최했다. 근대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다. 훗날 교남YMCA의 주요 임원과 회원 17명은 건국훈장 애국장 및 독립유공자 훈장을 받았다.이런 교남YMCA에서 3·1만세운동 기념 전야행사가 처음으로 열린다.대구시가 28일 비폭력 평화운동이었던 3·1운동을 기억하고, 대구 3·8만세운동의 거점이 됐던 교남YMCA에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를 갖는다.‘교남YMCA 독립운동의 길, Peace Dream’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날 행사는 동아시아 평화포럼, 미디어아트 공연·전시, 체험 프로그램 순으로 진행된다.‘동아시아 평화포럼’에는 한국·일본·중국·태국·우즈베키스탄 5개국 청년들이 패널로 참여, 3·1운동의 정신을 재해석하고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공존과 상생을 모색한다.대구 3·8만세운동을 되새기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27

개통 1년 서대구역, 교통편의시설 더 늘려야

3월이면 대구 서남구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던 서대구역사가 개통된 지 1년이 된다. 140만 대구 서남부권 주민의 고속철도 접근성 개선과 도심 균형발전, 포화상태인 동대구역의 기능을 분산하는 등 다목적으로 만든 서대구역이 당초 기대보다 이용객이 적어 역사 건립의 기능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는 평가다.그 이유로는 열차운행 편수가 절대 부족하고, 노선버스와 주차공간 부족 등 각종 교통편의시설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1월말 현재 서대구역 누적 승하차 인원은 109만4천여 명이다.지난해 개통 이후 5월 10만명을 처음 넘겼지만 매월 11만~12만명 선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루 평균으로 보면 평일 2천500∼3천여명, 주말 4천∼5천여명으로 당초 사업 타당성 용역조사에서 예상한 6천161명에 훨씬 못 미친다.서대구역사는 대구의 두 번째 고속철 역사다. 서남구 주민의 고속철도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역세권 개발을 통해 서구발전을 선도할 중요한 인프라다. 특히 대구 산업단지의 85%가 집중된 이곳에 고속철 역사가 세워지면서 지역산업 활성화에 대한 주민의 기대도 컸다. 늦었지만 서대구역사 건립은 서남구지역 교통 핵심인프라라는 면에서 매우 잘된 일이다.앞으로 개통될 대구산업선과 대구경북광역철도, 대구광주달빛고속철도등과 연계가 된다면 서대구역사는 대구의 중요 교통인프라로 자리 매김을 할 수 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시민들의 역사 이용률이 1년이 지나도 저조하다는 소식이다. 본지 보도에 의하면 하루 열차 운행편수가 37회에 불과하고 주민이 가장 선호하는 낮12시∼2시 사이에는 정차하는 열차가 없다. 주차공간도 부족해 주말이면 주차장 일대가 북새통이고 시내버스 노선도 동대구역의 3분의 1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이 있다면 관계당국이 살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대구는 동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서쪽 개발을 서둘러져야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 서대구역 활성화 대책은 이런 대안의 하나다.

2023-02-27

공감 결핍, 혹은 공감 과잉의 시대

미국의 영장류학자이자 행동심리학자인 에밀 멘젤(Emil Menzel·1929~2012)은 침팬지들에 대한 실험에서 침팬지들도 다른 침팬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즉 다른 침팬지의 마음속에 실제로 어떤 생각이 떠오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이 대상을 관찰해서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상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다.이는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어릴 때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타인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할 수 있다. 당연히 그 타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까지는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하더라도, 아빠나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하며 그의 입장이 되어 숨겨둔 과자 같은 것들을 찾아낼 수도 있다. 이렇게 우리가 관찰을 통해 얻은 외부의 정보들을 통해 이를 종합하여 타인의 마음을 재구성하는 것은, 그것을 공감(empathy)이라고 부르든 동정(sympathy)이라고 부르든,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는 타인의 입장이 되는 과정이다.자신의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보면서 그와 똑같은 고통을 느끼거나,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한 기쁨을 느끼는 누군가를 보며 덩달아 흡족해진다.그것은 어쩌면 신경생리학자들이 ‘거울 뉴런’이라고 불렀던 감정의 모방이나 전이라는 신체의 기능일 수도 있고, 인간이라는 종의 본능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그렇게 자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대상에 대해서도, 심지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몇 줄 글 속에만 존재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그의 입장이 되어 공감할 수 있는 존재이다.물론,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를 보며 내러티브 속에 등장하는 대상의 입장이 되어 판단하고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이와는 조금 다른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세계 속에서 우리에게 들어오는 정보들은 동시다발적이고 맥락화되어 있지 않지만, 문학작품이나 영상작품은 그것을 구성하는 정보들이 단단하게 엮여 의미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언어 정보나 시각 정보의 전달 순서를 통해 독자나 관객을, 그 속에 들어 있는 상황에 몰입하도록 만들고, 그 속의 생판 타인에게 감정이입하도록 만든다. 문학작품을 읽는 경험 중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바로 그렇게 고유한 ‘나’로부터 벗어나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공감의 영역일 것이다.그런데, 최근 사회에 타인에 대한 공감의 영역은 과잉되어 넘쳐흐르기도 하고, 결핍되어 사라져 버린 것 같기도 하다. 타인이 겪은 어떤 일에 대해 마치 자신이 상처받기라도 한 듯 맥락화되지 않는 분노를 쏟아내는가 하면, 타인의 어떤 당연한 아픔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뿌리를 알 수 없는 복수심리를 다룬 영상 작품들이 넘쳐나는가 하면, 조금이라도 진지한 의미를 담고 있는 소설의 서사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공감의 결핍과 과잉이 공존하는 모순된 시대이다.문득, 우리가 타인과의 거리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을 다룬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본다고 해서, 타인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했다고 생각하는 때 타인의 존재는 미궁으로 빠져든다.까뮈가 ‘이방인’에서 보여준 뫼르소의 부조리가, 올더스 헉슬리가 풍자했던 ‘멋진 신세계’의 소마의 ‘행복’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타인의 입장을 짐작하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감정을 단순화시켜 타인에게 더 이상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이는 공감의 결핍인가, 아니면 공감의 과잉인가. 우리는 어떤 시대로 가고 있는가./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3-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