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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반월당 메트로센터의 대격변⋯‘약국 거리’ 이어 농산물 가게 1년 새 9곳 입점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6-05-06 18:18 게재일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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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대구 중구 반월당역 지하상가(메트로센터) 내 한 농산물 판매점이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장은희기자

대구의 교통 심장부인 중구 반월당역 지하상가(메트로센터)의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한때 화려한 조명 아래 마네킹이 최신 유행을 뽐내던 의류 매장 자리엔 이제 싱싱한 채소와 과일이 주인공으로 들어섰다. 저렴한 상비약을 앞세운 ‘약국 거리’로 명성을 얻었던 이곳이 이제는 웬만한 대형마트보다 저렴하고 활기찬 ‘지하 전통시장’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모습이다.

6일 대구도시철도 1·2호선이 교차하는 반월당 메트로센터 내 한 농산물 판매점 계산대 앞에는 신선한 채소를 한 바구니씩 든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오이, 깻잎, 버섯 등 찬거리를 이리저리 살피는 손길들로 매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제철 과일부터 쌀, 계란까지 빼곡히 진열된 모습은 영락없는 전통시장의 풍경이었다.

이곳의 백미는 ‘타임 세일’이다. 매장 직원이 마이크를 잡고 “점심 특가 갑니다!”라고 외치자 순식간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재고를 남기지 않으려 마감 직전이나 유동인구가 몰리는 시간대에 파격적인 할인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남구 대명동에서 온 이모(68) 씨는 “지하철 환승하는 길에 들르면 대형마트보다 싸고 물건도 싱싱하다”며 “여기서 장을 보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반월당 지하상가의 변신은 철저한 ‘생존 전략’의 결과다.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의류·잡화 매장이 빠진 자리를 신선식품과 약국이 빠르게 메웠다. 현재 메트로센터 내 403개 점포 중 공실은 단 5곳(1%)에 불과하다. 이곳 농산물 가게는 1년 새 9곳으로 점포가 늘었다.

이러한 ‘시장화’의 성공 배경에는 특유의 유동인구 구조가 있다. 반월당은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 노년층의 오랜 쉼터였다. 냉난방이 완비된 이곳에서 담소를 나누던 어르신들이 신선식품의 강력한 소비 주체로 부상한 것이다. 여기에 퇴근길 장보기를 선호하는 젊은 맞벌이 부부와 직장인들까지 가세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민생 상권’이 형성됐다.

작년 말 상가 운영 주체가 민간에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으로 전환된 것도 변화의 기폭제가 됐다. 수의계약과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입점자가 새롭게 선정되면서, 경기에 민감한 패션 업종 대신 불황에도 수요가 꾸준한 식료품과 약국 운영자들이 대거 자리를 잡았다.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먹거리와 건강에 대한 지출은 줄이지 않는 법”이라며 “반월당이라는 압도적인 입지에 실속형 업종들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갑곤 메트로센터상인회장은 “접근성이 워낙 좋다 보니 어르신들은 물론 실물 경제에 민감한 청년층까지 사로잡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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