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율 49% 추락··· 관광도시 특유 ‘변동성 장세’ 뚜렷 건당매각손 2022년 4099만원→ 2025년 1억6993만원으로 4배↑
지난해 APEC의 성공적 개최로 경주박물관 관람객이 급증하는 가운데 경주 지역경제는 자동차부품 등 주요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관세•고환율•고금리’라는 복합 위기로 인해 어려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과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조업의 부진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부동산 경매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2년이후 지난해까지 최근 법원(경주지원)의 공식 경매통계 자료를 이용해 경주지역 부동산시장을 상세 분석해보았다.
경주지역 부동산 경매시장은 뚜렷한 하락 흐름 속에서도 지역별·자산별로 큰 편차를 보이는 ‘변동성 장세’로 재편되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경매 통계를 분석한 결과, 경매 물건은 늘었지만 실제 낙찰로 이어지는 비율과 가격은 동시에 떨어지며 시장 전반의 체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는 제조업 중심의 포항과 달리 관광·서비스 비중이 높은 도시다. 이 때문에 경기 침체의 흐름속에서도 특정 개발 기대감이나 이벤트에 따라 시장 상황이 급격히 움직이는 특징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경매 물건↑ 낙찰수요↓ 매각가율 50%
‘감정가 반값’현실화··· 토지·상가 붕괴
낙찰률 20%대 거래 위축 ‘사자 실종’
매각가율 핫플 100%↑ 외곽 30%↓
시장 급랭 매각률·가격 동반 하락세
4년간 건당 매각손실 4배 이상 증가
□ 늘어난 경매 물건··· 줄어든 낙찰 수요
경주지원 경매 접수 건수는 2022년 1356건에서 2024년에는 2000건을 넘기도 했지만 2025년 1654건으로 다소 증가세가 완화되며 4년전에 비해 21.9% 증가했다.
경매로 넘어오는 부동산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를 받아줄 투자 수요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실제 매각률은 2023년 31.7%까지 상승했다가 2024년 21.4%, 2025년 21.0%로 급락하며 다시 20%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는 경매시장에 나온 물건 10건 중 2건만 실제 거래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거래 물량의 자연스런 감소라기 보다는 경매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위축됐음을 보여준다. 금리 부담과 경기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일단 사는’ 투자 방식은 사라지고, 확실한 조건을 갖춘 물건만 선택적으로 거래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 가격도 함께 떨어졌다··· ‘절반 거래’ 현실화
가격 지표 역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 가격을 의미하는 매각가율은 2022년 69.5%에서 2025년 49.8%까지 떨어졌다.
이는 경매 물건이 평균적으로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거래 물량이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가격 자체가 내려가는 ‘실질 하락장’이 형성된 것이다.
경매시장은 일반 매매시장보다 가격 조정이 빠르게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나타나는 매각가율 하락은 향후 일반 부동산 시장에도 하방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손실 확대··· 경매는 ‘정리 시장’으로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 소유주들의 손실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건당 매각손실은 2022년 4099만원에서 2025년 1억6993만원으로 4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포항이 3배 증가한 것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누적 손실액도 약 1588억원에 달한다. 이는 고점에서 매입한 부동산이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을 동시에 맞으며 결국 경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경주의 경매시장은 부동산의 단순 거래 시장이라기 보다는 부채를 정리하고 손실을 확정하는 ‘정리 시장’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 “아파트만 방어··· 토지·상가는 투자수요 붕괴”
자산 유형별로 보면 경주 경매시장은 뚜렷한 양극화를 보인다. 아파트는 매각가율 69%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며 그나마 유일하게 가격 방어가 이뤄지고 있다. 연립·다세대(56.1%), 단독·다가구(52.5%) 등 주거용 자산은 50%대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실거주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세시장 불안과 매매시장 관망세 속에서 경매를 통한 실수요 유입이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토지와 상업용 부동산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전·답은 매각가율이 36.2%까지 떨어졌고, 임야(45.1%), 대지(45.5%) 역시 40%대에 머물렀다. 특히 전·답은 사실상 ‘투자 수요 실종’ 상태로 평가된다.
상업용 부동산도 부진하다. 상가는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나타났고, 근린시설 역시 40%대 중반에 머물렀다. 이는 관광 수요 의존도가 높은 경주 특성상 소비 위축이 곧바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경주 경매시장은 주거용은 버티고, 토지와 상가는 무너지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 “핫플은 2.7배··· 외곽은 30%대 붕괴”
경주 경매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별 격차다. 같은 시(市) 안에서도 가격 흐름이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군동이다. 2025년 북군동의 매각가율은 272.8%로 감정가의 2.7배에 낙찰됐다. 이는 일반적인 시장 흐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관광지·개발 기대감이 결합된 ‘이벤트성 거래’로 분석된다.
경주의 법원경매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일반적이지 않은 특이한 현상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2024년에는 서부동(101.7%)이, 2023년에는 사정동(111.6%)과 교동(100.8%)이 감정가대비 100%를 넘기는 매각가율을 보였다. 2022년에는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으로 침체되기 이전이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손곡동(130.8%), 마동(119%), 덕동(108.8%), 성동동(106.3%), 암곡동(103%) 순으로 모두 감정가를 넘는 높은 매각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인기가 높은 지역이 매년 달라지며 높은 매각가율을 보이는 지역이 있는 반면,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외지역이 적지 않은 등 경주지역의 부동산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이와 달리 황오동(81.8%), 용강동(79.1%), 동천동(78.4%), 황성동(72.2%) 등 도심 주거·상업 혼합 지역은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 방어력을 보였다. 이들 지역은 생활 인프라와 수요 기반이 뒷받침되는 공통점이 있다.
중간 수준의 지역은 50~60%대에 형성됐다. 외동읍, 현곡면, 구정동 등은 거래는 이뤄지지만 가격 할인 폭이 큰 ‘실수요 중심 시장’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곽 지역은 급격히 무너졌다. 감포읍(35.1%), 산내면(34.5%), 양남면(29.8%), 조양동(25.5%) 등은 30% 안팎까지 떨어졌다. 일부 지역은 감정가 대비 70% 이상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며 사실상 수요가 거의 없는 상태로 평가된다.
이처럼 경주 경매시장은 특정 지역은 과열되고, 대부분 지역은 침체된 ‘스파이크형 양극화 구조’를 보이고 있다.
□ “경주는 변동성, 포항은 구조··· 같은 침체 다른 모습”
경주 경매시장은 포항과 같은 하락 흐름 속에서도 다른 특징을 보인다. 포항이 산업 경기 둔화에 따른 구조적 하락이라면, 경주는 관광·개발 기대감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변동성이 더 크다.
다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낙찰률은 20% 수준에 머물고 매각가율은 50% 안팎까지 떨어지며 시장 전반의 체력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 재테크로서의 경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종합 평가
경주 경매시장에서 투자 판단 기준은 과거와 달라졌다. 우선 아파트는 여전히 가장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된다. 실거주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가격 방어력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상업용 부동산은 관광 수요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변동성이 크고, 공실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토지는 개발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다면 접근 자체를 신중히 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얼마나 싸게 사느냐’가 아니라 ‘나중에 팔 수 있느냐’다.
경주 부동산 경매시장은 지역 전체적으로 경기흐름이 변동성을 가지며 나타나는 동반형 침체라기 보다는 이벤트에 따라 일부 지역은 과열되고 대부분 지역은 가격이 급락하는 복합적인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경매시장 역시 저가 매입의 기회가 아니라 선별 투자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 전략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