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2.5% 오를 때 월세 8% 급등⋯비수도권서 ‘월세화’ 더 빨라
대구·경북 임대차 시장의 중심축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거래 구조와 가격 흐름 모두에서 변화가 뚜렷해지면서 지역 주거시장 전반의 ‘체질 변화’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6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비수도권에서 70.2%에 달했다. 4년 전 40% 수준과 비교하면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뀐 수준이다.
대구·경북 역시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세 물건은 빠르게 줄고 있다. 2025년 말 대비 전세 매물 감소율은 대구 -18.0%, 경북 -15.7%로 집계됐다. 전세 공급 축소가 이어지면서 시장은 자연스럽게 월세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가격에서도 변화는 더 극명하다. 전세가격 상승률은 2.5%에 그친 반면, 월세가격은 8.0% 상승했다. 전세는 정체, 월세는 급등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부담을 줄이는 대신 매달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주거비 부담이다. 전세는 목돈을 맡기고 거주하는 구조였지만, 월세는 매달 현금이 빠져나가는 구조다. 소득 증가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월세 비중 확대는 가계의 체감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특히 대구·경북처럼 지역 경기 회복이 더딘 곳에서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직장인 김모 씨(34·대구 수성구)는 “예전에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전세를 선호했는데, 지금은 보증금 마련이 너무 부담돼 월세로 들어왔다”며 “월세가 계속 오르다 보니 생활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데다, 보증금 마련 부담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임차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고 있다. 임대인 역시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를 위해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특히 비수도권은 수도권보다 변화 속도가 빠르다. 이미 월세 비중이 70%를 넘어서면서 ‘전세 중심 시장’이라는 기존 틀이 사실상 붕괴되는 양상이다. 대구·경북 역시 같은 흐름 속에서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월세 중심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 공급이 줄고 금융 환경도 변하면서 과거처럼 전세가 중심이 되는 시장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며 “월세 비중 확대에 따른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