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 씨(52)는 최근 마트를 찾을 때마다 대용량 묶음 상품 대신 낱개로 포장된 소용량 제품에 먼저 손이 간다.
예전 같으면 한 망 가득 든 양파나 대파 한 단을 집었겠지만, 식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제는 딱 한 끼 분량만 산다.
김 씨는 “묶음 상품이 단위당 가격은 싸지만, 한꺼번에 지출하는 결제 금액이 너무 커져 부담스럽다”며 “남아서 버리는 식재료값까지 생각하면 소포장 제품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여파로 먹을 만큼만 구매해 당장 지출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효율적 쇼핑’이 유통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1~2인 가구를 겨냥해 선보인 소용량 자체 브랜드(PB) ‘5K 프라이스’의 3월 매출은 론칭 시점인 지난해 8월 대비 44.5% 급증했다.
신선·가공식품 대부분을 5000원 이하로 구성한 전략이 통한 것이다. 이마트는 수요 폭증에 따라 관련 상품을 353종까지 대폭 확대했다.
롯데마트 역시 소용량 채소와 커팅 과일이 매출 효자로 등극했다. 올해 1~4월 기준 방울 양배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2% 폭등했고 큐브형 다진 마늘 등 냉동채소(45.5%)와 조각 수박(111.3%) 등 손질된 소량 제품들도 세 자릿수 안팎의 신장률을 보였다.
편의점은 1~2인 가구의 ‘소량 장보기’ 거점으로 진화 중이다. GS25는 5000원 미만의 소용량 양념육과 120g 이하 소포장 농산물인 ‘한끼딱’ 시리즈를 앞세워 지난해 신선식품 매출을 전년 대비 20% 끌어올렸다.
CU 또한 ‘990원 채소’와 간편 과일 시리즈 인기에 힘입어 신선식품 매출이 18.7% 늘었으며 세븐일레븐 역시 롯데마트와의 공동 소싱을 통해 깐당근, 커팅무 등 소포장 제품 매출을 10% 신장시켰다.
온라인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하다. SSG닷컴의 1시간 이내 즉시배송 서비스 ‘바로퀵’ 분석 결과, 올해 1~4월 판매 상위권은 애호박 낱개, 대파 1봉, 두부 1모 등 소용량 식재료가 휩쓸었다.
지난 4월 바로퀵 일평균 주문 건수는 1월 대비 약 3배 증가했는데 이는 소량 신선식품을 그때그때 배송받으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용량 제품이 단위당 가격은 저렴하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한 번에 지불해야 하는 ‘총 결제 금액’ 자체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당장 지출되는 절대 금액을 줄이려는 소비자의 생존형 소비 전략이 소포장 상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