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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에 길들여지면

등록일 2026-02-09 17:07 게재일 2026-02-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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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수 수필가

입춘 다음날, 볼 일로 시내버스를 탔다. 지난해 6월,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어르신 통합 무임교통카드’를 받았다. 7월부터 쓸 수 있는 것이었다. 사용처가 ‘시내 마을버스(포항), 시내버스(경주, 영덕)’이다. 세 지역의 시내버스요금이 공짜다. 해당 지자체가 세금으로 대신 낸다는 증표다.

카드 받고 한 달쯤 된 날 퇴근 무렵, 갑자기 비가 왔다. 사무실에 보관하던 우산을 쓰자고 맘먹을 때, 무임교통카드가 떠올랐다. ‘맞아. 오늘 그 카드를 써보자’라고 생각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난생처음 무임 교통카드를 쓴다. 앞사람처럼 카드를 단말기에 댔으나 반응이 없다. 기사가 ‘더 아래에 카드를 대라’하여 따랐다. 승차 성공이다.

다음 순간, 처음 듣는 “사랑합니다!”라는 전자 음성 멘트가 울렸다. 그때, 미안함, 고마움, 이질감 같은 느낌들이 뒤섞이며 미묘하고도 좀 거북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유임 승차처럼 “감사합니다!”가 낫다는 생각도 났다. 어떤 자식이 “나는 부모께 이렇게 효도를 합니다.”하고 떠드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아내도 처음 무임카드승차 때 나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포항시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지금 정부의 ‘민생지원금’보다는 훨씬 낫다. 혜택이 필요한 이에게 가는 비율이 더 높을 테니까. 문재인 정부 첫해. 추석 때 고향길 고속도로 출구에서 요금을 내려는데, ‘정부 지원으로 안 받는다’라는 근무자의 말에 황당했었다. 돈 몇천 원에 자존심을 빼앗긴 것 같았으니까. 더욱이, 모든 차량의 통행료 공짜는 자유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전체주의적 발상 같은 생각도 들었었다.

한국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다. 네이버 AI는 “자유민주주의는 권력분립·법치·시민권·표현의 자유를 핵심으로 한다. 시장경제는 사유재산·경제활동의 자유·사적 이익 추구를 바탕으로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시장경제는 완전 자유로운 시장은 없고, 대부분 사회적 시장경제를 유지한다.”라고 풀었다. 그렇다면, 전 국민 공짜 복지지원은 우리나라 국가 정체성에 반(反)한다.

소설가 이문열은 2022년 월간조선과의 대담에서, “지난 5년 동안 이루어진 전체주의화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부지불식간에 전체주의로 상당히 진행했어요. 사람들이 지금 거의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 심각하죠.”라고 말했다. 근거로 이천 시골에 37년을 살면서 ‘집단화 덜 된 동네인데도 동원이 많다’라며, 이틀에 한 번 정도 공짜 공동 식사나 행사를 하는 것 같다 했다. ‘관에서 자유로운 민간 부분이 적다’라고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화, 전체주의화를 개탄했다.

속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했다. 정치가 던져 주는 공짜에 국민이 맛 들이고 길들여지면, 국민주권과 자유민주주의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자유가 없는 나라는 경쟁력이 떨어져 국민은 가난의 나락으로 구를 위험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체주의적 공짜 보편복지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귀환해야만 한다. 일자리가 최대 복지이자 자유민주주의 사회안전장치이므로···. 

/강길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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