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 도착했다. 1년 만이다. 명동에서 열리는 문학 행사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다. 작년에 여기 온 것도 이달, 곧 11월이다. 지난해는 인천에 법정 교육을 받으러 가는 경유지로 왔었다.
올해와 지난해의 나들이가 같은 점은,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 간다는 거다. 다른 점은 작년엔 동행이 하나 있었고, 금년엔 혼자 왔다는 사실이다. 또 지난해엔 제법 긴 시간 지하철을 탔고, 올핸 작년의 반도 못 되는 시간을 탄 점이다.
하지만, 지하철을 탄 시간대가 비슷하여 느낌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업무적인 일이 없다면, 일부러 서울에 와야 하기에 서울행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젊은 날 서울에서 2년을 공부하며 살았고, 88 서울올림픽의 해에는 본사 파견근무를 하였다. 반년가량을 주중에는 서울, 주말에는 포항에서 머무는 주말 가족으로 살았었다.
이런 과거 연유 때문인지 아니면, 한국인이어서인지 나의 서울에 대한 관념은 뭐라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없이 복잡미묘하다. 굳이 말하자면, ‘가깝고도 먼 곳’이거나, ‘가까이할 수 없는 당신’ 또는. ‘미워도 다시 한번’ 혹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 같은 존재다. 나만이 느끼는 서울에 대한 마음인지, 서울에 살지 않는 한국인이 비슷하게 느끼는 정서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그런 서울역에 만 1년 만에 KTX를 타고 와서 우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후 1시경이어선지 식당가가 무척 붐볐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1년 전엔 없던 중국어 간판이 붙은 식당이 있다는 변화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에 따른 업주의 마케팅 전략의 하나일 터. 생각보다 비싼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와 더위를 식힌 후 지하철 전동차에 올랐다. 한낮인데도 복잡했다.
명동역에 내려 휴대폰 지도와 길 묻기로 목적지에 도착, 행사에 참석했다. 돌아오는 길은 고속버스 타기를 택했다. 늦게 포항 도착하면 걸어서 집에 갈 수 있고 또, 그 옛날 매주 고속버스로 서울을 오가던 추억이 한 몫 보탰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대에 복잡한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고 1시간 정도 후에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옛 추억을 곱씹는 고속버스 여행 끝에 자정 가까이 포항터미널에 내렸다. 십 여분 집으로 걸어오며 이런 생각이 났다. 1년 전 탔던 지하철과 오늘의 분위기가 어딘가 달라졌는데, 그게 뭘까.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았다. 정전기가 피부에 닿듯이 찌릿한 느낌이 들며 ‘맞아. 바로 그거, 웃음을 못 본 거야!’하고 속말이 나왔다.
그랬다. 지난해는 서울 지하철에서 젊은이들의 웃음을 더러 보았었다. 한데, 올해는 못 보았다. 우리 사회에서 웃음이 사라져가는 단면일까. 그렇다면, 원인은 사회의 총체적 변화에 있을 테지만 정치, 경제적인 급변이 가장 클 것이다. 짧은 시간의 지하철 전동차 분위기가 서울의 그것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거다.
하지만, 작년보다 올해의 지하철 분위기가 웃음이 사라졌다고 내 마음이 느끼는 게 못내 찜찜하다. 나만의 느낌일까. 부디,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다시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빈다.
/강길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