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대체 선물 확산에 화훼업계 한숨…“특수 대신 잠깐 반짝 수요”
졸업·입학 시즌을 앞두고 찾은 대구 꽃시장은 분주함과 정적이 뒤섞인 분위기였다. 꽃값은 올랐지만 소비는 예전 같지 않다는 상인들의 말처럼, 시장에는 ‘대목 전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 4일 오후 대구 북구 한 꽃 도매 백화점. 매장 안에서는 상인들이 막 들어온 꽃을 손질하고 진열하느라 분주했다. 형형색색 꽃이 진열대를 채우며 졸업 시즌 분위기를 알렸지만, 매장 안 공기는 들뜬 느낌보다는 조심스러움에 가까웠다.
손님들의 움직임도 예전과 달랐다. 시민들은 꽃다발을 바로 고르기보다 가격을 먼저 확인한 뒤 꽃 상태를 하나하나 비교했다. 한 매장 앞에서는 손님이 휴대전화 계산기를 켜 놓고 꽃다발 구성을 바꾸며 가격을 맞추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장 외부 분위기는 더 차분했다. 대구역 인근 꽃시장 상가 1층 곳곳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졸업 시즌을 앞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풍경이라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20년 넘게 꽃 도매업을 해온 한 상인은 “예전에는 졸업 시즌만 되면 밤낮없이 꽃다발을 만들어도 주문을 못 맞췄다”며 “지금은 졸업식이 몰린 날 며칠 정도만 수요가 잠깐 늘어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소비 위축은 체감 수준을 넘어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생화 대신 비누꽃이나 풍선, 레고 꽃, 케이크, 상품권 등으로 졸업 선물을 대체하는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사진 촬영용으로 작은 꽃다발만 구매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졸업식 직후 판매’라는 제목의 꽃다발 게시물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하루 기념용으로 사용한 뒤 되파는 방식으로, 정가의 절반 이하에 거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도 가격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동네 꽃집에서 꽃다발을 구매한 홍 모 씨(44·대구 수성구)는 “가격이 많이 올라 놀랐지만 축하 마음을 전하려고 구매했다”고 말했다.
졸업을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꽃은 최소, 용돈은 충분히’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딸을 둔 서 모 씨(45·대구 서구)는 “꽃이 없으면 허전할 것 같아 간단히 준비하고, 대신 용돈으로 마음을 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가격 상승 흐름은 실제 수치로도 확인된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4일 기준 영남화훼(김해) 거래량은 국화 4014단, 장미 3826단, 프리지아 2790단 순이었다.
가격은 국화 평균 6679원(최저 1500원~최고 2만 2000원), 장미 평균 1만 1294원(3000원~2만 8800원), 프리지아 평균 2894원(1750원~4030원)으로 집계됐다.
꽃시장은 여전히 졸업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상인들 표정에는 기대보다는 ‘올해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더 짙게 묻어났다.
한 상인은 “꽃은 감정을 전하는 물건이라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제는 대목이라는 말이 점점 옛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