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지
반소매 아래 하얗고 가는 팔을 가진,
네이비 블루진 아래 탱탱한 허벅지를 가진,
물고 싶은 송곳니와 물리고 싶은 목을 가진
젊은 영혼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심야 독립 영화 상영관 앞에서 탑골 공원까지,
동대문 상가에서 대학로까지,
남산에서 한강대교까지
나는 무엇을 갈망하는지 몰라서
피에 탐닉한다. 피에 물든 달을 꿈꾼다.
검붉은 노래와 울음과 시를 입 안 가득 머금고,
겁에 질려 말을 잊은 골목길 모퉁이에서
앞머리 늘어뜨린 창백한 얼굴로,
텅 빈 눈과 깨물어 붉어진 입술로 우두커니 선다.
갈 곳을 잊은 내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
위 시의 젊은 흡혈귀는 도시를 살고 있는 젊은이의 전형적인 모습이겠다. “무엇을 갈망하는지 몰라서”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텅 빈 눈”으로 ‘우두커니’ 서는 젊은이. 하나 갈망 자체만은 강렬해서, 그 흡혈귀 청년은 이 갈망으로 인해 “갈 곳을 잊”고 그림자를 잃어버린 자신의 운명에 대해 “겁에 질려 말을 잊”게 되는 것, 이 비극적 운명이 그를 “검붉은 노래와 울음과 시를 입 안 가득 머금”은 시인이 되게 할 테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