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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위한 시

등록일 2025-12-28 11:12 게재일 2025-12-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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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바람아 기억하는가

한때 나는 날개를 갖고 있었네

허공을 날며 사랑을 나누다

절정의 순간 몸이 터져 죽어버리는

수개미의 날개를

 

그러나 어느 날,

내 날갯짓의 에너지였던 사랑은

태양의 지평선을 따라 사라지고

난 지금 암흑의 대지에 갇혀

떠나간 사랑에 대해 쓰네

 

이젠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진 날개를

조금씩 뜯어먹으며

생의 나머지를 견디네

 

……

우리도 이카루스와 같은 경험을 해본 일이 있을 테다. 사랑에 빠진 적이 있다면. 사랑은 “절정의 순간 몸이 터져 죽어버리”더라도 우리를 날게 해주고, 태양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하나 사랑이 지평선을 넘어가는 태양을 따라 사라지고, “암흑의 대지에 갇혀”버린 현재는 더 슬프다. 날개는 쓸모없어지고, 비상의 기억만을 “조금씩 뜯어먹으며” “떠나간 사랑에 대해 쓰”면서 나머지 생을 견디는 삶이니.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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