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노인의 유쾌한 탈출’… 삶을 가볍게 건너는 법
EBS ‘세계의 명화’는 27일(토) 밤 10시 45분,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방영한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백세 노인의 기상천외한 탈출과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유머와 풍자로 풀어낸 코미디 영화다.
펠릭스 헤른그렌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로베르트 구스타프손이 주인공 알란 칼손 역을 맡아 청년기부터 노년기까지의 삶을 능청스럽게 그려낸다. 이바르 비클란데르, 다비드 비베리, 미아 스케링에르 등이 출연해 알란의 여정에 활기를 더한다.
영화는 100세 생일을 맞은 알란이 양로원 창문을 넘어 세상으로 도망치면서 시작된다. 평생 폭탄 제조를 즐기며 의도치 않게 세계사를 관통해온 그는, 축하 파티보다 자유를 택한다.
터미널에서 우연히 들고 나온 여행 가방 하나가 갱단의 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알란의 인생은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굴러간다. 가방을 둘러싼 소동 속에서 새 친구 율리우스를 만나고, 실수와 우연이 겹치며 새로운 모험이 이어진다.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복잡하지 않게 사는 법’을 제시하는 태도에 있다. 알란은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격랑 한복판에서도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하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간다.
스탈린, 트루먼, 레이건 등 현대사의 인물들과 엮이는 장면들조차 과장된 비극 대신 담담한 웃음으로 풀어낸다. 그 유유자적함은 정신없이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위안을 건넨다.
감상 포인트도 분명하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절묘하게 엮어낸 원작의 장점을 영화가 충실히 살려냈고, 실제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재현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한 배우가 알란의 전 생애를 연기하며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한 점은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세의 나이에 창을 넘어 세상으로 나서는 알란의 선택은, 나이나 조건에 갇혀 주저앉아 있는 이들에게 조용한 용기를 전한다.
너무 심각해지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굴러간다. 웃음 속에 담긴 이 단순한 진실이야말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