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오랜 숙원인 취수원 문제 해법으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공식 대안으로 제시하며 물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안동댐 취수, 구미 해평취수장 이전 등 기존 대안이 비용·환경·지역 갈등이라는 벽에 막혀 좌초된 상황에서, 대구 내부에서 수량과 수질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강변여과수(Riverbank Filtration)는 하천수를 직접 취수하지 않고, 강변 인근 모래·자갈층을 통과해 자연적으로 여과된 물을 끌어오는 방식이다. 하천 옆에 수직 또는 수평 취수정(取水井)을 설치해 지하수위를 낮추면, 하천수가 대수층을 따라 이동하며 여과와 미생물 분해, 흡착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탁도(濁度)와 세균, 일부 유해 화합물이 크게 줄어들어 원수(原水) 수질이 안정된다. 수질 오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오염원이 취수정(取水井)정에 도달하기까지 한참이 소요돼 ‘완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복류수(伏流水)는 하천 바닥이나 측면의 투수(透水)층 아래를 흐르는 물로, 지표수와 지하수의 중간적 성격을 띤다.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층을 통과하며 자연 여과가 이뤄져 표류수(漂流水)보다 깨끗하고, 수온 변화도 적다.
기존 취수장 인근에서 시설을 보완해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도 높다.
대구시가 검토 중인 해법은 두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다. 강변여과수로 안정적인 기본 수량을 확보하고, 부족분은 복류수로 채운다는 전략이다.
대구를 비롯해 고령·성주, TK공항까지 고려한 필요 수량은 하루 60만t 수준으로 제시됐다.
대구시는 내년 초 매곡·문산정수장 인근에서 실증 플랜트를 가동해 실제 수량과 수질을 검증할 계획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장기간 대량 취수에 따른 지하수위 저하, 여과층 폐색에 따른 취수량 감소, 지질 조건에 따른 철·망간 농도 상승 가능성 등은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대구시가 “정부 용역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신중론을 유지하는 이유다.
특히 지하수의 고갈은 강 주변 농지의 경작과도 연결돼 잘못하면 농민들과 분쟁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는 ‘멀리서 끌어오는 물’이 아닌 ‘가까이서 안전하게 거르는 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지자체 간 갈등을 최소화하며 대구 내부에서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 장점으로 꼽힌다.
대구의 물 문제는 더 이상 ‘어디서 가져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최진문 운영위원은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는 기술이 아니라 선택이며, 갈등 대신 공존을 택하겠다는 정책적 선언에 가깝다”며 “자연의 여과에 기대는 만큼,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관리와 낙동강 수질 개선이라는 대전제가 함께 가지 않으면 해법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