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이
동네 산책길
자그마한 풀잎 하나가
발등을 툭툭 건드리며 말을 건넵니다
기우뚱, 중심을 잃기라도 하면
까르르 웃느라
잎사귀가 뒤집힙니다
이름조차 모르는 나에게
수줍게 말을 거는 작고 여린 것들
어찌 보면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세상에서 동거하는 처지인데
이름조차 모르는 내가 무심합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조용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
시인에게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물들은 말을 건네는 존재자다. 위의 시에서의 자그마한 풀잎도 그러하다. 화자는 홀로 사는 외로운 사람인 것 같다. 저 웃기 잘하는 풀잎도 외롭게 세상에 존재하기에, 화자의 외로움을 안다는 듯 말을 건네는 것일 터, 이에 화자는 더 나아가 깨닫는다. 풀잎의 말 건넴엔 “먼발치에서” 화자를 바라보는 존재자의 “조용한 마음”이 표현되고 있다는 것을. 그 존재자란 신 아닐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