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 현장에서 길어 올린 176억 원의 희망 유통·가공 혁신으로 ‘팔리는 수산물’ 시대 열어 어촌에 부는 새 바람 ‘수산 행정전문가’ 정제훈 과장의 뚝심, 전통 어업의 틀 깨고 미래 선점
지난 11일, 영덕군은 경상북도 환동해지역본부가 주관한 ‘2025 수산행정 시·군 평가’에서 우수 지자체로 선정되어 도지사 기관표창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의 이면에는 재난의 위기를 기회로 치환한 영덕군만의 ‘현장 중심 행정’이 있었다.
산불 피해로 실의에 빠진 어민들을 위해 군은 행정력을 총동원했다.
단순히 시설을 고치는 ‘복구’에 그치지 않고, 어촌의 경제 지도를 다시 그리겠다는 집념으로 정부 공모사업에 매달렸다. 그 결과 축산면 경정권역 100억 원, 경정 1·3리 76억 원 등 총 176억 원 규모의 어촌 어항 재생 사업비를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잿더미가 된 삶의 터전을 다시 일구겠다는 주민들과 행정의 간절함이 만든 산물이었다.
영덕군은 고립된 어촌을 ‘수산 경제의 허브’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력했다. 단순히 수산물을 생산하는 전통적 방식을 넘어, 가공과 유통이라는 고부가가치 창출에 공을 들였다. 지역 내 수산물 가공·유통 기업들이 판로를 넓히고 매출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을 현대화한 점은 이번 평가에서 “수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즉각 반영하는 ‘밀착형 행정’은 어민들에게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었다. 위기 속에서 오히려 어업 대전환의 기틀을 마련한 영덕의 사례는 지방 소멸 시대를 맞이한 지자체들에 새로운 생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이번 혁신의 중심에는 수산 행정전문가로서의 통찰력을 발휘한 정제훈 영덕군 해양수산과장이 있었다. 그는 평소 “행정의 답은 사무실이 아닌 파도가 치는 현장에 있다”며 어민들과 소통해왔다. 산불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어업 대전환’의 청사진을 제시한 그의 뚝심이 영덕 수산을 전국적인 모델로 격상시켰다.
정 과장은 “이번 수상은 거친 바다 위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우리 어업인들과 수산 기업인들이 함께 일궈낸 결실”이라며 공을 현장으로 돌렸다. 이어 “앞으로 청년 어업인 육성과 수산 식품 산업화 등을 통해 영덕 수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화마가 훑고 간 자리, 영덕의 어민들은 이제 다시 그물을 손질한다. 관행을 깨고 혁신을 택한 영덕군의 뚝심이 검게 그을렸던 바닷가 마을을 다시 푸른 희망으로 물들이고 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