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물가와 세금, 보험료 상승이 근로소득 증가를 앞서면서 전국적인 ‘체감 임금 감소’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근로자들도 이같은 현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임금 인상률을 크게 웃도는 생활비와 공적 부담 증가로 ‘유리지갑’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것이다.
4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 분석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근로자의 월 임금은 연평균 3.3% 상승했지만,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9.3%, 사회보험료는 4.3% 올랐다. 이 영향으로 원천징수 부담이 커지면서 실질 수령액 증가폭은 연 2.9% 수준에 그쳤다. 세금과 보험료의 부담 비중은 2020년 월 평균 12.7%에서 2025년 14.3%로 확대됐다.
여기에다 필수 생계비 물가도 크게 뛰었다. 최근 5년간 수도·광열비가 연평균 6.1% 올랐고,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는 4.8%, 외식비는 4.4% 증가했다. 이는 평균 임금 인상률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대구·경북 역시 이 같은 전국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제조업, 중소기업, 자영업 종사 비율이 높은 지역 구조상 정규직 보다 보험료·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체감되기 쉽고 물가 상승 영향이 가계에 곧바로 전가된다. 특히 광열비와 식료품비 인상은 지방 도시에서 생활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역 노동자들 사이에선 “월급이 오른 듯한데 통장 잔고는 그대로”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구·경북 일부 기업 노동자와 공공기관 직원들도 세금 및 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실질 가처분소득이 거의 늘어나는게 없다는 불만도 많다.
이처럼 명목과 실질의 격차가 커지면서 청년을 포함한 젊은 세대의 소비 여력은 약화되고, 가계의 생활 안정성은 위협받고 있다. 저출산, 내수 위축, 지역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파급이 우려된다.
한경협은 “물가와 임금에 맞게 과세표준을 자동 조정하지 않는 현행 소득세 과표 구조, 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한 사회보험 부담 증가, 농수산물 및 생활필수품 유통 구조의 비효율 등이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한경협은 이에관한 개선 방안으로 △물가연동형 소득세 과표 도입 △사회보험 지출 구조 개선을 통한 보험료 안정화△농수산물 유통 구조 개선으로 유통비용 낮추기 등을 제시했다.
/김재욱·정혜진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