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져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더 잘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에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3일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열린 ‘제30회 포항·MBC 삼일문화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구자현(57) 포항 내집에서의원 원장의 수상 소감이다.
구 원장은 2024년 5월 억대 연봉을 마다하고 장애인·거동불편자 등 의료 접근성이 낮은 이들을 위한 방문진료 의료기관 ‘내집에서의원(포항시 북구 창포동)’을 설립해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구 원장은 종합병원 원장직을 내려놓고 방문진료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동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책임 방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일한 경험과 함께 지난해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집에서 치료받고 싶다고 하신 말씀도 결정적이었습니다. 중증 질환이 아니더라도 익숙한 환경에서 돌봄을 원하는 분들이 분명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2019년 12월 시작된 일차 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대상으로 지역 내 의료진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진료하는 서비스다. 과거 1970년대 의사들이 가방을 들고 다니던 왕진 시스템이 현대적 의미의 ‘재택의료’로 재탄생한 것이다. 대상은 만성질환자, 독거노인, 말기 암 환자 등 다양하다.
구 원장은 “내원 환자 중심의 기존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진정한 ‘의료’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개원 이후 18개월 동안 포항·영덕·울진 지역에서 하루 5~10명의 환자를 만나며 총 2000여 명을 진료했다. 시종화 부원장 겸 사회복지사와 김보람 간호사, 한록수 재활물리치료사, 김경석 응급구조사 등 8명과 함께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방문진료의 핵심은 ‘현장’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첫 진료 당시 만난 80대 당뇨 환자는 혈당 수치가 400을 넘어 위급했지만, 가정에서 인슐린 주사법과 식이요법을 교육해 상태가 호전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죠. 대부분 환자가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이라 진료비 부담조차 버겁습니다. 기금 신설이나 정부의 지원 확대가 절실합니다.”
구 원장은 한국의 초고속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마을주치의’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지자체가 몇 개 동씩을 묶어 나누는 등 마을 단위로 주치의를 지정하고 이동형 진료소나 재택의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치료 효과 모두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방문진료는 환자가 요청하면 휴대용 의료기기를 갖춘 팀이 가정을 방문해 기본 검사와 처방을 진행한다. 구 원장은 “방광염 등 현장에서 즉시 처치 가능한 질환도 많다”며 “특히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겐 즉각적인 대응이 생명을 좌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경제적 어려움보다 심리적 부담이 크다”며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는 병원에 앉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환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내집에서의원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