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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예술의 본질을 다시 묻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12-01 16:15 게재일 2025-12-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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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내 ‘귀비고’ Moon Tology 미디어아트 전

APEC 연계 사업···내년 1월 20일가지
‘달’ 매개로 인간·기술·예술 교차점 탐구
화려하고 요란스런 빛 대신 어둠의 깊이
소음 대신 고요함으로 은은한 여운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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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tology - 달의 탐구’ 미디어아트 전 입구.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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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tology - 달의 탐구’ 미디어아트 전시장.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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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tology - 달의 탐구’ 미디어아트. /독자 제공

포항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내 귀비고 지하 1층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미디어아트 전시 ‘Moon Tology-달의 탐구’가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 인간 내면의 울림을 전하는 독특한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항시, 포항문화재단 주최로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염원하며 APEC 연계 3대문화 관광콘텐츠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지난 10월 25일 개막해 내년 1월 20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달’을 매개로 인간, 기술,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거대한 스크린과 강렬한 사운드 장치가 첫인상을 압도하지만, 전시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오히려 고요한 사유의 여운을 안고 돌아간다. 이는 기존 미디어아트가 추구해온 화려한 시각 효과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결과다. 대신 작가는 달빛이 지닌 은유적 상징성에 집중했다. 기술은 작품 완성의 도구로, 영상과 빛은 작가의 내면을 전달하는 언어로 재탄생했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달빛은 눈을 자극하지 않는다. 관객 각자의 마음속에 닿아 그리움, 위로, 혹은 잊힌 시간의 기억으로 변주된다”고 설명했다. 벽면을 따라 흐르는 은은한 빛의 결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한 고요함을 선사한다. 전시장 구석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과 함께 달의 이미지가 서서히 공간을 채우며 관객의 내면으로 스며드는 순간, 일상의 번잡함은 잠시 멈춘다.

관객 김모씨(63·포항시 남구) “눈이 부신 영상들에 익숙했는데, 이곳에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달빛이 벽을 타고 흐르며 내 과거와 현재를 비추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람객 박모씨(57·울산시)는  “기술이 주인공이 아니라 도구로 쓰인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미디어아트는 규모와 시각적 화려함으로 평가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Moon Tology’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자본의 논리 대신 예술가의 정신으로, 기술의 과시 대신 침묵의 미학으로 승부를 걸었다. 전시장 입구의 거대한 스크린과 강렬한 사운드는 첫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감각의 소란이 아닌 사유의 공간이다. 화려한 빛 대신 어둠의 깊이를, 소음 대신 고요함을 택한 이 전시는 “예술가가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는 창구로서 미디어를 재정의한 사례”라 평가받는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기술이 아닌 인간의 내면과 예술적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며 “관람객들이 달빛 아래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깊은 사유에 잠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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