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파울로 코엘료(78)가 사랑의 본질을 탐구한 에세이 ‘최고의 선물’(북다)을 출간했다. 이번 작품은 그가 평생 천착해온 ‘사랑’이라는 주제를 집약적으로 풀어내며, 현대 사회에서 점차 희미해지는 사랑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코엘료는 19세기 영국 종교 사상가 헨리 드러먼드의 저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에서 영감을 받아 이 에세이를 썼다고 한다. 원문에 따르면 당시 한 유명 설교자가 피로에 지쳐 연설하지 못하자 젊은 선교사가 대신 강단에 올라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성경 구절을 설파했다고 전해진다. 코엘료는 이 일화를 통해 “사랑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유일한 세계어이자 침묵 속에서도 울림을 전하는 말 없는 웅변”이라 강조한다.
책은 사랑을 추상적 개념이 아닌 “매일의 평범한 말과 행동에서 피어나는 구체적 실천”로 정의한다. 코엘료가 제시하는 사랑의 구성 요소는 인내, 온유, 관대, 겸손, 예의, 이타, 좋은 성품, 정직, 진실 등 아홉 가지다. 이는 마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 다채로운 색으로 굴절되듯, 사랑이 삶 속에서 구현되는 다양한 모습을 상징한다. 그는 “이 단순한 미덕들이 모여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행위 자체에서 완성된다”고 말한다.
코엘료는 사랑을 “저절로 주어지는 감정이 아닌 영혼의 꾸준한 단련”이라 규정한다. 예술가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수천 번 붓을 들듯, 사랑도 의도적 훈련과 실천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나 작가가 되기 위해 연습이 필요하듯, 사랑 역시 반복된 노력을 통해 진실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그의 메시지는 독자들에게 일상 속 작은 사랑의 실천을 촉구한다.
특히 코엘료는 사랑을 “생명의 에너지를 샘솟게 하는 원천”으로 본다.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할 때 비로소 내일을 향한 긍정적 기대가 생긴다”는 그는 “화폐 가치가 사라져도 사랑은 우주에서 유일하게 통용되는 화폐”라 단언한다.
이번 에세이에는 코엘료 특유의 시적인 문장과 함께 김이랑 작가의 ‘사계절 꽃의 정원’ 삽화가 수록돼 시각적 아름다움을 더했다.
‘연금술사’부터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까지, 코엘료의 작품은 늘 인간 내면의 여정을 탐구해왔다. ‘최고의 선물’은 그 여정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당신이 남긴 것은 결국 사랑뿐이다”라는 메시지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독자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가 사랑임을 호소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