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부터 오픈뱅킹 안심차단 시행···여신·계좌개설 이어 금융거래 3단계 보호막 완성
보이스피싱 조직이 오픈뱅킹을 악용해 피해자 계좌를 무단 조회·이체하는 사례가 늘면서 금융당국이 오픈뱅킹 거래 자체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가동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오픈뱅킹 안심차단서비스’를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신거래, 올해 초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에 이어 금융거래 전 과정에 대한 3단계 보호체계가 완성된 셈이다.
오픈뱅킹 안심차단서비스는 소비자가 스스로 특정 금융회사에 대해 오픈뱅킹 등록과 출금·조회 기능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제도다. 소비자는 본인의 계좌가 개설돼 있는 금융회사 목록을 확인한 뒤, 사전에 차단하고 싶은 금융회사를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지정된 금융회사의 계좌는 새로운 오픈뱅킹 등록이 불가능해지고, 이미 등록된 계좌 역시 오픈뱅킹 기반 출금과 잔액·거래내역 조회가 전면 금지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 스마트폰을 탈취하거나 원격조종 악성앱을 심어 오픈뱅킹을 통해 계좌 잔액을 빼가는 사례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이번 서비스를 확대했다. 당국은 “오픈뱅킹은 간편한 반면 등록 이후 관리가 취약한 경우가 많다”며 “해외 조직이 국내 금융 인프라를 정밀 활용하는 수법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오픈뱅킹 안심차단은 금융결제원 오픈뱅킹 시스템에 연결된 은행·증권·저축은행·상호금융·우체국 등 3608개 전 금융회사가 모두 참여한다. 상호금융의 경우 개별 조합이 아닌 중앙회 단위로 참여해 사실상 국내 전체 금융회사가 차단 대상에 포함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약 부문이 빠지는 경우가 없어 제도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청 방식은 대면·비대면이 모두 가능하다. 소비자는 계좌가 있는 금융회사 영업점(은행·저축은행·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산림조합·우체국)을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비대면 신청은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Account Info)’ 앱과 은행 모바일뱅킹에서 처리된다. 다만 사기범이 차단을 임의로 해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제는 반드시 영업점에서 대면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한다.
서비스 가입 내역은 정기적으로 소비자에게 통지된다. 금융회사는 연 1회 문자나 이메일 등으로 가입 사실을 안내하며, 소비자는 어카운트인포 앱 또는 금융회사 채널을 통해 언제든지 본인의 안심차단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 유의사항도 적지 않다. 오픈뱅킹 안심차단이 적용되면 오픈뱅킹을 기반으로 하는 간편결제(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지역사랑상품권 구매·충전, 일부 공공 요금 자동납부 등도 중단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사전에 이용 중인 간편결제·모바일서비스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며 “영업점 상담과 모바일 안내 화면을 통해 사전 고지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보이스피싱 차단을 위한 ‘금융거래 안심차단’ 시리즈의 마지막 단계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여신거래 안심차단서비스를 도입해 신용대출·카드발급·카드론 등을 사전 차단할 수 있도록 했고, 올해 3월에는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서비스를 시행해 대포통장 개설을 원천 봉쇄했다. 10월 말 기준 여신거래 안심차단은 318만명, 계좌개설 안심차단은 252만명이 가입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보이스피싱은 국민 재산과 생명까지 위협하는 악성 민생범죄”라며 “여신·계좌개설·오픈뱅킹을 아우르는 3단계 보호체계를 기반으로 금융회사와 함께 피해 차단 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금융회사별 차단 현황, 소비자 불편 사례 등을 모니터링해 필요한 추가 개선책도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간편결제·지역상품권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와의 연계성 문제를 개선해, 소비자 편의와 보안 수준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