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법인·가짜 매매 사이트 활용… 525억 원 규모 피해금 세탁 드러나
수백억 원대 투자리딩 사기 피해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던 조직적 자금세탁망의 실체가 7개월간의 추적 끝에 드러났다.
경북경찰청은 16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을 거점으로 국내에 허위 법인을 세워 525억 원 규모의 투자금 세탁에 가담한 조직원 41명을 붙잡고 이 가운데 1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네이버밴드·메신저 앱을 기반으로 경제 전문가를 사칭하며 “고수익 보장”을 내세워 피해자를 끌어모은 뒤, 가짜 사이트와 허위 매매 화면으로 투자금 편취를 이어왔다.
지난 2월에는 증권사 명의를 도용해 5억4700만 원을 가로챈 사건이 접수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수사팀은 7개월간 1차·2차·3차 세탁책으로 나뉜 국내 세탁망을 추적해 서울·경남·전남 등 전국에서 27명을 체포했고, 이 중 12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세탁한 금액은 254억 원에 달한다. 경찰은 압수한 휴대전화와 허위 매출 전표, 100여 개의 범행 계좌를 분석하며 국내 세탁총책에서 캄보디아 총책으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을 확인했다.
조직은 해외 총책의 지시에 따라 △관리총책 △실무총책 △중간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하고, 텔레그램만을 이용해 수직적·점조직 방식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는 서울 강동구 등에 허위 상품권 판매 법인 3곳을 설립해 자금세탁의 외형을 갖췄고, 친·인척과 지인들을 직원 명목으로 끌어들여 범행을 확장했다.
경찰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해외 총책과 범죄수익금 흐름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투자 리딩방 사기는 경제 불안과 고수익 투자 심리를 노린 전형적 수법”이라며 “문자·SNS로 ‘원금 보장’, ‘고수익 보장’을 제시받을 경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