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이 생존 위기에 직면하자 국내 3대 철강도시와 국회, 노동계, 업계 전반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4일 철강 수출기업 금융지원(5700억원 규모)을 포함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공급축소 등 업계의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동안 철강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조치도 빠졌다.
국내 조강 생산의 93%를 차지하는 3대(포항, 광양, 당진) 도시는 지난 3일 단체장 긴급 영상 회의를 열고 범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지원조치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한 단체장들은 한·미 간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한국산 철강은 여전히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되는 상황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협상과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K-스틸법’ 조속 제정 등을 건의했다.
민주당 어기구(당진) 의원과 국민의힘 이상휘(포항남·울릉)·김정재(포항 북)의원, 한국노총, 포스코그룹 노조연대, 전국금속노련도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스틸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K-스틸법은 철강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탄소중립 전환과 공급망 재편에 따른 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철강업계의 최대 현안은 관세인하다.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지난 6월 미국 안보의 핵심 품목으로 묶여 50%의 고관세율이 적용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대 수출국인 유럽연합(EU)도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했다. 이로 인해 우리 철강업계는 고율의 관세에다 구조적 수요 부진, 중국산 저가 수입재 범람, 탄소중립 압력 등으로 전방위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러한 위기에도 정부 대응은 소극적이다. 유력한 돌파구 중 하나가 K-스틸법인데 국회마저 이 법안처리를 뭉개고 있다. 국가 산업경쟁력의 토대를 이루는 철강산업 지원에 정부와 국회가 왜 이처럼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지 납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