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지기술은 무형문화 상징 무형유산 시설복원에 시간 걸릴 듯 청송한지 복구 위한 사회적 분위기와 발판 마련 시급 영세 소상공인 한지공장 사실상 복구 불가
지난 3월 발생한 초대형 산불 이후 200여 년간 명맥을 이어오던 청송한지가 위기를 맞고 있다.
청송한지는 산불때문에 작업동과 체험관·전시관 등 시설 5동과 각종 전통 한지 생산시설이 모두 소실됐다. 피해 규모는 시설동과 작업 도구, 한지 제고 및 원료 등을 포함해 총 1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이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났는데도 기존 공방 터는 뼈대만 남은 채 앙상하기 짝이 없고 복구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청송에는 예로부터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우수한 참닥나무가 많아 한지를 생산하기 좋은 장소로 유명하다. 특히 파천면 신기2리 감곡마을은 신라시대부터 한지를 생산해 1920년까지 20곳의 한지 공장이 가동되는 등 한지마을로 명성을 떨쳤다.
청송한지는 이 마을에서 시작돼 8대째 가업을 이으면서 전국 최고의 한지를 생산했고, 1995년에는 이런 청송한지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경북도 무형유산(23-가호)으로 지정됐다.
산불은 이러한 청송한지의 명맥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각종 유형유산은 정부의 지원 아래 복원이 진행되고 있지만, 무형유산의 경우 생산을 위한 시설은 복구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시설복구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국내 한지 공장이 영세 소상공인 점을 감안하면 개인 전수자가 자체적으로 시설을 복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지난 9월 경북·경남·울산 등지의 초대형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소상공인 피해 복구 지원의 길이 열린 상태.
또 경상북도의회 정경민 의원이 ‘경상북도 한지산업 진흥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발의하면서 청송한지 복구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적 발판이 마련돼 가는 분위기다.
우리의 한지는 앞으로 전통을 복구하기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할 때다.
한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생활과 지혜, 그리고 정체성을 담은 문화유산이고 이러한 한지를 만드는 전통 제지 기술은 세대를 이어 전수되어 온 무형문화의 상징이다.
현재 청송한지는 명맥을 이어오던 A(당시 74)씨가 2년 전 고인이 되면서 그의 아내 B(78)씨와 딸 C(50)씨가 경북도 심의를 거쳐 고인 A씨 생전에 전수자로 등록돼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한지의 문화유산 가치를 인정해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을 2024년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하고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정작 한지 생산을 위한 시설 지원에는 소극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가의 GDP가 성장해 가면서 삶의 질이 좋아질수록 문화와 전통에 대한 가치와 관심도 증가하는 사회현실 속에, 갑작스러운 산불이라는 재해로 인해 2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켜온 한지의 명맥이 끊기지 않을까 지역에서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