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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와 제비

등록일 2025-10-14 17:39 게재일 2025-10-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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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참새와 제비는 같은 참새목으로 분류되지만 그 생태는 아주 다르다. 그러면서도 수천 년을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야생 조류이긴 하지만 우리의 생활반경 안에 들어와서 삶의 일부처럼 된 새들이었다. 농경사회가 아닌 지금은, 더구나 도시에서는 참새나 제비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별로 관심거리도 아닐 터이다. 그들에 대해 애틋한 정을 가진 우리 세대가 가고 나면, 참새도 제비도 그냥 보통의 조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제비는 한국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여름 철새였다. 통계상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옛날에 비해 10%도 안 되게 개체수가 줄어든 것 같다. 흔할 때는 무심히 보았는데, 지금은 어쩌다 제비가 보이면 옛 동무라도 만난 듯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예부터 제비는 길일인 삼짇날(음력 3월3일)에 와서 중양절(음력 9월9일)에 강남으로 간다고 해서 길조로 여겼다. 야생조류이면서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처마 밑에 둥지를 짓고 함께 살아왔다. 매나 뱀으로부터 알과 새끼를 보호받는 대신 농작물에 해가 되는 벌레를 잡아먹어서 공생관계를 형성해온 셈이다. 새끼를 기르는 제비가 하루 종일 잡아 오는 벌레가 350마리 정도라고 하니, 한 쌍이 두 번 번식할 동안 필요한 벌레의 수는 상당한 정도인 것이다.

귀소본능이 강한 제비는 작년에 왔던 곳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우리가 보는 제비는 모두 한국 국적을 가진 셈이다. 찬바람이 불면 흔히들 강남으로 간다고 하는데, 겨울 동안의 서식지는 주로 동남아 지역이고 더러는 호주까지도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 거리를 이동하다 보면 악천후를 만나 죽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 흐리고 바람 거친 가을 날 제비들이 많이 나는 것은 아마도 먼 여정을 대비한 비행연습인 것 같다.

참새는 마을 근처나 들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텃새다. 귀엽게 생겼지만 농민들에게는 여간 귀찮은 존재가 아니었다. 수십 마리씩 떼로 몰려다니며 벼나 조, 수수 같은 농작물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모택동은 참새 소탕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참새들을 모조리 잡아버리자 병충해가 창궐해서 오히려 농사를 망쳤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참새는 잡식성이라 곡식만 먹는 게 아니라 해충도 잡아먹는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참새들이 공짜로 곡식을 먹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참새라는 이름은 참 친근감을 준다. 어원은 분명하지 않다지만 그런 이름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보기 때문에, 새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참새가 아닐까. 참새 말고도 까치나 비둘기 같은 여러 종류의 텃새들이 있고 철새들도 많지만 우리 조상들은 가장 가까운 참새를 그 모든 새의 표준으로 인식했던 게 아닐까 싶다.

시국이 몹시도 불안하고 암담하다. 건국 이래 나라의 정체성이 이렇게 송두리째 흔들린 적이 없었다. 시국만큼이나 흐린 날씨에 비행 연습을 하는 제비들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들이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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