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경북 예천 출신 한 대학생이 범죄 조직에 납치·감금돼 고문을 당하다 살해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살인 혐의로 중국인 3명이 기소됐다고 하지만, 피해자 시신은 아직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유족은 피해자의 시신 인도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이달 중 본청 과학수사대와 함께 캄보디아 현지에서 공동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천 집에는 현재 피해자 아버지와 형이 사고 처리를 위해 며칠째 집을 비워 할머니 혼자 있다고 한다. 엄마가 없어 어릴 때부터 피해자를 키워온 할머니는 손자의 사망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웃 주민들은 “평소 한없이 착한 청년이었는데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돈을 벌기 위해 친구의 꾐에 빠졌던 것 같다”며 슬퍼했다.
피해자는 지난 7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다녀온다며 출국했고 2주 만에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가족은 범인들로부터 협박 전화를 받고 현지 경찰과 대사관에 신고했지만 끝내 구명하지 못했다.
캄보디아는 치안이 불안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는 위험 국가다.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교민사회는 자경단(천마)까지 꾸려 맞설 정도라고 한다. 이 나라에는 우리 교민 1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외교부가 박찬대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 이후 감금당했다는 신고가 지난해 220건으로 폭증했다. 올해는 지난해 수준을 이미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손을 쓰지 않고 방관하다시피 했다. 현지에서 위험에 처한 국민이 도움을 요청할 곳은 대사관인데, 현재 캄보디아 대사 자리도 수개월째 공석이며 대사관 근무 경찰 인력은 고작 3명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대학생 참극 사건에 외교적 총력 대응을 지시했지만 아직까지 별 성과는 없다. 늦었지만 정부는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피해자 시신만이라도 하루빨리 유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