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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루에 울려 퍼진 풍류 한마당

등록일 2025-10-12 16:14 게재일 2025-10-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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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판 좋다’ 구호 아래 풍류 한마당
허화열 명인 등 국악고수들 
詩·唱·舞 어우러진 흥겨운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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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양루에서 ‘영판 좋다’ 출연진이 모두 나와 흥을 돋우고 있다.

가을 정취가 깊어가는 지난 9일, 대구 아양루가 우리 전통의 선율로 물들었다. ‘영판 좋다’라는 구호 아래 열린 이번 풍류 한마당은 영남인의 기개를 담은 시(詩)와 창(唱), 무(舞)가 어우러진 흥겨운 무대였다.

무대를 주도한 이는 영제시조의 명맥을 잇는 백강 허화열 시조명인과 대구예술상을 수상한 문강 방종현 수필가였다.

무대에는 대구광역시 무형유산 제5호 가곡 이수자 곽홍란, 박순금, 이은미, 전수 장학생 윤차옥(대한시조협회 달서구지회장), 최근영(안동시조경창대회 대상 수상자), 시인 이현정, 김윤숙, 이창국, 능수국악예술원장과 임태순 회장, 여병동(정악대금 이수자), 한대곤 전 대구예술문화대학 학장, 고흥선 고수 등이 참여해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허화열 명인은 2021년부터 대구무형유산전수교육관과 경주 금장대 등지에서 영제시조 101수, 신라향가 17수, 근현대시 10수의 전곡 발표회를 이어오며 전통문화 전승과 대중화에 힘써왔다.

영제시조는 경상도 지역의 토리(音調)로 전승된 시조창으로, 뚝뚝 끊어지는 선율 속에서도 깊은 정감을 표현하며 웅장한 음조로 영남인의 기개를 드러내는 창법으로 평가된다.

허 명인은 대구광역시 무형유산 제6호 영제시조 2대 보유자 박선애 선생에게 사사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100세를 바라보시는 스승님께 배운 영제시조 101수를 바친다”며 “후대에 온전히 전승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박선애 선생은 “허화열 명인은 수십 년간 영제시조를 익히고 제자를 길러온 유일한 완창자”라며 “이번 무대는 영제시조의 백미를 세상에 드러낸 뜻깊은 자리”라고 평가했다.

김성혜 경상북도 문화재전문위원은 “판소리 완창무대를 정착시킨 박동진 명창처럼, 허화열 명인의 전곡발표회는 영제시조의 예술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허화열 명인은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전국시조·가사·가곡경창대회 가곡부 장원, 2005년 임방울국악제 시조부 장원, 2006년 전국시조·가사·가곡경창대회 시조부 종합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6년 학습자들을 위한 ‘시조제요(時調提要)’ 보정판을 펴내고, 150여 수의 근현대시를 시조창으로 편곡했다.

현재 경상북도 영제시조연구소장, 서라벌정가단장, 신라향가음악협회장을 맡고 있다.

허 명인은 신라향가와 근현대시를 시조창으로 재해석해 현대 감성에 맞는 창법을 선보이고, 장단에 맞춘 반주음악을 직접 제작하여 시조창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 작업은 시조 본래의 정서인 시절가조(時節歌調)를 현대 무대에 되살리는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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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루에서 열린 풍류 한마당 모습. 

이날 대구문인협회 안윤하 회장, 가야문화 연구회 김성문 회장, 대경 언론인회 김선완 부회장, 대구노인종합복지관 차세희 학생회장, 영남문학 박치명 시인 겸 낭송가, 영화감독 신제천, 전 고령시조회 회장 노선조, 사진작가 권정태, 원로 무용가 김기전, 모델 박병형, 전 달구벌수필문학회회장 문병달, 수필가 유무근 등 150여 명이 함께했다.

이번 ‘영판 좋다’ 아양루 풍류 한마당은 방종현 수필가와 협업으로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우리 전통음악의 맥을 잇고 시조의 본래 정신을 시민들에게 전한 뜻깊은 자리였다.

아양루에 울려 퍼진 영제시조의 선율은 옛 정가의 품격과 영남인의 기개를 함께 느끼게 했다.

허화열 명인의 예술혼과 시조창의 새로운 부흥이 시작되고 있다.

‘영판 좋다’는 구호처럼, 영남인의 시조는 오늘도 힘차게 울려 퍼지고 있다. 

/김윤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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