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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못났다고, 여당을 무조건 용서하지 않는다

등록일 2025-10-12 19:23 게재일 2025-10-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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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반동’이라고? 우리 현대사에서 이 단어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고 하는 말일까. 동족상잔이라는 피와 한의 역사가 담겨 있는 단어다. 얼마나 나쁜 놈이기에, ‘반동’이란 낙인을 찍었을까.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말이다. 그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판하는 지귀연 판사를 겨냥해 “개혁에 저항하는 반동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저격은 지난 5월 1일 이후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날이다.

 

이번 주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정 대표는 ‘조희대의 난’이라고 주장한다. 표현이 적개심은 뚜렷하지만, 내용은 없다. 포장 기술만 비교 불가다. 처음에는 ‘4자 회동설’을 제기했다.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만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에 나오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는 주장했다. 그래서 대법원이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고 한다.

 

민주당도 이제 그 주장에서는 슬그머니 발을 뺐다. 아무 근거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제, ‘왜 그런 판결을 했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한다. 피고 측 패거리가 판사를 불러놓고, 재판을 따지겠다는 꼴이다. 언제부터 국회가 대법원 위의 제4심이 되었나.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혐의 언행은 2021년 10월 20일(“국토부가 용도 변경을 요청했고, 응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과 12월 22일(“시장 재직 때는 김문기 처장 몰랐다”)에 발생했다. 이에 대한 고발은 같은 해 10월 27일과 12월 23일 이루어졌다.

 

공직선거법 270조는 ‘6-3-3 원칙’(1심을 6개월, 2심을 3개월, 상고심을 3개월 내 하라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법을 지키려면 2022년 말까지는 최종결론이 났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1심 판결이 2024년 11월 15일(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났다. 법정기한의 6배다.

 

항소심 결심은 2025년 3월 26일(무죄 선고)로, 4개월 12일이 걸렸다. 대법원은 36일 만인 5월 1일 판결했다. 공직선거법에 이 원칙을 규정해 놓은 건, 재판 지연이 국민의 선택을 왜곡하지 말라는 뜻이다.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당선만 되면 임기를 다 채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10년 동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역 국회의원 3명 중 1명은 선거법에서 정한 재판 시한을 넘겼다.

 

최근 10년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확정판결까지 평균 397일이 걸렸다. 이 대통령 사건은 그보다 3배가 넘는 1282일이 걸렸다. 그런데 서두른다고, ‘반동’이라고 한다. 사퇴하라고 몰아세운다. 혐의 내용에 대한 시시비비가 아니다. 왜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판결했느냐고 따진다. 정치보복이다.

 

더군다나 ‘반동’이라는 단어는 우리 민족에게는 아픈 상처를 헤집는 말이다. 그것이 특정 정당이 떠받드는 최고 권력자를 옹위하기 위한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수당의 힘을 이용한 일방 독주가 전체주의 국가의 일당 독재와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이런 무리수로 노리는 게 뭔가. 입법, 행정, 사법, 구석구석 친위세력을 포석해, 50년 집권의 기반이라도 만들겠다는 건가. 정청래 대표는 수시로 국민의힘 해산까지 들먹인다. 정권이 무너지는 건, 정적의 공격 때문이 아니다. 우리 역사를 돌아봐도, 모두 스스로 무덤을 팠다. 오만한 권력은 국민이 심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으로 남을까. 합법을 가장하고, 야당을 모두 쓸어버리는 게 무슨 의미일까. 거기에 사법부까지 무릎 꿇게 만들면, 역사가 무어라 기록할까.

 

지금 국민의힘은 엉망진창이다. 계엄의 늪에서 허우적댄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버티는 건 정청래 대표가 잘해서가 아니다. 국민의힘 덕분이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이 엉망이라고, 민주당이 하는 모든 것이 다 용서되는 건 아니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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