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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자의 자제가 민주주의의 기초다

등록일 2025-09-28 19:15 게재일 2025-09-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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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우리 조상들은 한가위 덕담으로 이런 말을 해왔다. 하늘은 청명하고, 들판에 곡식은 익어 풍요로운 추석이다. 농경 사회에 살던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넉넉할 때가 있었을까.

그런데 한가위를 앞둔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하기 민망하다. 배터리 하나에 온 나라가 마비다. 해킹 부대까지 운용하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개입하면 어쩔 뻔 했나. 트럼프는 깡패다. 자유무역협정(FTA)을 깡그리 무시하고, 갑자기 25% 관세를 주장하더니, 3500억 달러(약 490조 원)를 현금으로 내놓으라고 한다. 강도가 따로 없다.

우리 세대야 쌀독을 박박 긁어 끼니를 이어간다 해도, 다음 세대에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공존을 설계하는 게 아니다. 너야 굶건 말건 내가 갖고 싶은 건 다가져야겠다는 요구다. 트럼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이후 우리 경제는, 인재 양성은, 또 일자리는 어떻게 할 건가. 이제 우리 안위를 미·북 대화에 맡 겨야 하는 처지다.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대응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하는 꼴은 울화가 치민다. 여도 야도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논리도 없고, 체면도 품격도 다 던져버린 욕설 경쟁뿐이다. 집권 여당은 국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기에 더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집권 후 최저 지지율을 보인 지난주 여론조사에 응답한 국민도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외환위기가 오건 말건, 나라가 위기에 처하건 말건, 집권당은 재판 뒤집기에 만 골몰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만나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유죄로 확정해 선거에 못 나오게 만들려 했다고 주장한다. 증거도 못 내놓는다. 당내에서도 “근거가 희박한 것 아니냐”라고 하자, 서영교 의원은 “제보자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말만 하지,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도 못한다. 법원을 못믿는다며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내놨다. 입맛에 맞는 판사로 재판하겠다는 거다. 검찰도 해체해 버렸다.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은 국정감사 증인·참고인을 143명 신청했다. 조 대법 원장을 비롯해 대법관만 5명을 신청했다.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는 이유다. 명백한 보복이다. 대법관은 국회에 부르지 않는 것이 관례다. 더군다나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해 판사를 불러 추궁하 는 것은 재판을 국회가 하겠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거대해진 민주당 권력에는 자제도, 절제도, 원칙도 없다.

이 대통령이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관련자들도 모두 증인으로 불렀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배상윤 KH그룹 회장 등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사건을 조작해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법도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판사와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놓고, 호통치고, 원하는 방향으로 답변을 요구할 게 뻔하다. 이미 유죄 판결이 난 사건까지 특검과 전담재판부도 모자라 국회에서 누르고, 뒤집겠다는 말이다. 사실상 인민재판을 하겠다는 꼴이다.

더군다나 대법원장까지 오라 가라 하면서, 대통령실의 일개 비서관은 못 부른다고 버티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못 나올 이유가 있는데, 지금은 말을 못 한다고 한다.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민주당 의원마저 출석해 해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국민주권 정부의 원칙’이라 고 말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선출된 권력과 임명된 권력의 상하 관계를 언급했다. 자유 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가 무엇이 다른가. 당이 정부와 사법기관을 모두 통제 하고, 일당이 지배하는 게 독재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한 사람과의 거리가 권력의 크기가 되는 체제일수록 더욱 그렇다.

권력의 균형과 견제가 이루어져야 자유민주주의의다. 굳이 임명된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견제하게 만든 이유를 모른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말을 따라 할 참인가. 무엇이 문제인지 정말 모르나.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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