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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10년에도 특권을 놓지 않았다

등록일 2025-12-28 13:06 게재일 2025-12-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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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김영란법이 만들어진 지 10년이 지났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그 이름에 내용이 요약돼 있다. 처벌 대상 행위들은 기존 법률로도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관행으로 인정해 온 범위가 너무 넓었다. 중 환자는 수술 날짜에 생사가 갈린다. 그런 사람들이 1년 이상 기다리고 있는데, 덜 위중한 사람이 권력을 업고 새치기하면 어떨까. 

 

수백만, 수천만 원 하는 명품을 부인에게 ‘의례적인 인사’라며 전달하고, 축의금 봉투에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을 넣고, 읽지도 않을 책값으로 수백만 원을 봉투에 넣어 상납하면 어떨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런 특혜 거래를 ‘미풍양속’이라고 포장해 왔다. 김영란법이 위력을 발휘했다. 우리 사회가 훨씬 투명해졌다. 

 

그럼에도 아직도 그런 ‘미풍양속’이 사라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2023년 부인을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260만 원대 로저비비에 가방을 선물 했다. 김 의원은 “사회적 예의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김건희 여사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가방과 구두를 선물 받았다.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 가방을 받았다가 망신당했다. 통일교와 서희건설 등이 그라프 목걸이, 반클 리프아펠 목걸이, 타파니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등 각 각 수천만 원대의 선물들을 받은 혐의도 수사 중이다. 

 

김 여사는 민주당이 2차 특검을 추진할 정도로 샅샅이 뒤지고 있다. 내년 지방 선거의거의 쟁점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 인사가 부정을 저질러 걸리면 ‘미풍양속’이라고 한다. ‘내로남불’이라고 비난받는 이유다. 

 

민주당 김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딸 축의금으로 피감기관 관계자들로부터 100만 원을 받아 문제가 됐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명단을 살 펴보다 사진에 찍혔다. 양문석 의원은 대학생 아들이 사업을 하는 것처럼 위조해 불법 대출을 받고, 이로 서초동의 아파트를 사줘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영란법을 만들 때도 국회의원들은 꼼수를 썼다. 법을 무산시키려고 공직자가 아닌 언론인을 끌어들이는 물귀신 작전을 썼다. 더구나 국회의원은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 또 는 정책·사업·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하여 제안·건의하는 행위”를 예 외로 규정했다. 청탁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둔 것이다. 출판 기념회가 공공연한 불투명한 자금 통로지만 막을 생각이 없다. 

 

지난주에는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여러 가지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폭로됐다. 아들을 국정원에 경력직으로 취업시켰다는 전 보좌진들의 폭로가 있었다. 그 아들이 해야 할 국정원 일을 보좌진에게 시켰다느니, 민간 기업으로부터 수백만 원대의 여행권을 받아 썼다느니, 쿠팡 대표와 호텔에서 식사하고, 가족에게 공항 의전을 부탁하고, 병원 진료 청탁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지어 김 원내대표 부인이 구의회 부의장 업무추진비 카드를 가져다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영부인 김혜경 여사가 경기도의 업무카드를 썼다는 의혹을 닮았다. 지역구 의원은 구의원 후보 공천권을 쥐고 있다. 김 원내대표 부인이 구의원 업무 추진 카드를 썼다면 뇌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중대 범죄다. 

 

그런데 김 원내대표는 이를 보좌진들의 보복으로 몰아갔다. 그런다고 자신이 한 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김 원내대표가 보좌진들의 재취업을 방해하며 보복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마치 “다들 하는 일인데, ‘미풍양속’을 두고 앙심을 품은 아랫것들이 소동을 피운다”라는 말로 들린다. 그 과정에 김 원내 대표가 텔레그램 계정을 도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나쁜 마음’으로 제보했다고 주장해 봐야, 본질을 숨길 수는 없다. 

 

그런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마저 “대통령실, 당대표, 원내대표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있는 것이고, 그것이 보이지 않게 표면화된 것”이라고 주장 했다. ‘티끌’ 같이 사소한 문제를 권력투쟁에 이용했다는 건가. 국민이 왜 분노하는 아직도 모르나. 여권 이간질이 더 급한가. 10년이 지났지만, 정치인들은 아직도 특권을 움켜쥐고 있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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