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권 여당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전 이재명 대통령은 ‘반탄(탄핵 반대)파’가 국민의힘 대표가 돼도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다른 태도를 보인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악수는 사람과 한다”라면서 “헌법을 파괴하고 실제로 사람을 죽이려고 한 데 대한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국민의힘)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에서 강경파 지지를 얻으려고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그런데 그 뒤로도 바뀌지 않는다. 지난달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는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바로 옆자리에 앉았으나, 악수는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일단 내뱉은 말이 있으니 쉽게 물러서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는데도 바뀌지 않는다. 정 대표는 국회에서도 아예 야당은 배제하고, 일방적인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동, 검찰, 언론 등과 관련한 법안들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청 폐지 법안과 관련해 “민감하고 핵심적인 쟁점 사안의 경우 국민께 충분히 그 내용을 알리는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잘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사흘 만에 정청래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통령을 만나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도 “어떤 명령, 네이밍보다는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안을 내놓는 게 좋다”면서 검찰 개혁과 관련한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그런데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정성호 장관조차 검찰에 장악돼 있다”라며 직속상관인 정 장관을 직격했다. 최근 “중대범죄수사청·경찰·국가수사본부가 행정안전부 밑으로 들어가
면 1차 수사기관 권한이 집중된다”라고 한 정 장관의 말에 당내 강경파들이 반발한 연장선이다.
대통령 대변인은 방송법에 대해서도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방송법이 필요하다. 이것이 대통령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6시간 만에 민주당은 방송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그날 저녁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이 대통령은 “(방송법 처리는) 내 뜻과 같다”라고 자기 말을 바로 뒤집었다. 대통령은 포용적이고, 너그러운 말만 하고, 손에 오물을 묻히는 궂은일은 정 대표가 하는 ‘굿캅, 베드캅’ 쇼라도 하는 건가.
지난주 29일에는 이 대통령이 워크숍을 마친 민주당 의원들을 모두 대통령실로 초청해 점심을 대접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가 다수당이기 때문에 강자가 너무 세게 하면 국민의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정청래 대표가 너무 강하게 나가지 않도록 걱정하는 말로 들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말이 백번 옳다. 이 대통령은 속도를 조절하고 싶은데, 정 대표가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건지, 두 사람이 역할을 나눈 건지 헷갈린다. 정 대표가 이 대통령을 추동하는 것이라면 이 대통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금은 이재명의 역사이지, 정청래의 시대가 아니다. 정당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는 게 당연하다. 그것을 선택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이 대통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강성 지지층의 의견과 다른 선택을 했다. 그는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이라크 파병 부분을 회고하며 “지지층의 소망과 주장을 거역한 데 따른 정치적 손실과 배신자라는 비난을 각오했다”라며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한 한미 공조를 이 대통령도 실천으로 보여줬다. 국내 정치도 누구에게 떠넘겨버릴 수 없다. 대통령은 당 대표와 달리 특정 정파의 유불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꾸고, 만들어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지 않으면 균형 잡힌 미래를 볼 수 없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