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단지 ‘재생’은 허울…민간 이익만 챙기는 특혜 사업
국내 1호 관광단지인 경주 보문관광단지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대적인 조성계획 변경<본지 9월22일 보도>에 나섰다.
경북문화관광공사가 노후 단지 활성화와 민간 투자를 끌어낸다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정작 토지이용계획 변경으로 인한 개발이익 환수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어 민간 특혜만 보장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보문관광단지는 1974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차관을 끌어들여 국가 총력을 다해 조성한 사업이다.
당시 최빈국 수준의 한국이 총력을 기울여 만든 만큼, 그 운영은 다른 어떤 사업보다 공익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용도변경 과정에서 공익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민간 기업의 불로소득만 보장되는 구조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공사는 “심사 항목에 ‘공공기여 방안’을 포함하고 배점도 30점으로 높였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 심사 기준은 ‘관광단지 활성화 기여’, ‘지역 친화 계획’ 같은 막연한 문구에 불과했다.
투입되는 비용과 토지 가치 상승분이 일치하는지,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확인할 객관적 기준은 전혀 없다. 결국 심사위원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투명성이다. 공사는 투자 기업이 제출한 공공기여 규모를 공개 요청하자 “비밀 유지 사항”이라며 거부했다. 반면 외부에는 “수천억 투자, 수백 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강조한다.
성과는 과장하고, 부담은 숨긴 채 특정 기업에게 혜택을 몰아주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공기여 규모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전문가들은 “관광진흥법에 직접 규정이 없더라도 개발이익환수제도 수준의 기준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공공기여를 수치로 산정해 검증했다면 이번 논란은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공사는 이러한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
공사 측 담당자는 “이번 투자유치 및 시설지구 용도 변경은 보문관광단지의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과 관광콘텐츠를 마련하기 위한 것인 만큼, 규제보다는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끌어내 보문관광단지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는 결국 지역 경제 활성화와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서의 경주의 위상을 더욱 이어가게 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이번 사업이 보문관광단지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감안한 공공적 환수 장치 마련을 전제로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공공성은 사라지고 민간 특혜만 남는다면, 이는 재생이 아니라 ‘특혜 재생’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