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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세계의 명화] ‘비포 선셋’ 22일(토) 밤 10시 45분

한상갑 기자
등록일 2025-11-22 08:53 게재일 202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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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단맛과 쓴맛을 담은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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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세계의 명화’가 오는 22일 밤 10시 45분,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셋(2004)을 방영한다.

 지난주 방송된 비포 선라이즈에 이은 ‘비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시간의 무게를 안고 다시 만난 두 남녀의 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秀作)이다.

영화는 파리의 작은 서점에서 시작된다. 9년 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단 하루를 함께 보낸 제시(에단 호크)는 여행기를 홍보하기 위해 유럽을 돌던 중, 그곳에서 뜻밖에도 셀린(줄리 델피)을 다시 만난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두 사람의 시선에는 여전히 젊은 날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제시의 비행기가 떠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80분. 영화는 실제 러닝타임과 극 중 시간이 거의 일치하는 ‘실시간 구성’으로, 두 인물이 파리의 골목과 카페, 센강변을 걸으며 나누는 대화를 생생하게 따라간다. (마치 로드 무비를 보는 것 같은...)

 전작(前作)이 우연과 설렘, 청춘의 낭만을 이야기했다면 비포 선셋은 그로부터 9년이 지난 뒤의 현실을 응시한다.

 두 사람은 그간의 삶, 관계, 후회, 선택의 결과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상을 좇던 청춘의 감정은 어느새 삶의 무게와 책임 속에서 흔들리고, 서로의 마음속에 남겨진 자리 또한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으로 바뀌어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어지는 대화는, 그들이 여전히 서로에게 깊은 감정적 울림을 남기고 있음을 서서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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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의 핵심 주제는 ‘두 번째 기회’와 시간이 가져오는 잔인한 변화다. 영화 속에서 사랑은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기억과 후회, 그리고 가능성으로 남아 삶을 흔드는 어떤 힘으로 묘사된다.

 링클레이터 감독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철학적인 대화는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삶은 달라졌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던진다.

 감독은 결말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 않은 채 열린 여운을 남기며, 사랑의 지속성과 관계의 본질을 스스로 되묻게 한다.

 이번 방송은 지난주 선보인 ‘비포 선라이즈’와 함께 감상할 때 더 깊은 의미를 전한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젊은 남녀가 하루 동안 비엔나에서 보냈던 첫 만남의 설렘은, 9년이 지나 파리에서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의 성숙하고 복잡한 감정으로 이어진다.

 두 작품을 나란히 비교해서 감상한다면, 사랑이 시간을 지나며 어떻게 변하고 또 어떻게 남는지를 더욱 뚜렷하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비포 선셋은 2013년작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지는 ‘비포 3부작’의 중간 장.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깊어지는 사랑의 의미를 보여주는, 성숙한 로맨스의 정점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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