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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신’에서 ‘방신’으로… 구룡포 앞바다서 행복한 인생 2막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5-09-09 16:04 게재일 2025-09-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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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양준혁 방어 전문 양식 수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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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야구선수이자 방송인 양준혁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방어양식장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한반도 동쪽 땅끝’ 포항시 남구 구룡포의 앞바다를 제2의 무대로 삼은 국민타자 ‘양신’ 양준혁씨(56)는 스파이크가 달린 야구화 대신 고무장화를 신고 질주하고 있었다. 손에는 야구방망이가 아닌 그물이 들려 있었다. 

지난 8일 경북매일신문과 인터뷰에 나선 양씨는 “야구선수 때처럼 새로운 홈구장 구룡포 앞바다라는 타석에 매일같이 선다”면서 방어 전문 양식 수산인으로서의 각오를 말했다. 

 

방어 1㎏당 3만8000원 최고경매가 기록… 이젠 방어 양식으로 홈런

카페 ‘동끝’•바다낚시터 함께 운영 “인생 최고의 성공은 가족의 탄생”
20년 숙원 ‘땅끝 표지석’ 활용 등 호미곶관광산업 활성화 제안하기도 

대구 토박이인 양씨는 이제는 ‘구룡포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올해 5월에는 수협 조합원으로 가입했고, 카페와 바다낚시터까지 운영하면서 구룡포에 뿌리를 내렸다는 설명도 보탰다.   

그는 2003년 지인의 양식장에서 물결처럼 솟구쳐 올라오던 광어떼를 보고 구룡포에 꽂혔다. 2006년 양식장 인수 이후 고군분투한 끝에 방어 양식에 성공하면서 ‘방신’이 됐다. 양씨는 “몇 해 전 노량진수산시장에 출하한 방어가 1㎏당 3만8000원이라는 최고가를 기록해 경매사도 깜짝 놀랐다”라면서 “이후에도 가격이 계속 오른 우리 방어가 진짜 최고라고 인정받았다”라며 활짝 웃었다. 

야구장에서의 홈런이 환호의 순간이었다면 지금의 홈런은 가족이다. 양씨는 “아이 태어난 게 제 인생 최고의 홈런이다.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식장 앞 카페 ‘동끝’은 아내와 함께 꾸린 또 다른 삶의 무대다. 그는 “아내가 원래 카페 오픈식만 도와주려 했는데, 손님이 몰리자 아예 카페를 맡았다”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장인어른도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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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표지석 인근 양식장과 카페 ‘동끝’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양준혁씨의 시선은 이제 포항의 내일로 향한다. 

양씨는 “포항은 앞으로 철강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대한민국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 독도를 바라보는 동쪽 땅끝 일원을 관광벨트의 거점으로 만드는 등 호미곶을 관광산업의 한 축으로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20년째 풀리지 않은 숙원도 지적했다. 

양씨는 “20년째 땅끝 표지석으로 가는 콘크리트 둑에 난간 하나 설치 못 하고 묶여 있는데, 포항시가 2억 내지 3억 원만 투자하면 수천억 원의 관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실제로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지만 안전 문제 탓에 표지석에 접근 조차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야구 기록으로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는 그는 이제 바다에서 삶을 설계한다. 바람은 분명하다.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닌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길’을 여는 것이다. 

양준혁씨는 “야구가 팀플레이였듯이 관광도, 수산도 혼자서는 못 한다"면서 “함께 힘을 모아야 포항이 살고 구룡포가 산다. 여기서 끝까지 전력 질주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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