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를 지나 9월이 와도 기온이 33℃를 오르내린다. 열대야도 멈추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기후변화의 디테일이다.
기계음이 시끄럽다. 모서리를 돌자, 공원 나무 가지치기 광경이 펼쳐졌다. “저 사람들은 주민이 안중에도 없나?”하고 푸념이 난다. 하나, ‘당국이 시키니까 할 뿐인데.’란 속말로 마음을 추스른다. 주민편의, 기후변화대응 같은 디테일들을 민원 없이 당국이 챙기기는 어려울 터. 나뭇가지가 잘려 그늘이 적어진다. 준 그늘에 주민은 짜증 나겠다. 티끌 모아 태산이듯, 디테일이 쌓여 전체 되는 진리를 잊고 살기 일쑤다.
그렇다. 개인이나 가정, 사회, 국가, 지구촌의 사람 삶은 디테일이 요구된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학문, 교육, 국방, 기술 등 인간 활동은 언제, 어디서나 디테일이 함께해야 한다. ‘원죄’ 개념이 말하듯, 인간 본성은 디테일이 모자라 보인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을 포털에 검색했다. 맨 앞에, “‘신은 디테일에 있다’라는 표현에서 변형된 것”이라고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그 유래를 브리핑했다.
군 제대 뒤 제철소의 실험실에서 직장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수십 년 흐른 지금까지 줄곧 느꼈던 것이,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였다. 많게는 수십 단계를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화학성분 정량분석(定量分析)실험도 했다. 만일 중간에 한 번만 실수 곧, 디테일하지 못하면 결과가 없거나 틀린 수치가 나온다. 이때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황당한 경험도 여러 번 했다.
개인이나 가정, 적은 공동체라면 디테일이 부족해도 악영향은 그만큼 적을 터다. 하지만, 국가나 지구촌으로 확대되면 결과도 온 인류에 미치는 사실을 인간은 지금도 보고, 당하며, 체험하고 살아낸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국 주도 세계 관세문제, 우리의 남북관계 등 수없이 많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9월 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앞에서, “동맹국 한국에 대한 철강 관세부과를 멈춰주세요”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관세 인하 요구 시위를 벌였다. 오죽하면 이 시장이 미국에 갔을까. 중국 저가품 공세로 어려운 한국 철강제품에 50% 관세는 살인적이다. 합의문 없이, 디테일하지 못한 8월 한미정상회담 때문이리라.
우리 사회엔 ‘총체적 불신’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다. 여러 재판을 받는 후보가 부정선거 의혹 속에 대통령이 되자, 법원이 알아서 재판을 미루는 법치주의 디테일의 몰락을 국민은 멍하게 바라보았다. 여당, 정부가 전체주의 뺨치게 밀어붙인 특검이 휘두르는 직전 대통령 부부 구속 수사란 야만의 칼날이, 국민 가슴을 가른다.
불신의 근원은 ‘부정선거 의혹’의 디테일에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존폐와 결부될 이 중대한 사안을, 우리 사회 거의 전 부문의 힘 쥔 층들은 무조건 ‘음모론 프레임’을 씌워 외면해왔다. 선거결과에 진실을 감춘 디테일이 있다는 데도, 상당수 유권자도 공명선거에 무심했다. 우리는 눈앞의 작은 이익에 홀려 진‧선‧미, 지‧정‧의, 신‧망‧애 같은 인간 근본 가치들마저 장사지내버린 걸까.
길은 디테일에 있는데···.
/강길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