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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안전 지킨다더니···규격 무시 ‘과속방지턱’에 주민 안전 ‘덜컹’

전병휴 기자
등록일 2025-09-03 10:39 게재일 2025-09-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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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파손·농산물 훼손·소음 공해에 긴급차량 골든타임도 위협
“주민 신고가 해결 첫걸음”

“쿵! 하는 소리에 놀라 내려보면 차 차 범퍼가 긁혀있기 일쑤에요. 밤에는 덩컬거리는 소음 때문에 잠을 설칠 때도 많습니다”

고령군 주택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의 하소연이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설치된 과속방지턱이 규격도 제각각인데다 무분별하게 설치되면서 오히려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주민생활 불편을 초래하는 ‘도로 위 흉기’가 되고 있다.

과속방지턱의 가장 큰 문제는 차량 파손과 사고위험이다.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르면 과속방지턱은 높이 10cm, 길이 3.6m가 표준이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규정보다 훨씬 높거나 폭이 좁은 방지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불법 과속방지턱’은 차량 하부의 현가장치나 조향장치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 특히 차체가 낮은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파손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한 농민은 “수확철에는 애써 키운 과일이나 채소가 덜컹거리는 충격에 멍이 들거나 흠집이 생겨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운전자들이 충격을 피하기 위해 갓길로 침범하거나 급정거하면서 추돌사고의 위험도 커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응급상황시 생명을 살릴 긴급차량의 ‘골든타임’을 앗아간다는 점이다. 환자를 이송 중인 구급차는 과속방지턱 1개를 지날 때마다 최대 10초까지 지연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위급한 환자에게는 1분 1초가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규격 미달의 과속방지턱은 생명을 위협하는 장애물이 되는 셈이다.

차량이 방지턱을 넘으며 내는 ‘덜컹’거리는 소음과 진동은 밤중에 인근 주민들의 숙면을 방해하는 등 생활환경 문제도 야기한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규격 미준수’를 꼽는다. 방지턱 높이와 길이는 물론 전방 20m 이내 안내표지판 설치와 노란색· 흰색으로 사선을 도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상당수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고령군 관계자는 “규격에 맞지 않거나 파손된 과속방지턱, 불필요한 위치에 설치된 방지턱때문에 불편을 겪는 군민께서는 국민신문고나 군청 민원 창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고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 안전을 위한 과속방지턱의 순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기능은 반드시 올바른 규격과 철저한 관리가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병휴기자 kr583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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