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물놀이로 산불 아픔 씻어낸 하루
3000여 명의 군민과 아이들이 “와―!”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영덕 주민들이 모인 영덕군민운동장은 모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지난 16일 열린 ‘제28회 영덕 어린이 여름대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회복의 장으로 꾸려졌다. 원래 어린이날인 5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로 연기됐다가 여름 한복판 워터 페스티벌로 다시 마련됐다.
워터슬라이드와 풀장, 장애물 에어바운스가 설치돼 아이들의 발길을 이끌었고 무대에서는 노래와 춤, 장기자랑이 이어지며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박형수 국회의원, 김광열 군수, 김성호 군의회 의장, 황재철 도의원 등 지역 정치권 인사들도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산불로 힘들었던 주민과 아이들이 오늘만큼은 마음껏 웃고 뛰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권병수 영덕청년회의소 회장은 “산불의 아픔을 웃음으로 이겨내자는 뜻에서 행사를 준비했다”며 “아이들이야말로 지역을 살리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영덕군은 빠른 고령화로 지방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지역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군 인구는 3만여 명 안팎으로 줄었고, 합계출산율도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의 축제는 사라져가는 공동체를 붙드는 ‘미래 세대’를 향한 메시지로 읽힌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영덕을 밝히고, 산불 피해를 극복하는 힘이 될 것”이라며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축제가 아이들에겐 즐거움이지만, 어른들에겐 위로와 희망”이라며 “이런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전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