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하
나는 절반쯤은 개다.
나는 절반쯤은 풀꽃이고,
나는 절반쯤은 비 올 때 타는 택시.
나는 절반쯤은 소음을 못 막는 창문이다.
나는 절반쯤은 커튼이며.
나는 절반쯤은 아무도 불지 않은 은빛 호각.
나는 절반쯤은 벽. 나는 절반쯤은 휴지다.
절반쯤 쓴 휴지다.
네 눈물을 닦느라 절반을 써버렸다.
…..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다른 사물로 변하는 것이 ‘나’ 아닐까. 물론 절반 정도만. 다른 절반은 의식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절반인 사물이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 개가 되었다가 풀꽃도 되고, 소음을 막는 창문이 되거나 비오는 날 택시가 되는 ‘나’. 이 여러 사물로의 변신은 살면서 맺게 되는 세계와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네 눈물을 닦느라 절반을 써버”린 휴지가 되는 것을 보면.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