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특별시리즈 - 다문화가정 ‘다름을 품은 사랑·행복한 동행’
대구에만 1만 2453가구, 3만 7026명의 다문화가정 구성원이 거주하고 있다. 국적과 문화는 달라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다름을 포용하고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작지만 뜻깊은 발걸음을 위해 다문화가정의 삶을 조명하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가족들이 갈등이 아닌 이해와 존중을 통해 ‘함께’라는 가치를 실현해가는 모습을 소개한다.
우즈벡서 남편 성민 씨와 만나
결혼 후 대구로 삶의 터전 옮겨
귀화와 함께 남편 성 따라 개명
대구한의대 한국어학과 입학
다문화 상담사 꿈 이루고 싶어
①우즈베키스탄 성아린 씨, “시끌벅적한 글로벌 우리 가족”
②중국 정준 씨, 날마다 ‘하하호호’⋯ 심심할 틈이 없는 3대가 함께 사는 가정
③베트남 쩐티이엔피 씨, “내 삶의 이유는 우리 가족⋯베트남 돌아갈 이유 없어”
④중국 오리리 씨, “K문화 좋아서 한국 며느리 됐어요”
⑤우즈베키스탄 이유진 씨, “조금 달라보이나요? 달라서 더 소중한 우리 가족”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성아린(34) 씨는 자신의 가족을 ‘시끌벅적한 글로벌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남편 성민(37) 씨, 딸 성예림(10) 양과 함께 대구 북구에서 사는 성아린 씨는 “남편과는 러시아어, 친정과 통화는 우즈베크어, 이모님들과는 카자흐어, 친구들과는 카라칼파크어 그리고 우리 예림이와는 한국어로 대화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성 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지금의 남편 성민 씨를 같은 회사 동료로 만났다. 서로의 언어도, 국적도 달랐지만, 마음은 통했다.
“주변 회사 사람들이 구경 올 만큼 예뻤다”며 아내와의 만남을 회상하는 남편 성민 씨의 얼굴엔 여전히 설렘이 묻어났다. 결혼 후 두 사람은 대구로 삶의 터전을 옮겼고, 이제는 열 살 난 딸 예림이와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카라칼파크스탄 자치공화국 출신인 성 씨는 카자흐스탄이 외가이며, 할머니는 러시아인이다. 소련 해체 이후 민족과 국경이 갈라진 지역에서 자란 그는 러시아어, 우즈베크어, 카자흐어, 카라칼파크어, 한국어까지 다섯 개 언어를 구사한다. 이에 대해 성민 씨는 “아내는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결혼과 함께 귀화한 성아린 씨는 생활의 편의를 위해 이름도 개명했다. 남편의 성을 따르기로 한 것도 본인의 의지였다.
성 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배우자의 성을 따른다는 것이 그 집안의 일원이 되었다는 상징”이라며 “남편의 나라와 고향의 어엿한 일원이다“고 강조했다. 지금 성아린 씨는 남편과는 본관이 다른 ‘대구 성’씨로 등록돼 있다.
한국 생활 초기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활이 녹록지 않았지만, 항상 믿어주는 아내 성아린씨가 있어 견딜 수 있었다는 성민 씨는 “결혼 직후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에 들어오다보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었는데 먹고 싶은게 있어도 말도 못 하고 참았다고 해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옆에서 남편 말을 듣고 있던 성아린 씨는 “남편은 말한 건 반드시 지키는 사람. 시간이 걸려도 해낼 걸 믿었다”고 응원했다.
모든 부부가 그렇듯 이들 부부도 성격 차이로 많이 부딪혔다고 했다.
성아린 씨는 “저는 좀 느긋한 편이고, 남편은 ‘한국식 빨리빨리’에 익숙하다“며 “신혼 때는 그 차이를 이해하기 어려워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성민 씨도 “아내가 너무 느려 답답할 때가 많았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의 여유로운 성격이 오히려 좋았다. 제가 조급할 때도 기다려주고, 제 속도를 존중해주었다”고 미소지었다.
서로 다른 문화, 다른 속도를 가진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이해하고 배워갔다. 그 중심엔 언제나 딸 예림 양이 있다.
예림이는 “지금처럼만 살고 싶다”며 “우리 가족은 서로 도와주고, 서로 배워가면서 함께 살아가는 게 참 좋다”면서 엄마 아빠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성아린 씨는 올해 대구한의대학교 다문화복지한국어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 입학 전부터 다문화상담을 꾸준히 해온 그는 앞으로도 이 일을 이어가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
성아린 씨는 “한국은 기회의 나라”라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대부분의 여성이 결혼 후 일보다는 육아에 전념한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는 배움과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문화 엄마가 아닌, 한국 엄마로 당당히 살아가고 싶다. 저는 이제 이 사회의 일원“이라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