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예
주먹밥을 만들어서 버스 안으로 던졌어요
낯선 총소리가 자주 지나가고 교문은 굳게 닫혔어요
수업일 수를 채우지 못해서 우린 피던 꽃이라도 되기로 한 것처럼
오월의 무등산은 등 없는 숲이 되고
비폭력을 외치던 우리들의 구호가 총을 가져왔나요?
등이 보이면 날아와 박히던 총알이 무등을 탄 주검이 되었어요
(중략)
여고 1학년 2학기가 되어도 끝나지 않은 1학기 책을 들고 교문을 들어서니
구령대 앞에는 꽃들이 쌓였어요
학동 삼거리에서 타자학원 쪽으로 가는 길에 선
헌혈 차에서 헌혈을 하고 오다가 총 맞아 죽은 3학년 선배를
애도하는 꽃무덤
…
올해도 오월이 왔다. 매년 오월엔 1980년 오월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올해 오월은 각별하다. 80년 오월의 학살이 재현될 뻔한 시간을 방금 지나왔기 때문. 무등산 아래 벌어졌던 그해 5월의 학살. 그때 여고 1학년이었던 화자는 “헌혈을 하고 오다가 총 맞아 죽은” 2년 선배를 기억한다. ‘비폭력을 외치던’ 시민들이 총 맞아 죽었던 그해 오월에 대한 시는 계속 써져야 한다는 것을 새삼 마음에 새기게 하는 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