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백
그늘과 그림자는 마주 보았다
그것밖에 할 일이 없었지
헤어지지 말자고
누가 먼저 떠나지 말자고
밖이 보고 싶어도 참고 견디자고
밤이 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지라도
반짝이는 모든 것이 두려웠지
그래서 국경 너머로 달아나기도 했던
모르는 아이가 둘 사이에 들어와
휘젓고 짓밟았다
너와 나는 길들여졌지
방 안에서
….
그림자는 그늘에 있고자 한다. 일란성 쌍둥이처럼 자신과 닮은 그늘이 편하기 때문. 그늘도 그림자가 편해서, 서로 마주보기만 해도 힘이 된다. 하여 둘은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하고, “반짝이는 모든 것이 두려웠”기에 “밖이 보고 싶어도 견”딘다. 하나 이 동거도 파국을 맞는데, “둘 사이에 들어”온 ‘모르는 아이’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진 모르겠지만, 위의 시는 시인 내면에서 벌어진 드라마를 보여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