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미역국 대신 비타민 한 알 챙겨 먹고
야간자율학습하는 딸
마중을 간다 너무 빨리 도착한 손이 문자를 읽고
차 한 대 없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태어난 날 교문 앞에서 기다려주는 것
친구들이 해준 과자목걸이 주렁주렁 매달고 나타난 딸과
종종 아빠가 자가용을 태워준다는 친구를
골목 입구까지 택시로 데려다주는 것 그리하여
자꾸 차를 얻어 타기 미안해
오늘은 그냥 버스 타고 갈래요 하던 딸에게
조금은 미안함을 덜어주는 것
엄마가 끓여 준 미역국을 먹지 않고 등교하여
급식으로 나온 미역국을 안 먹었다는 말에
바지 주머니 속 손수건 만지작거리다가
슬며시 잡아본 딸의 손이
생크림케이크처럼 보드랍다
….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는 말을 진실로 느끼게 해주는 삶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시. “차 한 대 없는” 시인이 딸에게 소소한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과 생일날 “엄마가 끓여 준 미역국을 먹지 않”아서 “급식으로 나온 미역국을 안 먹었다는” 아이의 마음이 찡하게 교차한다. 그 교차를 시인도 알고 있다. 딸의 손을 “슬며시 잡아”보는 것을 보면. 그러자 삶을 기리는 보드라운 생크림케이크가 불을 밝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