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내 보조기억장치 불에 타<br/>원인 규명까지 1년 이상 걸릴 듯
대구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헬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이 현장 합동 감식을 벌였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사조위)는 대구경찰청, 대구소방본부, 북구청, 동구청 등과 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헬기 추락 지점인 북구 서변동 한 경작지에서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사조위는 사고 지점 주변에 차단선을 설치하고 추락한 헬기를 비롯해 잔해물 분포도를 드론 등을 이용해 확인했다. 또 헬기에 남아 있는 연료와 오일을 채취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숨진 조종사의 물건 등 사고 현장에 남아 있는 유의미한 물품 등이 있는지도 파악했다.
사조위는 사고 헬기에 설치돼 있던 ‘보조 기억 장치’가 불에 타 소실되면서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다만 사조위는 전소된 보조 기억 장치의 경우 헬기 운영 회사 측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통상 1000℃ 이상 고온에서도 견디는 헬기용 블랙박스는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
사조위 관계자는 “사고 헬기는 구형 모델로 보조 기억 장치가 설치돼 있으며, 헬기 고도나 속도 등을 추적할 수 있는 장치”라며 “법에 의해(블랙박스) 대체 장비로 승인된 장비이며 SD카드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령이 많은 항공기는 국가에서 엔진이나 성능을 규정에 따라 관리하고 인증·검사를 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이 부분 등에 위배 되는 점이 있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날 오후 3시 41분쯤 북구 서변동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된 동구 임차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정궁호(74) 씨가 순직했다.
사고 원인 규명까지는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사고 헬기는 제작된 지 44년 된 미국 벨(BELL) 206L 기종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발생 11일 전에도 의성군 산불 현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