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한 연기 속 산 넘나들며 사투… 교대근무·쪽잠 몸은 ‘천근만근’<br/>종잡을 수 없는 강풍 탓에 여기저기 불 확산… 위험한 상황도 속출 <br/>체력적 한계에도 주민들 발 동동 구르는 모습에 다시 현장으로 나서
“어떡하든 불길을 잡는 게 시급하니까요”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에도 산불 진화에 투입된 대원들의 ‘사투’는 이어졌다.
진화대원들은 체력적 한계를 딛고 장비 하나에 의지한 채 짙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가득 찬 산을 넘나들며 불을 끄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지친 표정이 역력했지만, 진화를 위해 남은 힘을 모두 쏟아부으려는 의지는 산불 열기만큼 강했다.
의성에는 현재 전국에서 소방대원들이 지원을 하기 위해 들어왔으며 이들은 쪽잠 속에 화마와 싸우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소방관 김 모씨는“매일 9시쯤 교대근무를 한다. 마땅히 쉴 곳이 없어 차 안에서 배달된 도시락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며 “의성 산불은 강풍으로 종잡을 수가 없는 바람에 출동도 잦아 쉴 수도 없다”고 일상을 전했다.
강원소방본부에서 파견 나온 소방관 김 모씨는 “교대근무를 하고는 있으나 잠을 제대로 못 자다 보니 지금 피로가 엄청나게 쌓여있다. 그렇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진화해야 하는 만큼 최대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산불과 싸우고 있다”며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산불이 강풍을 타고 여기저기 확산하면서 지역의 의용소방대원 및 산불감시요원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의성군 소속 산불진화대원 정 모씨(59·의성)는 “전날 오후 단촌면 상화리 야산에서 진화하던 중 갑작스러운 강풍에 불길이 순식간에 주변을 덮쳐 간신히 현장을 급히 빠져나왔다”며 “조금만 늦었어도 꼼짝없이 불 속에 갇힐 뻔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진화대원 최 모씨(67·의성)는 “수압이 세기 때문에 불이 난 곳에 물을 뿌리다가 산비탈에서 넘어지고 구르는 일이 잦다”며 엉망이 된 바지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는 “외지에 나가 있는 아이들은 지금 내가 산불 현장에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며 “자녀에게 짐을 지우기 싫어 이 일을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걱정할까 봐 말을 못 하겠다”고 고개를 떨궜다.
특히 의성 관내에서 투입된 진화대원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의성체육관으로 대피하는 광경을 보고선 힘들다는 소리도 못 하고 있다.
대원 이 모씨(55·의성)는 “어제도 12시간 이상 산불 진화에 투입됐다. 몸은 천근만근인데도 산 밑 마을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면 잠시 쉬는 것도 그저 미안해 다시 산으로 올라가게 된다”며 이는 대원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헬기 조종사들도 진땀을 흘리기는 마찬가지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김태권 기장은 의성군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난 22일부터 현장에 투입됐다.
김 기장은 “의성 산불 발생 첫날부터 하루 8시간씩 비행하고 있다”며 “잡념 없이 오로지 불을 끄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기장 윤 모씨는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탓에 물을 뿌려도 불길이 제대로 잡히질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며 “기상이 도와주질 않으니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의성 산불은 안동시 길안면을 넘어 청송까지 위협하면서 산불영향 구역도 크게 확대돼 역대 3번째를 기록했다.
의성 지역에는 국가 소방동원령이 발령됐다. /이병길·피현진·단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