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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부주의가 火魔로… 의성·안동·청송 야산 집어삼켰다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5-03-25 20:13 게재일 2025-03-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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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전국 모든 지역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격상<br/>벌써 역대 세번째 규모 ‘잿더미’<br/>거센 불길에 진화 인력 철수도<br/>의성 조계종 고운사 완전 소실<br/>안동 하회마을·병산서원 위협<br/>청송 재소자 2600명 대피한 듯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의성군 대형 산불이 산림과 일상, 이재민의 마음까지 다 태우고도 나흘째 꺼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25일 오후 최초 발화 지점인 안평면 상공에서 바라본 산불 피해 지역의 모습. 멀리 연기가 피어오르는 화선이 안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화마(火魔)’가 의성과 안동, 청송 등 영남권 일대의 야산을 대거 집어삼켰다.

<관련기사 2·5면>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한 불이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을 타고 쉴새 없이 이곳 저곳으로 옮겨 붙으면서 좀처럼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오후 7시 현재 영양, 영덕, 봉화군까지 확산된 이번 산불은 2000년 동해안 산불, 2022년 강릉·울진 산불에 이어 이미 역대 세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산림청은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해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격상했다.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시작된 산불이 나흘 동안 안동시 길안면 일대에 이어 청송군 파천면 일대까지 도달했다. 이에 법무부 교정본부에서는 경북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 있는 재소자 2600여 명을 대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의성 산불의 진화율은 60% 수준이다. 산불영향구역은 1만4501㏊(추정)이며 총 화선은 245㎞에 이른다.

산림당국은 헬기 77대와 인력 3708명, 진화 장비 530대 등을 투입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날보다 더 강해진 최대 초속 13.7m에 이르는 강풍이 마치 풀무질을 하듯 불길에 산소를 불어 넣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첫 부상자도 발생했다. 오후 2시쯤 의성군 일대에 동원됐던 경북소방본부 상주소방서 소속 소방대원 40대 A씨가 산불 진압 도중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산림당국은 A씨를 경미한 부상자로 분류했다.

의성 산불이 최초로 옮겨붙은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는 강풍주의보 발효와 함께 사태가 악화돼 소방 당국과 지자체 공무원 등이 진화를 포기하고 현장에서 탈출했다. 길안면 금곡리도 불길이 거세져 소방 등 진화인력이 모두 철수했다.

안동시와 청송군은 길안면, 남선면, 파천면, 안덕면 등 모든 시·군민에게 안전한 지대로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불길이 영양지역까지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양군은 석보면 주민들에게 영양읍 군민회관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의 안전문자를 발송했다.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통행이 재개됐던 서산영덕선 안동JC-청송JC 양방향 고속도로가 오후 3시 30분 전면 차단됐다. 안동-경주 간 열차 운행도 일시 중지됐다. 길안면 양곡재-청송군 파천면 914번 지방도도 폐쇄됐다.

산불의 영향으로 의성 내 대형사찰인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도 완전히 소실됐다.

또 산불이 안동까지 확산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까지 위협받고 있다. 풍천면에는 하회마을과 함께 안동을 대표하는 병산서원 등 문화유산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산불은 하회마을과 직선거리로 10㎞ 가량 떨어진 곳까지 번졌다.

산불 확산 속도를 고려하면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 화염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안동시 관계자는 “하회마을에는 강을 끼고 있고 소방시설이 상대적으로 잘 돼 있다”며 “묵계서원과 만휴정이 가장 큰 문제다”고 했다.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산림당국에서는 이번 산불이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오는 27일 예보된 영남 지역 비 소식이 진화에 도움이 될지가 최대 변수다. 이날 새벽부터 저녁 사이에 경북북부 내륙에 5~1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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