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농업기술센터 효과적 살충제 적기 방제로 피해 예방 당부
경북 북부지역 고추 재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로 인한 평균 기온 상승으로 담배나방의 세대 수가 늘어나며 고추 수확기 피해가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경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담배나방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 3세대 수준으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연 4세대까지 급증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각각 8.3%, 8.4%의 고추 열매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돼 농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도 7월부터 9월까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피해 확산 가능성을 예고했다.
담배나방의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애벌레가 고추 열매에 구멍을 뚫고 침입해 열매를 썩게 만들고 심지어 낙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평균적으로 애벌레 한 마리가 3~4개의 열매를 해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경우에 따라 10개 이상의 열매에 피해를 줄 수도 있어 농가에게는 수확기에 치명적인 악재다.
농민들은 담배나방의 예측 불가능한 발생 양상에 대응하려면 행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상 정보 기반의 맞춤형 방제 알림 서비스가 있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소농가 대상 약제 지원이나 방제 교육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실제로 안동에서 30년 넘게 고추 농사를 지어온 농민 이정수(63) 씨는 “예전엔 8월에만 걱정했는데, 이제는 7월부터 담배나방이 들끓고 있다”며 “한 마리만 나타나도 열매 서너 개가 바로 망가지니 정신을 못 차린다. 그런데 약 치는 시기도 까다롭고, 약값도 올라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영양고추연구소는 담배나방 방제를 위한 실질적인 대응책으로 살충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3령에서 5령에 이르는 애벌레는 체장이 크고 생존력이 높아 일반 약제로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시험 결과, 작용기작 번호 28번과 30번의 살충제가 가장 높은 방제 효과를 보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장길수 영양고추연구소장은 “담배나방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7월 상순부터 8월 하순까지 10일 간격의 주기적인 약제 방제가 필수”라며 “특히 열매를 대상으로 약제를 살포할 경우 반드시 농약 라벨에 명시된 안전사용기준을 확인해 처리 시기 및 횟수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고온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담배나방뿐 아니라 다양한 해충들이 예년보다 빠르게, 많이 출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농작물 피해를 넘어 농업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체계적인 방제 시스템과 기상 예측 기반의 맞춤형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