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토마스(윤준 옮김)
순백의 어둠 속,
눈의 거대한 침묵 속에서,
한 아이가 한숨 쉬며
비통하게 말하는 중이었다. “오,
그들이 저 위 둥지 속 하얀 새를 죽여서,
솜털이 가슴팍에서 퍼덕거리며 떨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여전히 솜털은 저 거무스름한 광채 사이로
떨어졌다.
눈새 때문에 울고 있는 아이 위로.
1차 세계 대전에서 39세 나이로 전사한 영국 시인 에드워드 토마스의 시. 이 시가 보여주는 아이의 시적인 상상력은 폭력에 노출된 세계에서 형성된 것 같다. 눈(雪)을 ‘그들’이 죽인 ‘하얀 새’의 “퍼덕거리며 떨어지”는 ‘솜털’로 보는 상상력. ‘그들’은 누구인가. 적의 군대일까? 여하튼 신은 “거대한 침묵” 속에 있고, “순백의 어둠 속” “거무스름한 광채”는 이 세계의 폭력성을 암울하게 드러내는 상징적 색채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