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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사흘새 1조원 순매도… ‘코리아 밸류다운’ 확산

단정민기자
등록일 2024-12-10 20:20 게재일 2024-12-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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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비상계엄령 사태 후폭풍<br/>지난 4일 순매도 상위종목 대부분 금융주로 신한지주 653억 빠져<br/>대외신인도 타격 받자 원화가치 급락… 환율 계엄 전 比  20원 이상 ↑<br/>연말 특수 기대하던 관광·유통업계 직격탄 ‘비상경영체제’ 돌입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코리아 밸류다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증권주가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KRX 은행’ 지수와 ‘KRX 증권’ 지수는 각각 8.31%, 6.00%씩 떨어졌다. 개별 종목별로는 KB금융은 15.71%, 신한지주는 9.04%, 하나금융지주는 7.8%씩 하락했다.

외국인들은 최근 14주 연속 코스피를 순매도하고 있으며, 해당 기간에만 약 19조 원을 팔아치웠다. 계엄령이 발표된 지난 4일부터 6일까지는 코스피에서만 약 1조 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지난 4일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금융주로 신한지주(653억 원), 하나금융지주(479억 원), KB금융(471억 원) 등의 순이다.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타격을 받자 원화 가치는 급락했다. 외환당국은 원화가치 방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정국 혼란 장기화로 환율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야간 종가(오전 2시) 기준 달러당 1423원으로 계엄 선포가 있기 전인 3일 야간 종가(1401원 70전) 대비 20원 넘게 올랐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환율 전망을 잇따라 상향조정하고 있다. 대체로 원-달러 환율상단을 1450원 까지 열어놓은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이후 1주일간 원화 가치(-1.86%)는 유로화(0.28%), 호주 달러(-0.74%) 등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절하됐다.

문제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사의 건전성이 훼손돼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위기가 번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환율이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오르면 수출 등 대기업의 외화예금 인출이 늘어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질 염려가 커진다. 외환 관련 파생상품에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발생할 수도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금융사의 건전성 지표도 악화한다. 외화 표시 자산과 해외 출자금의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의 자기자본비율은 환율이 평균적으로 10원 오를 때마다 약 0.01~0.02%포인트 낮아진다.

주요 금융지주는 현재 자기자본비율이 BIS 권고 기준(8%)을 훌쩍 넘는 12~13%수준이어서 유동성과 건전성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탄핵 여부를 놓고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해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약화하면 주요 기업에 대출을 내준 은행들의 건전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율상승과 외국인 자금 이탈의 여파로 관광 및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여행이 안전한지’를 묻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비상계엄령 발표 당일 ‘무슨 일인지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 프런트에 쏟아졌다”고 말했다.

여행사들도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자국민에게 한국 방문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영국 외교부는 “광화문과 대통령실(삼각지), 국회(여의도) 일대에서 시위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도 한국 여행에 대해 “방문 필요성을 검토해 보라”고 공지했다.

불안정한 정치 상황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두 번의 탄핵 정국 때도 내수 경기가 급락한 바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직후인 그해 2분기(4∼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9로 전 분기(1∼3월)의 95보다 6.3% 떨어졌다. 같은 해 4분기(10∼12월)에는 85까지 하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4로 두 달 전보다 10% 가까이 급락했다.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 시즌 특수로 반등을 꾀하던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내년 사업 계획 재검토를 포함한 긴급 경영 전략회의를 여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투자를 포함한 모든 경영 활동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전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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